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일 화요일

코낼리 상원외교위원장 인터뷰 사건

애치슨 국무장관의 극동방위선 관련 발언으로 한국이 어수선하던 1950년 5월 5일, 미국 상원의 외교위원장 코낼리 의원은 U.S. News & World Report와의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코낼리 의원은 한국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고 합니다.

Q - 의원께서는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 저는 우리가 원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한국은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한국을 돕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공산주의자들이 장악한 북부 지역은 아시아 본토, 즉 소련과 접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소련이 한국을 정복하려는 의도만 있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만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Q - 그렇지만 한국은 미국의 방위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요?

A - 물론입니다. 한반도의 모든 지역은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이 가장 중요한 지역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일본과 오키나와, 필리핀을 잇는 방어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인터뷰가 나가자 국무부는 당황합니다. 애치슨 라인 덕분에 이 박사로부터 별로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던 국무부는 코낼리 상원의원의 인터뷰가 한국 내에서 일으킬 반향을 걱정하게 됩니다. 국무부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대략 다음과 같은 대책을 강구합니다.

극동차관보(러스크)가 국무부차관(웹)께

대외비 워싱턴 1950년 5월 2일

미국의 대한정책에 대한 코낼리(Connally) 상원의원의 발언

이 문서에는 코낼리 상원의원이 1950년 5월 5일자 U.S. News and World Report에 실린 “국제 정책과 초당파적단결”이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제에 대해 대답한 두 개의 문제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차관께서는 주말로 예정된 코낼리 상원의원과의 면담에서 코낼리 의원의 발언이 미칠 파급효과, 특히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제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무부는 다음과 같은 대응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1) 코낼리 의원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국무부의 기본 입장과는 무관한 패배주의적 경향을 드러낸 것이며 이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미국이 남한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국무부의 기본 입장은 1950년 3월 7일에 국무부장관이 코낼리 의원도 참석한 상원외교위원회에서 한 발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이렇습니다. :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 입니다. 최근 있은 논의에서 많은 의원들이 미국이 한국을 원조하기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미국의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대신 성공하겠다는 결의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대내외적 문제와 한국의 자치 경험의 부족과 기술적, 행정적 노하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안정성과 공공질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공산주의자들의 체제 전복 시도도 일시적이나마 효과적으로 차단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우리의 원조에 힘입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도 될 만큼 충분한 희망을 가져도 됩니다. 물론 100%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원조가 없다면 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2)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코낼리 의원의 답변은 대한민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을 미국의 극동 방어선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문제입니다.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있는 “방위권(Defense Perimeter)"에 대한 국무장관의 프레스 클럽 연설 이후 국무부는 한국정부의 외교관과 미국의 극동방위권에 한국까지 포함시켜야 된다는 (미국 내의) 집단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현 행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대한민국을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 포함시키는) 공약을 제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이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방위선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미국에 대한) 신뢰와 지속적인 공산주의의 위협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을 것입니다.
코낼리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서, 만약 언론기자들이 국무장관께 코낼리 의원의 인터뷰에서한국에 대한 발언에 대해 질문한다면 다음과 같은 맥락으로 대답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과 관련해서 코낼리 의원 및 코낼리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원외교위원회와 많은 의견을 나눴으며 또한 하원외교위원회(House Foreign Affairs Commitee)와도 의견을 나눴습니다. 저는 의회와 국무부간에는 어떤 의견이나 견해 차이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이 독립된 국가로서 생존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미국정부는 직간접적으로 국제연합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것입니다.”

“저는 코낼리 상원의원이 말한 것은 한국과 사실상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공산주의의 압제로부터 독립되고 자유를 누리는 것이 미국에게 있어 극도로 중요한 것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의회가 군사원조나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50, USGPO 1976, pp.64~65

당연히 한국의 언론들은 이 심각한 발언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리대사(드럼라이트)가 국무부 장관께

코넬리 의원의 한국 문제에 대한 발언으로 언론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들은 5월 5일에 코낼리 의원의 발언에 대한 소식을 추가적인 설명 없이 전송 받았습니다.
5월 6일자 석간 신문 두 곳(서울, 경향)은 AP통신이 보도한 무초대사의 발언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경향신문의 “코낼리의 어리석은 발상을 반박함”이라는 제목의 사설은 한국은 미국의 소련에 대한 투쟁의 동반자이며 특히 한국이 공산주의와의 투쟁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단호한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은) 코낼리 의원이 상원 외교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은 미국 국민과 민주당의 영향이 강한 국무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소련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코낼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설은 미국의 대한 원조 공약을 언급하면서 만약 한국이 공산화 된다면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방어선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후 략)

Ibid, pp.66~67

또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박사는 심기가 아주 불편하셨습니다.

드럼라이트 대리대사와 이승만 대통령의 회견록

2급비밀, 1950년 5월 9일, 서울

주제 : 코낼리 상원의원의 한국 관련 발언에 대한 이승만 대통령의 지적


오늘 아침 이승만 대통령과의 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코낼리 상원의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한 한국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매우 분노에 찬 목소리와 냉소적인 태도로 한국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한국과 3,000만의 한국인이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가치가 별로, 아니면 아예 없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코낼리 의원의 발언은 공산당에게 대한민국을 쳐들어와도 좋다고 초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코낼리 상원외교위원장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제정신일 수 있겠냐고 비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코낼리 의원의 발언은 매우 해로운 것이며 코낼리 의원이 국무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상 그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후 략)

Ibid. p.77

그리고 대략 한 달 뒤에 수령님께서는 스탈린 동지가 하사하신 땅크를 몰고 진짜로 쳐 내려왔지요. 전쟁이 터지기는 했지만 이 전쟁은 이 박사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미국으로부터 버림받는 일은 없도록 해 줬습니다. 이박사에게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