2012년 4월 4일 수요일

소련 형벌부대의 인력 충원에 대한 잡상

로저 리즈Roger R. ReeseWhy Stalin’s Soldiers Fought : The Red Army’s Military Effectiveness in World War II를 읽는 중인데 중간에 형벌부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수용소 수감자들을 형벌부대에 동원하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띄는군요. 해당 부분을 조금 인용해 보겠습니다.

형벌부대는 장교와 병사들이 명령에 따르도록 강제하기 위해 처벌하는 것 외에 동원의 수단이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수용소와 교도소에서 그대로 형벌중대에 편입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협과 강요는 흔한 일이었다. 소련 정부는 전쟁 기간 동안 수형자들에게 징역 기간을 그대로 형벌부대의 복무 기간으로 바꿔주고 이를 마치면 정규군에서 복무하도록 해 주었다.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은 죄수는 형벌중대에서 1개월 간 복무하는 것으로 그 기간을 대체할 수 있었다. 5년에서 7년사이의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은 그 기간을 2개월 간의 형벌부대 복무로 대체할 수 있었다. 7년에서 10년 사이의 징역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형벌중대에서 3개월간 복무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치범은 형벌부대에 징집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정치범은 보통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Roger R. Reese, Why Stalin’s Soldiers Fought : The Red Army’s Military Effectiveness in World War II,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11), p.167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형벌부대에서 3개월 넘게 살아남을 가능성과 정치범 수용소에서 10년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 중 어느게 더 높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댓글 22개:

  1. 아이아스12:29 오후

     저 같으면 후자에 한표를 주고 싶은데요,
    가만히 굴라그에 있는 것이 더 생존율이 높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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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44년의 경우 형벌부대의 사상자율이 50% 정도였다는군요. 수용소쪽의 생존율이 어땠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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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장효과.1:21 오후

    과연 복무한 후 그 약속을 지켰을지도 의문입니다. 아님 복무 막바지에 지뢰제거부대로 투입한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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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형벌부대에서 복무를 마칠 경우 큰 하자가 없으면 복권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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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르쉬드3:48 오후

    의외로 형벌 부대의 생존율이 높았거나~ 모 만화처럼 죽음이 피해가는 운명을 가진 유전자를 가졌다거나  하는 반전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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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디에나 운 좋은 사람은 있지 않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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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런걸보면 저시대에 독일이나 소련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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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준님6:26 오후

    1. 병역으로 퉁친다...는건 의외로 많았다고 하더군요. 시베리아 유형을 받은(심지어 경미한 숙청대상자도) 경우도 그대로 굴라그의 책임자로 임명되거나 경비병으로 일하는 걸로 대신하기도 하고. 전쟁후 "반역자"(경미한 부역이거나 단순하게 포로로 잡혀 있었던 경우)도 시베리아 수용소 경비 부대에서 근무하는 걸로 형을 대신했으니

    2. 정치범이야 사실 적에게 항복하거나 하는 다른 문제때문에 형벌부대에 가지 않았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 큰일은 아니더라도 같은 죄수들에게 불온한 사상을 전파하는 위험도 있으니까요(소싯적 반공드라마에 나온 "감빵에서 소매치기를 포섭한 여간첩"이 생각나네요)

    3. 정치범 수용소도 캄차카 반도쪽으로 가느니 차라리 형벌부대가 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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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예. 심지어 전시 탈영이 분명한 경우도 적당히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도 빈번했던 걸 보면;;;;;

      2. 그런 가능성도 고려되었겠지요.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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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문기야7:51 오전

     시베리아 수용소에 끌려간 미국인 신부님 자서전을 봤는데 굶주림, 추위, 중노동 3종 세트가 있었지만 수형자들을 이용해서 노역을 시켰야 했으므로 50%씩 죽어나가진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굶어도 죽진않지만 총알 하나 맞으면 부상 혹은 사망이니...독소전 당시 소련사람의 후방생활과 정치범 수용에 대한 흥미있는 내용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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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기사. 정치범 수용소에서 포교를 한 라마승도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숨 쉴 공간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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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래도 1944년이라면 형벌부대의 사상율이 이전보다는 많이 낮아진 시기입니다.  초기에는 정말 마구잡이 투입이 이뤄졌던 게 사실이지만 청년층 대부분이 전장의 먼지로 사라져 중장년층 및 미성년자 징집은 기본에 한개 사단이 2~3천명에 불과할 만큼 인명손실이 극심했던 소련군이 인력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1943년부터 형벌부대에도 어느 정도의 장비 및 물자를 제공한데다 이 시기부터는 단순히 위험한 임무 위주의 '별동대'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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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형벌부대의 사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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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스카이호크9:04 오후

    몇 달 동안 개고생하다 죽을래? vs 10년 넘게 개고생하다 죽을래?
    어느 쪽을 고르든 어머니 대지로부터 버림받은 자들은 가망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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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련식 관용이라고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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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스카이호크9:50 오후

    소련식 관용이라니 생각나는 장면이...

    당: "목숨만은 살려주지."
    정치범: "저희는 어떻게 될까요?"
    당: "죽을 것이다!"

    ...딱 이런 상황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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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드레드노트8:38 오후

    이건 뭐 고자되기 vs 고자되기도 아니고...제 생각엔 그래도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데 살아남을 가능성이 쪼금 더 높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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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정치범 수용소와 형벌부대라니 어느 쪽도 선뜻 고르기는 난감하기 그지 없는 선택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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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제로 밀어넣기도 했다는걸 보면 그냥 수용소가 좋다고 생각한 사람도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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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형벌부대에서 복무기간을 채우고 살아남는다 해도 갈 곳은 없죠.

    전시니까 이번에는 일반 병으로 복무..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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