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0일 화요일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Nazi-Soviet War

작년(2025년) 11월에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독소전쟁 개설서인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Nazi-Soviet War를 간행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우수한 개설서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독소전쟁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했다는 점 입니다. 독소전쟁 개설서 중 손에 꼽히는 걸작인 데이비드 글랜츠의 When Titans Clashed 같은 경우 군사작전을 설명하는데 치중되어 있습니다.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Nazi-Soviet War는 전쟁의 정치외교적 배경, 양측의 군사력에 대한 분석, 군사작전의 전개 과정, 전쟁 범죄, 전쟁 중 독일과 소련 사회, 전쟁 중의 외교, 전쟁이 남긴 유산 등 분야별로 균형잡힌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명의 연구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이런 균형을 갖추지는 못했을 겁니다.


제1부는 전쟁의 정치외교적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1장 German-Soviet Relations and Military Collaboration in the Inter-war Period는 노트르담 대학 사학과 교수 이안 존슨(Ian Ona Johnnson)이 썼습니다. 1장은 바이마르 공화국 초기 독일과 소련의 군사협력 과정, 군사협력이 독일 재무장에 끼친 영향, 히틀러 집권 이후 독소관계의 악화, 독소불가침 조약 체결 과정과 독일의 폴란드 침공, 독소전쟁 직전까지 독일-소련 협력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에 이르는 과정을 독일을 중심으로 해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구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설명을 정리했기 때문에 특별히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러시아에서는 다르게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장 Political Thinking and Strategic Planning for Hitler's Lebensraum in the East는 독일 국방군의 대빨치산 작전과 전쟁범죄를 주로 연구한 벤 셰퍼드(Ben H. Shepherd)가 썼습니다. 이 부분은 독일이 소련 침공을 단행한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불가침조약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소련의 상호 불신이 전쟁으로 치닫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탈린이 독일의 침략에 대비한 '완충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발트 3국과 루마니아를 침공하자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인 히틀러가 소련 침공을 결심하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다음으로는 히틀러와 독일 군부가 전쟁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독일의 정보 실패, 침공 계획의 수립, 소련 침공을 위한 군사 동맹 등을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전쟁의 양상을 극단적으로 치닫게 한 독일의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3장 Stalin's Political Delusions and Military Preparations for War with Nazi Germany는 일본의 소련사 연구자 구로미야 히로아키(黒宮広昭)가 썼습니다. 3장은 스탈린의 정치사상과 세계관, 군수뇌부와의 관계, 전쟁 발발 직전 정세 판단을 잘못한 스탈린의 과오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탈린의 사상이 실제 정책 결정에 작용한 과정을 잘 설명했습니다.


제2부는 전쟁 직전 독일군과 소련군의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4장 The Ostheer: Leadership, Command, Motivation, and Experience는 The Virtuous Wehrmacht: Crafting the Myth of the German Soldier on the Eastern Front, 1941-1944의 저자인 데이비드 해리스빌(David Harrisville)과 제프 러서포드(Jeff Rutherford) 두 사람이 집필했습니다. 이 장에서는 전쟁 직전 독일군의 규모, 훈련 수준 등의 전반적인 상황, 그리고 전쟁 초기 독일군이 소모전에 말려들면서 서서히 붕괴되는 양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련군에 관해서는 5장과 6장 2개 절을 할애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5장 The Red Army: Leadership and Command는 캘거리 대학교의 알렉산더 힐(Alexander Hill)이 썼습니다. 전쟁 직전 소련군의 전반적인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6장 The Red Army: Motivation and Experience는 러시아~소련 군사사 전문가인 로저 리즈(Roger R. Reese)가 썼습니다. 소련군에 2개 장을 할애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6장은 1941년 전쟁 발발 직전 부터 1945년 승리에 이르기 까지 소련군이 조직적으로 강화되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리즈는 전쟁 말기까지 소련군의 효율성이 꾸준히 향상됐지만 훈련과 사기 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잔존했다고 평가합니다.


제3부는 군사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책의 분량상 모든 군사작전을 상세하게 다루기 보다 핵심적인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전쟁의 큰 줄기를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3부는 기존의 다른 개설서들이 많이 다루었던 군사작전의 경과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은 없습니다. 7장 Operation Barbarossa, 1941은 이 책의 주편집자이자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대작을 쓴 데이비드 스태헐(David Stahel)이 썼습니다. 

8장 Stalingrad and the East Front 1942는 독일군의 시가전 수행을 다룬 Die Wehrmacht im Stadtkampf 1939~1942의 저자인 아드리안 베트슈타인(Adrian E. Wettstein)이 썼습니다. 1942년 전역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스탈린그라드 전투 뿐만 아니라 르제프 전투도 다루고 있습니다.

9장 The Battle of Kursk, 1943은 독일연방군 군사사-사회과학 연구소의 로만 퇴펠(Roman Töppel)이 썼습니다. 9장에서는 독일군의 쿠르스크 공세와 소련군의 8월 공세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쿠르스크 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10장 The Siege of Leningrad, 1941-1944는 독소전 통사인 Thunder in the East의 저자인 에반 모즐리(Evan Mawdsley)가 썼습니다. 1941년 부터 1944년에 이르는 레닌그라드 포위전을 다루다 보니 제3부에서 가장 서술의 밀도가 떨어집니다.

11장 Operation Bagration, 1944는 데이비드 스톤(David R. Stone)이 썼습니다. 바그라티온 작전에서 독일군이 쉽게 붕괴된 원인을 설명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세 초반에 독일 중부집단군의 주력이 포위 섬멸 당해 버렸으니 군사작전을 길게 설명하기도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12장 The Soviet Conquest and Occupation of Germany, 1945는 워털루 대학의 알렉산더 스타티예브(Alexander Statiev)가 썼습니다. 소련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1945년의 군사작전 뿐만 아니라 전쟁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많은 독소전쟁 당시 인명피해 문제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4부는 독소전쟁 중의 전쟁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참 읽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13장 Mass Murder in the German-Occupied East, 1941-1944는 포츠담 대학교의 알렉스 케이(Alex J. Kay)가 썼습니다. 소련 침공 직후 부터 시작된 독일군의 민간인·포로 학살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유형, 전쟁의 추이에 따른 학살 양상의 변화 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14장 Soviet Crimes at Times of War, 1941-1945는 멜버른 대학교 사학과의 마크 에델(Mark Edele)이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14장과 20장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입니다. 14장의 결론 부분에서 에델은 소련의 전쟁 범죄 문제를 다루는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전쟁 범죄 문제는 정치 성향에 따라 극단적인 시각들이 부딛혀온 주제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제5부는 전쟁 중 독일과 소련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16장 The German Home Front는 랭카스터 대학 사학과의 바스티안 윌렘스(Bastiaan Willems)가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평이한 부분이었습니다.

17장 The Soviet War Effort는 카네기-멜런 대학교의 웬디 골드만(Wendy Z. Goldman)이 썼습니다. 소련의 전시 동원 양상과 전쟁 중 소련 시민들의 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6부는 전쟁 중의 동맹외교를 다루고 있습니다. 17장  Germany and the Axis in the East는 멜버른 대학교 사학과의 올렉 베이다(Oleg Beyda), 제2차 세계대전시 루마니아군을 연구한 그랜트 하워드(Grant T. Harward), 이탈리아 군사사 전공자인 캐나다 국방사관학교의 리처드 캐리어(Richad Carrier), 헬싱키 대학교 사학과 교수 헨릭 메이난더(Henrik Meinander) 등 네명의 연구자가 함께 썼습니다. 독일과 여러 동맹국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어야 하는 만큼 여러 연구자의 협업이 중요했을 겁니다. 헝가리, 루마니아, 핀란드, 이탈리아 등의 동맹국이 소련과의 전쟁에 참전한 동기와 전반적인 군사작전의 전개, 그리고 전쟁에서 이탈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보다 약한 하위 동맹국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주는 장입니다.

18장 The Big Three and the Eastern Front는 한국에도 번역된 스탈린의 서재(Stalin's Library: A Dictator and His Books)의 저자이고 저명한 소련사 연구자인 조프리 로버츠(Geoffrey Roberts)가 썼습니다. 소련과 미국, 영국이라는 세 강대국의 전시 외교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도토리 같은 국가들이 아둥바둥하는 17장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제7부는 독소전쟁의 역사적 유산과 이것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19장  Germany's Selective Memory of Eastern Front는 독일연방군 군사사-사회과학 연구소의 외르크 에흐턴캄프(Jörg Echternkamp)가 썼습니다. 19장은 전후 서독에서 동부전선의 전쟁 경험을 미화하는 과거사 왜곡이 이루어지다가 1970년대 후반 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점진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과정, 그리고 동독의 과거사 인식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20장  The Politics of War Memory in the USSR and Post-Soviet Russia는 텍사스 A&M의 조나단 브런스테드(Jonathan Brunstedt)가 썼습니다. 브런스테드는 전후 소련에서 전쟁을 국가적 신화로 만들어가는 과정,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서 제기된 소련시기 역사관에 대한 비판, 그리고 푸틴 집권 이후 다시 대조국전쟁을 신화화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결론에서는 2014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침략이 대조국전쟁의 신화를 다시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독소전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유용한 훌륭한 개설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글랜츠의 When Titans Clashed 처럼 군사작전에 집중한 저작을 더 좋아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