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7일 토요일
Christer Bergström, The Battle of Britain:An Epic Conflict Revisited(Casemate, 2015)
아마존에 주문한 책 몇권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훑어 보는 중 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큼지막한 판형의 The Battle of Britain:An Epic Conflict Revisited입니다. 저자인 Christer Bergström은 이 책에서 전작인 The Ardennes, 1944-1945: Hitler's Winter Offensive만큼이나 논쟁적인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영국본토방공전에서 실제 전투 손실은 영국공군이 독일공군 보다 더 컸다는 것 입니다.
저자는 그동안 영국본토방공전에서 영국군이 독일군에 두배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 잘못된 통계방식에 근거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영국군의 손실은 전투기사령부 소속 전력만을 집계하고 있으며 그나마 300대 가까이 축소평가되어 있는 반면 독일공군은 전투기부대는 물론 폭격기부대를 합산했으며 여기에 전투손실과 비전투손실을 합쳐놓고 있어 그 피해가 과대평가됐다는 것 입니다.
저자는 영국본토방공전에서 실제 전투손실은 영국공군이 1800대, 독일공군이 1400대 정도로 손실비에서는 오히려 독일공군이 우세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결론에 따르면 영국본토방공전 기간 중 영국공군의 전투손실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전투기사령부: 약 1200~1300대
폭격기사령부: 349대
연안사령부(RAF Coastal Command): 148대
저자는 전투기사령부의 전투기 손실을 집계하면서 완전손실 1,023~1,135대에 1940년 7월 부터 10월까지 격추되었다가 회수되어 수리된 289대를 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폭격기 사령부와 연안사령부의 손실을 합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게 여겨지는데 전투기사령부의 손실을 다시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논쟁이 될 것 같습니다.(주로 비판적인 방향에서요.) 반면 독일공군의 전투손실은 1940년 7월 10일 부터 10월 31일까지 1,369대라고 집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1,020대가 영국공군의 스핏파이어와 허리케인, 디파이언트에 격추되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논쟁적인 주장은 Bf 110이 영국공군 전투기를 상대로 약간 우세한 교환비를 보였던 것이 아니냐는 것 입니다. 전후에 나온 저작들은 영국본토방공전에서 무겁고 둔한 Bf 110이 스핏파이어나 허리케인의 상대가 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것 입니다. 예를들어 영국공군 전투기의 손실 원인을 특정할 수 있는 1940년 8월 8일 부터 9월 7일까지의 기록을 보면 전투기에 의한 손실중 23%가 Bf 110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독일측의 격추 주장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 입니다. 독일측의 기록에 따르면 7월 1일 부터 10월 31일까지 전투기의 격추전과 중 Bf 110이 27.8%, Bf 109가 72.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Bf 110이 전체 격추의 27.8%를 차지했다는 전제하에 손실비를 평가하면 1940년 7월 1일 부터 10월 31일까지 Bf 110은 196대가 전투에서 격추된 반면 같은 기간에 290대를 격추하여 1.5:1이라는 우세한 교환비를 달성했다고 추정합니다. 저자는 Bf 110이 다소 우세한 교환비를 보인 원인이 고고도에서 급강하하면서 일격이탈을 하는 전술을 택했기 때문이지 않겠냐는 추측을 합니다.
전반적으로는 영국본토방공전이 영국의 전략적 대승리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지만 항공작전의 전개 양상에 대해서는 도발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항공전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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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총량에 대해서는 사실 영국측도 집계방식에 따라 차이가 꽤 있는지라 잘라 말하긴 뭣하지만, 격추된 뒤 회수되어 수리된 기체를 더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타당해 보입니다.
답글삭제예를 들어 미군의 U.S. Strategic Bombing Survey - European War에서 독일 단발전투기 손실량을 측정할 때, 문서를 감안하면 아마도 독일로부터 노획한 Quartermaster General's reports on aircraft and crew losses를 이용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때 손실량 측정의 기준은 파괴되거나 10%를 초과한 손상을 입은 기체 전체입니다. 20~50% 손상된 기체들 중 상당수는 수리 후 전선에 복귀했을테니 영국측이 손실기 산정에 회수되어 수리된 기체를 미포함시켰다면, 교환비 산정에서 독일은 좀 억울한 면이 있지요. 이런 기준은 (좀 많이 낡은 자료긴 합니다만) John Ellis의 World War II: A statistical survey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 손실량 집계가 있는걸 보면 아마 다른 손실자료에도 적용되는 자료가 꽤 있는듯 싶습니다.
ps. 사족이지만, Quartermaster General's reports on aircraft and crew losses를 독일의 지인을 통해 구해 엑셀화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이게 화질이 너무 안좋아(원본이 마이크로 필름이라고 합니다.) 도저히 확인이 안되는 구간이 많아 포기 상태인데요. 혹시 어린양님은 이 자료 화질이 좀 개선되거나 나은 판본을 구할 방법을 알고계시지 않나 궁금합니다.
직접 가서 복사해 오는게 상책입니다. 그래서 저도 목돈이 생기면 외국에 직접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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