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취향이 그런지는 몰라도 주인공인 동영이 나오는 부분은 지루했던 반면 동영의 부인과 어머니가 나오는 부분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 처럼 부역자 가족이 겪는 고통을 가슴에 와닫게 잘 묘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에서 가장 슬펐던 부분은 동영의 어머니가 죽어가면서 정인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부분이었습니다.
니는 하나님이나 잘 섬기그라. 예수 믿는 거 꼭 잊지 마래이. 지금 세상 보이 그 귀신이 제일로 힘 있는 것 같다. 그 많은 양놈들 면면이 잘 봐주이 내 새끼들이라꼬 왜 안 봐 줄로? 조상 귀신은 내한테 맽기고 니는 참말로 예수한테 복받는 사람 돼야 한데이. 아아들도 모도 예배당에 데리가는 거 잊지 말고....
하권 631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막연히 계속해서 떠올랐든데 구체적으로는 표현을 못 하겠군요.
후반부에 길게 실린 동영의 노트는 불필요한 사족 같고 별다른 느낌이 없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이문열의 작품을 읽어 본 것 같습니다. 이참에 황제를 위하여 같이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것들을 다시 읽어 봐도 좋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