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7일 월요일

War before Civilization : The Myth of the Peaceful Savage - by Lawrence H. Keeley

이번 미사일 사태를 통해 나타난 국내 일부 지식인들의 매우 “나이브”한 국제 정세와 군사문제 인식은 꽤 심각한 수준이다.

일단 이들은 “미국”만이 동북아의 전쟁 유발 요인이며 “미국”만이 침략전쟁을 한다는 괴상한 발상을 두뇌에 탑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나이브한 인식이 이들 소수의 머릿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좀 더 겉 멋 든 바보들에게 전염되는 것이다. 이미 소위 인터넷 논객이라는 머저리들에게 이런 경향이 전염되는 것으로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사회가 좀 더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가방 끈 긴 바보들의 망상을 깨 줄 필요가 있다.

사족이 길었는데 이번에 살펴볼 책은 나온지 10년(1996년 출간)이 넘은 책으로 전쟁에 대해 안이한 발상을 하는 바보들을 위한 책이다.

이름하여 “War before Civilization”. 부제는 “The Myth of the Peaceful Savage”.

제목에서부터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인 Lawrence H. Keeley는 책의 서문에서부터 서구 지식사회에 만연된 “평화로운 문명 이전 시대”와 “야만적인 문명사회”라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학부생 시절 참여했던 발굴을 예로 들며 확실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망상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지식인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고고학자이기 때문에 풍부한 고고학적 증거와 인류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인용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미 수만년 전부터 지독하게 폭력적인 존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선사시대의 사회”가 기술적으로 뒤떨어졌기 때문에 살상 능력도 부족했고 이 때문에 전쟁을 하더라도 살상률은 낮을 것 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나 저자는 1960년대 이후 인류학자들이 뉴기니 등 오지에서 벌어진 부족전쟁을 관찰한 내용을 인용하며 “오히려” 비 문명화된 사회의 전쟁이 더 잔인하고 살상률도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미국의 대학들이 1960년대부터 80년대 까지 선사시대의 전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평화로운 선사시대”라는 왜곡된 인식을 확산 시켜왔다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특히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지식인 사회의 염전 풍토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비판 대상으로는 유명한 브라이언 페이건의 개설서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각 장에서 “비 문명화된 사회”의 전쟁 수행 방식, 조직 등을 고고학과 인류학적 증거를 동원해 설명하고 있다.
여러 자료들을 통해 재 구성한 “비 문명화된 사회”의 전쟁 양상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비문명화된 사회는 정교한 행정 조직이 없더라도 인구 대비 병력 동원률이 현대 국가들 보다 높으며 인구 당 전사율은 현대 국가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저자의 주장은 실증적인 자료들을 동원해 구성됐기 때문에 설득력도 높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지식인”들의 망상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이 선사시대의 폭력과 전쟁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는게 어디 미국 지식인 사회만의 문제이겠는가.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야만적이고 문명화 된 미국이 쏴대는 “토마호크”와 순박한 북조선이 쏴대는 “대포동”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믿는 바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 바보들이 자신들의 망상을 전염시키기 위해 광분하고 있어 더더욱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