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기이한 도덕적 먹이사슬

1950년대에 무장친위대 출신 퇴역군인들은 상호원조회(HIAG, Hilfsgemeinschaft auf Gegenseitigkeit)로 불리는  참전군인단체를 조직했습니다. 그런데 HIAG의 각종 대외활동은 외부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장친위대 출신자들은 전쟁기간중 나치당의 무장조직인 무장친위대에 소속되었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고 이때문에 전직 무장친위대원들은 공개적으로 무장친위대 출신이라는 점을 밝히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향으로 인해 HIAG에 가입한 회원은 2만명을 기록한 뒤 1960년에 이르면 기존의 회원조차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문에 하우서(Paul Hausser)길레(Herbert Otto Gille)와 같은 무장친위대의 유명인사들은 무장친위대가 나치의 전쟁범죄와 '거리가 먼' 조직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예를들어 길레는 1953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무장친위대 출신자들의 집회에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이 무장친위대에게 전쟁범죄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고 성토했습니다. 또한 HIAG의 기관지 중 하나인 Der Freiwillige는 1957년 6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무장친위대를 친위대보안국(SD, Sicherheitsdienst), ..... 그리고 강제수용소 경비원들과 동일한 부류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실은 최근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무장친위대는) 이러한 조직들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해군, 공군 또는 육군과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무장친위대는) 다른 병종과 같은 군사조직이었으며 전투에 임할때나 점령지의 민간인들을 상대할 때에 있어서나 군사규율을 엄격하게 준수했다."

Large, David Clay. 'Reckoning without the Past: The HIAG of the Waffen-SS and the Politics of Rehabilitation in the Bonn Republic, 1950-1961', The Journal of Modern History Vol.59 No.1(Mar., 1987) pp.84~85 

기이하게도 전직 친위대가 또 다른 전직 친위대에게 전쟁범죄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이 된 것 이었습니다. 물론 무장친위대는 전쟁범죄로 부터 자유롭지도 않았고 점령지의 민간인들에 대해 항상 규율을 엄격히 준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1990년대에 독일 국방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때 까지 전쟁범죄 문제를 두고 기이한 도덕적 먹이사슬(???)이 형성되었는데 육해공군등 국방군은 친위대 조직(무장친위대+일반친위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무장친위대는 일반친위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였습니다.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군요.

육해공군 : 우리는 친위대와는 달리 깨끗한 군인이랍니다.

무장친위대 : 우리는 일반친위대와는 달리 깨끗한 군인이랍니다.

일반친위대 : 이런 위선자 새퀴들!!!


다행히도 1990년대 이후로는 나치 시기의 범죄연구가 국방군의 전쟁범죄로 까지 확산되어 더 이상은 이런 기이한 도덕적 먹이사슬이 존재할수 없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