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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7일 월요일

형님 노릇

1965년 7월 22일, 백악관에서는 베트남전에 대한 개입 확대를 둘러싼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미 베트남은 계륵 같은 꼴이 되어 있었고 정치인들의 골머리를 썩게 하고 있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합리적인 군사적 대안을 찾고자 했는데 군에서는 강경한 대응을 제안합니다.

이 회의록에는 강대국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존슨 : 맥나마라 장관에게 이러한(베트남에 대한) 문제들과 이에 대한 방책을 상의하기 위해 여러분을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각 군 참모총장들에게서 가능한 방안에 대해 들어본 뒤  군사적인 관점에서 방안을 추천해 줬으면 합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베트남을 포기하는 것인데 손실은 가장 적을 겁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패배하는 겁니다. 세 번째는 100,000명을 추가 파병하는 것인데 이 정도로는 병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내년에 추가 파병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방안의 문제점은 사태가 더 격화되고 사상자가 늘어나며 승리할 수 없는 장기전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 입니다. 먼저 여러분이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 한 뒤 우리가 어떤 방안을 취해야 할 지 말 해 보십시오.

맥도날드(David. L. McDonald) 해군참모총장 : 해병대를 파병하면 상황이 호전될 것 입니다. 저는 우리가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개입해야 한다는 맥나마라 장관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만약 우리가 현재 방식대로 계속한다면 적에게 느리지만 확실한 승리를 안겨줄 뿐 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한다면 상황을 역전시키고 우리가 앞으로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줄 겁니다. 저는 우리가 진작부터 이렇게 하길 바랬습니다.

존슨 : 하지만 제독도 100,000명으로 충분할 것 인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제독은 왜 우리가 (개입을) 멈춰서는 안되고 이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까?

맥도날드 : 조만간 적을 협상 무대로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존슨 : 하지만 우리가 100,000명을 증파하더라도 적이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투입하지는 않을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맥도날드 : 폭격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존슨 : 우리가 이 방안을 취해야 합니까?

맥도날드 : 예. 각하. 제가 대안을 고려해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철군하거나 병력을 증파해야 합니다.

존슨 : 그게 전부입니까?

맥도날드 : 예, 저는 우리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존슨 : 현재 우리를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동맹국은 많지 않습니다.

맥도날드 : 태국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만약 우리가 베트남에서 빠져나온다면 전 세계가 미국의 공약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달리 선택할 길이 없습니다.

Larry Berman, Planning a Tragedy : The Americanization of the War in Vietnam(W.W.Norton, 1982), pp.112~113
맥도날드 제독의 말 처럼 강대국이 되면 설사 계륵이라 하더라도 그냥 뱉고 나올수가 없게 됩니다. 언제나 형님 노릇은 고달프지요.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부시 행정부의 민군관계에 대한 한 공화당 지지자의 비판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오바마에 투표했다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오늘 할 이야기는 부시 행정부의 삽질에 환멸을 느낀 한 골수 공화당원에 대한 것입니다.

미국은 군대에 대한 문민통제가 잘 확립된 국가입니다. 하지만 문민통제는 민간인으로 이뤄지는 최고 정책 결정집단과 이를 수행할 군인들 간에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 + 럼즈펠드 국방장관 이라는 최강의 조합으로 미국식 문민통제가 막장으로 치닫는 모습을 이미 구경했으니 균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입니다.
민군관계와 관련해서 제가 즐겨 읽는 저자 중 한 명인 허스프링(Dale R. Herspring)은 이렇게 민간관료와 군인간의 균형 유지에 많은 관심을 쏟는 인물입니다. 이 양반의 저작들은 이미 제 블로그에서 몇 번 간략히 소개했었지요.

허스프링은 공산권의 군사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한 번 정도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 입니다. 허스프링은 해군 대령 출신이며 또 해외 주재 무관으로 20년간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의 민군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발전모델(developmental model)이라는 이론을 만든 인물입니다. 이 양반의 논문이나 저서들은 대부분 소련과 동유럽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민군관계를 대상으로 한 것도 많습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저작인 The Pentagon and the Presidency라던가 비교적 최근의 저작인 Rumsfeld’s War 등이 이에 속하지요.

허스프링은 자신의 저작인 Rumsfeld’ War에서 밝히고 있듯 골수 공화당원입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삽질은 이 골수 공화당원 마저 환멸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허스프링은 Rumsfeld’ War의 서두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수년간 내가 쓴 모든 책과 논문 중에서 이 책의 내용보다 더 심란한 주제를 다룬 것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생각하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에 두 번이나 투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국무부의 해외 주재 무관으로서 20년간 활동했으며 32년간 미해군에 복무하면서 말단 사병에서 대령까지 진급했다. 나는 부시행정부가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WMD)로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담 후세인과 9/11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이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 이것을 믿었기 때문에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기도 했다. 나는 퇴역 해군 장교로서 나의 최고 사령관을 지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생각하지 않았다.

Dale R. Herspring, Runsfeld’s Wars : The Arrogance of Power,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8), p.ix

하지만 이 골수 공화당원은 부시 행정부의 삽질, 특히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럼즈펠드의 삽질에 환멸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2003년 3월의 이라크 침공을 결행하는 과정과 미군의 군사적 전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됐다. 나는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발언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도 사담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어쨌건 후세인은 이라크인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으며 또 이란에도 사용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담과 빈 라덴의 연관성에 대한 가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매우 실망했으며 분노했다. 이 가설은 국방부의 민간 관료들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해 낸 것이 명백해졌으며 만약 국방부장관 도널드 럼즈펠드와 그의 측근들이 자료를 왜곡하고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의 필요성을 설득하지 않았다면 현재 미군은 이라크에 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늑대가 문 앞에 닥쳤다고 요란하게 경고했다. 그리고 우리에 갇혀 있는 늑대가 위협이 된다고 사람들을 믿게 만들려 했다.
그리고 나는 럼즈펠드가 직업 군인들을 대하는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럼즈펠드는 최소한 30년 이상을 군에 헌신한 고위 장성들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으며 군사 혁신과 군사전술, 그리고 작전 절차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장군들에게 강요했다. 물론 (군에 대한) 민간 통제는 원칙이지만 이것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관과 군대 사이에 상호 존중이 있어야 한다.

Ibid, pp. ix-x

허스프링은 이미 이 책을 쓰기 몇 년 전에도 부시 행정부가 군대에 대해 저지르는 삽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가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전쟁 수행 방식은 존슨 행정부와 한가지 결정적인 점에서 다르다. 존슨과 맥나마라는 군대를 비판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려고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의 군 개혁 시도를 지지하면서 이러한 싸움에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 있으려 한다.
공개된 자료들을 가지고 판단할 때 럼즈펠드는 군인들의 사고 방식이 경직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부시 행정부 초기부터 군대와는 협조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럼즈펠드는 신세키(Eric Ken Shinseki)와 같은 장교들이 군을 혁신하려 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럼즈펠드는 자신의 급격한 개혁 계획을 직접 수행하려 했으며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럼즈펠드는 대부분의 군부 인사들에 대한 경멸감을 감추지 않았으며 극 소수의 장교만이 럼즈펠드의 의사 결정 집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럼즈펠드는 자신과 자신의 민간인으로 이뤄진 측근들이 수년간 군대에 복무한 군인들 보다 미국에 대한 위협 요소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럼즈펠드는 자신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만 군인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결과 부시 행정부에서 럼즈펠드는 군대를 멸시했다. 물론 럼즈펠드는 국방부가 외부에 어떻게 비춰지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합참의장과 합참부의장을 자신의 방식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장교로 골랐다. 저자가 보기에 마이어스(Richard B. Myers)페이스(Peter Pace)는 (럼즈펠드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결정이나 공식적인 발표를 할 때에는 최고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개인적인 권한의 측면에서 볼 때 마이어스 대장은 2차대전 이래 가장 약한 미합참의장이다.

Dale R. Herspring, The Pentagon and the Presidency : Civil-Military Relations from FDR to George W. Buch,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5), pp.404~405

허스프링은 부시 행정부에서의 민군관계, 특히 럼즈펠드 장관과 군대의 관계에 대해서 극도로 비판적이며 2008년에는 위에서 인용한 Rumsfeld’s War라는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아예 책 한권을 할애해서 럼즈펠드를 비판하고 있는데 저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민군관계에서 볼 때 얼마나 럼즈펠드에게 실망을 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이렇게 수년간 계속된 럼즈펠드와 부시의 삽질은 허스프링 같은 골수 공화당 지지자 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잘 아시는 것이죠.

요즘 한국에서도 대통령과 한 '장관'의 삽질이 범 국민적인 짜증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부시가 럼즈펠드에게 군사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고 방관한 것 처럼 이명박도 강만수에게 큰 권한을 안겨주고 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삽질을 보면 이명박과 강만수의 관계는 부시와 럼즈펠드의 관계와 유사해 보입니다. 럼즈펠드는 미군을 이라크에 처박아 엉망으로 만들고 극심한 비판에 직면하고 나서야 물러났습니다. 물론 미군은 아직도 럼즈펠드의 삽질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명박의 신뢰를 받는 강만수가 삽질을 하면서 극심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될 수 있다면 럼즈펠드 처럼 사태를 구제불능으로 만들기 전에 강만수는 물러났으면 싶습니다만 이명박의 완고한 태도를 봐서는 당분간 어려울 듯 싶군요.

2008년 6월 17일 화요일

天朝의 兵部尙書 두 양반에 대한 책

세상이 우울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이 어린양 같은 소시민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늘은 아마존에 주문 넣은 책이 몇 권 도착했습니다.


발송한 날자는 다른데 도착은 같은 날 했습니다. 그야말로 Time on Target이로군요!

경제사정도 갈수록 악화되어 지르는 책의 양이 줄어들다 보니 그에 맞춰 책을 고를때도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신간을 바로 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고 나온지 최소한 두어달 이상은 된 책들을 서평을 살펴가며 사 보게 되었지요.

이번에 도착한 책 중에는 미국의 국방부 장관 두 명에 대한 책이 있습니다.

첫번째 양반을 다룬 책은 바로 이 책 입니다.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전쟁부 차관을 지내고 트루먼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냉전 초기 미국의 국방정책 형성에 큰 역할을 한 루이스 존슨(Louis Arthur Johnson)을 다룬 책 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양반을 다룬 책은...

표지에 낚였습니다?

민군관계의 권위자인 허스프링(Dale R. Herspring)이 작심하고 럼즈펠드를 까기위해 쓴 책 입니다.

예전에 허스프링이 루즈벨트 이래의 미국 민군관계에 대해 쓴 책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도 허스프링은 럼즈펠드를 열심히 까고 있었는데 그때 까지도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직' 국방부 장관이 되었지요. 까기에 아주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이죠. 그래서 허스프링은 단행본 한 권을 할애해서 럼즈펠드를 까고 있습니다. 결론 부분을 먼저 읽어 보니 허스프링은 민군관계에 있어 갈등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국방부장관의 임무는 이 갈등을 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협력적으로 끌고 가야하는데 럼즈펠드는 이 점에서 실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마철의 무료함을 덜어줄 물건들이 생기니 아주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