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병님의 글 "위키피디아는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에는 2차 자료에 근거해 글을 쓸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 지적돼 있습니다. 저 역시 항상 저런 문제점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독일이나 미국에 갈 여건이 안되는 이상 결국은 2차 자료에 근거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제약에 봉착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2차 자료라도 최대한 활용해서 교차 대조를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서로 다른 주장들을 하고 있으면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제가 지난 달에 썼던 "독일과 프랑스의 군단급 기갑전투 : 독일 16차량화군단과 프랑스 기병군단의 교전사례"역시 쓰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이 Neumann의 "Die 4. Panzer-Division 1938-1943"과 Gunsberg의 "The Battle of the Belgian Plain"인데 이 Neumann의 경우 4기갑사단의 자료까지 충실히 활용한 반면 Gunsberg는 독일측의 경우 거의 제 16군단의 작전일지만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큰 맥락은 두 저작 모두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eumann의 저작과 Gunsberg의 저작은 제 4기갑사단을 후속한 제 3기갑사단의 이동에 대해 서술하는데 대략 1시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4기갑사단에 대한 부분이라면 Neumann의 저작을 좀 더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가겠지만 제 3기갑사단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Neumann의 저작이 잘 못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Gunsberg의 글은 제 3, 제 4기갑사단의 상급사령부인 제 16군단의 일지를 바탕으로 했으니 만큼 군단의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Neumann 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프랑스군의 움직임을 기술 할 때는 프랑스측의 문헌을 활용한 Gunsberg의 저작이 상대적으로 유용했습니다. Neumann의 저작도 그렇고 독일측의 입장을 반영한 Jentz의 Panzertruppen의 Hannut전투 부분도 프랑스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확하게 기술돼 있지요. 그래서 이 짧은 글을 하나 쓰는데도 혼동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확실한 1차 사료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자료에 의존해 글을 쓰면 쓰는 사람의 주관이 상당히 들어가게 되고 만약 이게 또 웹을 통해 다른 곳에 인용된다면 또 조금 꼬이겠지요. 정말 골치 아픕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1차 사료만 있다면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1차 사료를 구하기가 한국의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차 사료도 사료간에 상이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말은 쉬운데 실천은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