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8일 일요일

학자들의 노고(?)

옛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건 참 재미있는 경험이지요.

(전략)

돈키호테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학자들의 노고는 주로 가난입니다. 모든 학자가 다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가난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말만으로도 저는 그들의 불행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가난해서 좋을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학자가 되면 그에 따라 부수적으로 오는 가난 때문에 고통받는데 바로 배고픔에, 추위에, 헐벗은 차림으로, 혹은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먹지 못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닌 것입니다. 비록 유행에서 약간 뒤쳐지거나 부자들이 쓰고 남긴 것을 쓰게 되더라도, 학자들의 최고의 고통은 바로 '수프를 찾아나서는 일'일 것 입니다. 그래도 남의 집에 가면 화로나 난로 옆에서, 몸을 데울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추위를 피할 수 있을 것이고, 밤에는 집 안에서 잠을 잘 수도 있는 겁니다. 그 밖의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즉 속옷이 부족하거나, 여분의 신발이 없다거나, 털이 빠져 요상한 옷이라거나, 운 좋게 어느 연회에 가서 지나치게 많이 먹어 배탈이 나거나 하는 것 까지 나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학자는 내가 지금껏 이야기한 험난한 길에서 여기저기 부딪치고 넘어져, 이쪽에서 일어서고 또다시 저쪽에서 넘어지고 해서 원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 입니다."

(후략)

미겔 데 세르반테스/박철 옮김, 『돈키호테』, 시공사, 2004, 529~530쪽

오늘날에도 충분히 적용되는 이야기 같습니다. 소위 학문이라는 일을 하면서 부자 소리를 들을 만큼 돈을 벌기란 참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