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준장이 포병학교장으로 부임했을 때이다. 나는 포병학교를 시찰했을 때 교장실 입구에 두 그루의 큰 소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근사하고 멋진 나무다’라고 혼잣말 비슷하게 말하자 박 교장은 빙슷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본래 이 자리에는 버드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드나무란 축 늘어져 군인의 기상과도 맞지 않아 뽑아버리고 쭉쭉 뻗은 이 소나무로 바꿔 심었습니다”라고 자랑하였다.
“좋은 생각이다”라는 말을 하고 며칠 후 다시 방문했을 때는 그 싱싱하던 소나무 잎이 빨갛게 마른 채 베어져 입구 한쪽에 쌓여 있지 않은가.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토질이 맞지 않는지 실패했습니다”라며 섭섭해 하였다. 맥아더 원수의 회고록에(그의 아버지가 한 말인지 기억이 애매하나) “군인은 나무를 자를 줄은 알아도 성장 과정은 모른다”는 구절이 언뜻 생각났다. 상무대는 습지여서인지 소나무가 자라기에는 부적격한 토질이었고, 그런데다 나무에 전문가가 아닌 군인들이 그 큰 소나무를 옮겨 심었으니 살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그의 기분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젊은 피교육 장교들이게 버드나무처럼 축 늘어진 모습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소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유재흥, 『激動의 歲月: 劉載興 回顧錄』, 을유문화사, 1994, 352~3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