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1일 토요일

비밀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과 미국의 용병(用兵) 상의 연구가 흡사 부절(符節)을 합한 것과 같이 일치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등 불가사의하다고 할 수 없다. 국방용병이나 군사기밀이라고 하는 것은 요컨대 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에 기반하여 신중한 연구를 거듭한다면 결국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일본해군 군령부장 가토히로하루(加藤寬治), 1930년

가토요코 저/박영준 역, 『근대 일본의 전쟁논리 - 정한론에서 태평양 전쟁까지』, 태학사, 2003, 206~207쪽

가토히로하루의 이 발언은 제 개인적으로 '비밀'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군사기밀 뿐 아니라 사회의 다른 여러가지 문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불합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자료를 모으고 분석을 거듭 하면 그 실체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불합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시간이 걸리는 분석 보다는 당장 귀에 들어오는 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실 이 점에 있어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게으르고 편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함정에 자주 빠지곤 하지요.

그리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면 요상한 음모론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에 음모론이 꼬이는 이유도 본질적으로는 무엇인가 상식을 벗어난 특별한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인식 때문이지요.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일급기밀 문서들이 공개되면 대부분은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말은 쉽지요. 사실 요즘은 정보의 쓰나미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당장 제 자신을 돌아보니 사회적으로 민감한 일이 터지면 뭔가 말은 꺼내고 싶은데 처리해야 할 정보는 산더미 같고 귀찮다 보니 그냥 넘겨버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S****t님이나 S******r님 등 이글루의 거물들은 정말 대단하신듯.

※ 배군님이 인용문의 오류를 지적해 주셔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