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28, 2016

어떤 기록


전쟁 시기 군부대의 기록들을 보면 산더미 같은 정보의 양에 압도되곤 합니다.(특히 정보참모처의 기록들이 단연 압권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단촐한 기록만 생산하는 부서가 간혹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군종참모입니다. 예를들어 한국전쟁 당시 미육군 제8군 군종참모처에서 남긴 8월 10일자 일지를 보면 다음과 같이 달랑 한 줄로 보고를 마치고 있습니다.



뭐랄까, 아비규환의 전쟁에서도 평온한 일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게 괴이한 느낌을 주는군요.

Tuesday, May 24, 2016

전차병의 의지(!?)


전차는 값비싼 장비이기 때문에 중요한 취급을 받고, 특히 전차를 생산할 능력이 없는 국가의 경우는 더욱 더 귀중하게 다루어 집니다. 그래서 군사사를 보다 보면 전차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차병에게 좀 엄격한 규율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지요. 여기서 소개할 일화는 1972년 북베트남의 공세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데 꽤 흥미롭습니다.

안 록(An Loc)의 주민들은 북베트남군의 전차가 도착하기 며칠 전 부터 적의 전차가 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전투가 끝난 뒤 격파되거나 노획된 적 전차들을 검사했을때 탄약이 충분히 적재되어 있는것을 확인했는데, 적 전차들은 안 록에 진입할 때 사격을 하지 않았다. 적 전차병 중 다수가 전차에 사슬로 매여 있는 것이 관측되었다. 포로의 심문에 따르면 쇠사슬을 차는 것은 일종의 의식이었으며, 적 전차병들은 자신이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슬을 차라는 부추김을 받았다고 한다.(Many of the tank crews were observed to be chained in their tanks. POW's said the chaining was done ceremonially and individuals had been prompted to volunteer for the chaining ceremony as a mark of distinction) 적 전차병 중 다수는 팔에 '맹렬히 돌진하라!' '종심 깊게 공격하라!'와 같은 구호를 문신으로 새기고 있었다. 
Pacification Studies Group, Debriefing 'An Loc Siege Experiences' (1972. 6. 27), p.2. Library of the U.S. Army Heritage and Education Center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미군의 Pacification Studies Group에 소속되어 있던 두 명의 베트남인 연구자들인데, 이들은 안 록 전투 당시 2개월간 포위망에 갇혀 있으면서 전투를 목격했다고 합니다. 교차검증할 만한 다른 자료가 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꽤 흥미로운 증언입니다. 병사들이 용기를 과시하도록 교묘한 선동을 한 셈인데, 사실이라면 좀 끔찍하군요. 꽤 어리석은 짓 이지만, 집단적으로 부추기는 분위기에서는 선동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뭐, 전차에 불이 붙고 나서는 후회했겠지만 말이죠.

Saturday, May 14, 2016

책 이야기 조금


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도 못하는 책을 자꾸 지르기만 하는게 일상이 됐습니다만, 그래도 새 책이 나온다고 하면 땡기는게 어쩔 수 없군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 몇권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David M. Glantz, The Battle for Belorussia The Red Army's Forgotten Campaign of October 1943 - April 1944

올해 말에 출간될 데이빗 글랜츠 선생의 차기작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943년 겨울 부터 1944년 봄 까지 벨로루시아에서 전개된 붉은군대의 일련의 공세작전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결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랜츠가 이 책의 집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대략 4년 정도 된 듯 한데, 그 사이에 스탈린그라드 3부작과 독소전쟁사 개정판 집필이 있어 연기된 듯 합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글랜츠가 개인출간을 했던 Forgotten Battles on the German-Soviet War 시리즈의 해당 편을 보강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연구사적으로 볼 때 이 책은 Zhukov's Greatest Defeat: The Red Army's Epic Disaster in Operation Mars, 1942와 Red Storm Over the Balkans: The Failed Soviet Invasion of Romania, Spring 1944의 후속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글랜츠 선생께서 만수무강 하셔서 더 많은 연구를 발표해 주시길 바랄 뿐 입니다.


2. Leaping Horseman Books의 차기작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동부전선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간행하는 Leaping Horseman Books에서는 흥미로운 신작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244돌격포여단을 다룬 Iron Cross Brigade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Werner Gösel의 회고록+부대사를 겸하는 Ohne Schutzengel geht es nicht: Im Sturmgeschütz an den Brennpunkten der Ostfront의 영어번역본인데, 영어판은 대대적으로 증보되어 부대일지 등 흥미로운 자료를 보강했다고 합니다. 지금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예약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목만 공개된 Stalingrad: Graveyard of the Panzers라는 책 입니다.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제목과 함께 책에 실릴 사진을 조금 공개했는데, 일단 제목만 봐서는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전개된 독일 기갑부대의 작전을 다루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한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어서 제목만으로 기대가 되네요.


3. Der Panzer und die Mechanisierung des Krieges: Eine deutsche Geschichte 1890 bis 1945

음. 이 책은 출간 예정일이 자꾸 지연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2012년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이 독일에서 출간됐을 당시 후속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작년 말로 밀렸다가 지금은 2016년 7월에 나온다고 변경됐습니다. 독일 기갑부대의 역사를 학술적으로 다루는 단행본이니 만큼 기대가 큽니다.

어떤 문화적 다양성(?)


라종일의 『장성택의 길: 신정神政의 불온한 경계인』을 읽는 중 입니다. 저자가 다양한 정보 출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즐겁게 읽힙니다. 북한의 자원 낭비에 관한 저자의 해석이 상당히 재미있고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용을 해 보겠습니다.

이탈리아산 대리석, 북유럽산 고급 가구, 고급 샹들리에 등이 연이어 평양으로 들어왔다. 외부 사람들에게 이런 사업이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에서 어째서 이런 사치가 필요한가?'
'상식적으로 이런 일은 오히려 최상위 권력층에서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북한 내부의 논리에서 보면 개인적 사치 차원 이상의 문제였다. 이것은 일반인은 물론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인사에게 수령과 최고 지도자의 절대적인, 반신적인 권위를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였다. 이 권위를 위한 소도구가 롤렉스 시계나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등이라면 거창한 건축물이나 동상 등은 무대이고 치장이며 그 장치였던 것이다.
필자는 런던 근무 시절 여러 사업으로 북한 인사들을 초청해 영국과 교류하도록 도운 일이 있었다. 그때 북한 방문객들을 안내하던 영국 정부 인사가 놀랐다는 말을 했다. 방문객들에게 버킹엄궁전을 보여주었는데 그들이 코웃음을 치더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겨우 대영제국의 여왕이 사는 곳인가?" "(북한에 와서) 우리의 주석궁을 한번 보라"등의 반응을 했다고 한다. 영국인 안내원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어떻게 외부에 식량 원조를 청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그는 물론 신정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무대 장치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를 설명해줘도 끝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은 필자가 어렵사리 북한 젊은이들을 위해 해외 유학의 기회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에게 선호하는 전공 분야를 물으면 '건축'이라는 답이 돌아와서 신기하게 여겼다. 흔히 낙후된 북한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농업 아니면 경영, 혹은 금융이나 이공계의 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답은 그렇게 어려운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집트 룩소르의 유물, 혹은 베이징의 자금성을 보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답이 있다. 권력과 장엄한 건축물들은 역사상 불가분의 관계였다. 
"건축은 정치의 물리적인 현현이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벽돌과 모르타르로 이루어진 권력이다." 
특히 신정은 교리만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전이 필요하다. 북한의 신정이 세속적인 만큼 속세의 일반이에게 외경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신전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하기 어려운 시설물들을 보면서 새삼 권력의 생생한 권위를 느끼는 것이다. 말하자면 장성택의 임무는 새로 떠오르는 권력을 떠받들어 줄 치장을 마련하는 것 이었다.
라종일, 『장성택의 길: 신정神政의 불온한 경계인』 (알마, 2016), 120~122쪽.

Saturday, May 7, 2016

Robert Forczyk의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1-1942: Schwerpunkt가 단돈 2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Robert Forczyk의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1-1942: Schwerpunkt가 단돈 2000원에 팔리는걸 확인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니 가격 올라가기 전에 꼭 사세요. 킨들버전 보다 편집도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이 책에 대해 간략한 소개글을 쓰기도 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아마존에서도 킨들버전을 1.99달러에 팔고 있더군요. 할인판매하는 기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