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1일 토요일

일러스트레이터 Uwe Feist 선생 사망

 밀리터리 분야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명성을 떨쳤던 Uwe Feist 선생이 어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제가 밀리터리 분야에 입문했을때 많이 보았던 미국 스쿼드론 출판사의 책을 비롯해 1970~90년대에 많은 작품을 남긴 분이죠. 인터넷에 출처 없이 돌아다니는 밀리터리 일러스트레이션 중 꽤 많은 수가 이분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알던 세상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어서 참 슬픕니다. 이분의 작품은 화려함은 없어도 전차와 비행기의 느낌을 잘 살리는 정석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RZM Import의 페이스북에 부고 소식이 올라와 있습니다.


2026년 3월 19일 목요일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 쇠퇴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하나

 미육군전쟁대학에서 간행하는 Parameters에 실린 Imitating US Doctrine cost Europe its heavy combat power라는 논문을 읽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주장을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논문의 필자 네메스(Bence Nemeth) 교수는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이 약체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미국과 유사하게 대비정규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군사력 개편을 했기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네메스는 비록 유럽 국가들이 장기간 군축을 하기는 했어도 미국식 교리를 추종하지 않았다면 재래식 군사력이 현재와 같이 약화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국가는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세 나라입니다. 제목에는 유럽이라고 써놓고 캐나다군까지 분석대상으로 집어넣은건 이상합니다만 캐나다도 NATO의 일원으로 동유럽에 파병을 하고 있긴 하지요. 네메스는 이 세 국가를 선정한 이유는 캐나다, 독일, 영국이 발트3국에 전개된 전방지상군 전투단(Forward Land Forces battlegroup)의 중핵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1990년, 2001년, 그리고 2022년에 분석 대상 3개국이 실제로 보유했던 전차, 보병전투차, 야포 및 다연장의 숫자와 '만약' 미국 교리를 따르지 않고 기존의 재래식 중시 교리를 유지했을 경우 보유했을 경우의 숫자, 그리고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 등이 추산한 '현 시점에서 러시아의 발트3국 침략을 막는데 필요한' 장비의 숫자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1990년은 냉전이 막 종식되는 시점이고 2001년은 탈냉전 이후 본격화된 군축의 영향이 나타난 동시에 대테러전쟁이 시작된 시점, 마지막으로 2022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략하면서 유럽의 군사적 취약성이 명백해진 시점입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의 핵심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입니다. 이기간 동안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교리에 따라 대비정규전 중심으로 군을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네메스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독일, 영국 세 나라 모두 지상군 총병력 대비 전차부대와 포병부대의 숫자가 격감했다고 지적합니다. 교리의 변화가 없었다면 전차부대의 비율은 훨씬 높았을 거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이 연구는 교리의 변화가 없어서 기갑과 포병의 비율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2022년 기준으로 캐나다군은 56대, 독일군은 462대, 영국군은 230대 더 많은 전차를 보유했을 것으로 봅니다. 마찬가지로 야포와 다연장의 경우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캐나다군은 실제보다 33문, 독일군은 실제보다 142문, 영국군은 실제보다 98문 더 많은 포병 무기체계를 보유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병전투차량은 교리 변화의 영향을 덜 받은 무기체계이므로 실제와 큰 차이는 없거나 오히려 약간 줄어들었을 걸로 봅니다.

 네메스는 근본적으로 교리의 변화로 인해 실제로 보유한 장비의 숫자가 줄어서 유럽이 재무장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 등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NATO가 러시아의 침략으로 부터 발트 3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1,400대의 전차, 2,000대의 보병전투차, 700문의 야포와 다연장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네메스는 기존의 정규전 중심 교리가 유지되었다면 캐나다, 독일, 영국 3개국이 보유한 전차만 총 1,340대, 야포와 다연장은 596문으로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가 제시한 기준에 근접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차와 포병 무기체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2022년에 이 3개국이 실제로 보유한 전차는 593대, 포병 무기체계는 323문이었습니다. 

 결국 교리 변화로 인해 전차와 포병 무기체계가 격감했기 때문에 유럽의 재무장 비용도 커졌다고 평가합니다. 필자는 킬 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312억 유로가 필요하지만 교리의 변화가 없었다면 139억 유로만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예산 감축 보다 교리의 변화에 주목하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26년 3월 15일 일요일

Arthur Bondar Collection

' 아르투르 본다르'라는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작가가 수집한 제2차 세계대전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좀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Arthur Bondar Collection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전선 사진이 많은 편이지만 서유럽과 태평양전선의 사진도 상당히 많습니다.


2026년 1월 20일 화요일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Nazi-Soviet War

작년(2025년) 11월에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독소전쟁 개설서인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Nazi-Soviet War를 간행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우수한 개설서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독소전쟁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했다는 점 입니다. 독소전쟁 개설서 중 손에 꼽히는 걸작인 데이비드 글랜츠의 When Titans Clashed 같은 경우 군사작전을 설명하는데 치중되어 있습니다.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Nazi-Soviet War는 전쟁의 정치외교적 배경, 양측의 군사력에 대한 분석, 군사작전의 전개 과정, 전쟁 범죄, 전쟁 중 독일과 소련 사회, 전쟁 중의 외교, 전쟁이 남긴 유산 등 분야별로 균형잡힌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명의 연구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이런 균형을 갖추지는 못했을 겁니다.


제1부는 전쟁의 정치외교적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1장 German-Soviet Relations and Military Collaboration in the Inter-war Period는 노트르담 대학 사학과 교수 이안 존슨(Ian Ona Johnnson)이 썼습니다. 1장은 바이마르 공화국 초기 독일과 소련의 군사협력 과정, 군사협력이 독일 재무장에 끼친 영향, 히틀러 집권 이후 독소관계의 악화, 독소불가침 조약 체결 과정과 독일의 폴란드 침공, 독소전쟁 직전까지 독일-소련 협력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에 이르는 과정을 독일을 중심으로 해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구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설명을 정리했기 때문에 특별히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러시아에서는 다르게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장 Political Thinking and Strategic Planning for Hitler's Lebensraum in the East는 독일 국방군의 대빨치산 작전과 전쟁범죄를 주로 연구한 벤 셰퍼드(Ben H. Shepherd)가 썼습니다. 이 부분은 독일이 소련 침공을 단행한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불가침조약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소련의 상호 불신이 전쟁으로 치닫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탈린이 독일의 침략에 대비한 '완충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발트 3국과 루마니아를 침공하자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인 히틀러가 소련 침공을 결심하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다음으로는 히틀러와 독일 군부가 전쟁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독일의 정보 실패, 침공 계획의 수립, 소련 침공을 위한 군사 동맹 등을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전쟁의 양상을 극단적으로 치닫게 한 독일의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3장 Stalin's Political Delusions and Military Preparations for War with Nazi Germany는 일본의 소련사 연구자 구로미야 히로아키(黒宮広昭)가 썼습니다. 3장은 스탈린의 정치사상과 세계관, 군수뇌부와의 관계, 전쟁 발발 직전 정세 판단을 잘못한 스탈린의 과오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탈린의 사상이 실제 정책 결정에 작용한 과정을 잘 설명했습니다.


제2부는 전쟁 직전 독일군과 소련군의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4장 The Ostheer: Leadership, Command, Motivation, and Experience는 The Virtuous Wehrmacht: Crafting the Myth of the German Soldier on the Eastern Front, 1941-1944의 저자인 데이비드 해리스빌(David Harrisville)과 제프 러서포드(Jeff Rutherford) 두 사람이 집필했습니다. 이 장에서는 전쟁 직전 독일군의 규모, 훈련 수준 등의 전반적인 상황, 그리고 전쟁 초기 독일군이 소모전에 말려들면서 서서히 붕괴되는 양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련군에 관해서는 5장과 6장 2개 절을 할애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5장 The Red Army: Leadership and Command는 캘거리 대학교의 알렉산더 힐(Alexander Hill)이 썼습니다. 전쟁 직전 소련군의 전반적인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6장 The Red Army: Motivation and Experience는 러시아~소련 군사사 전문가인 로저 리즈(Roger R. Reese)가 썼습니다. 소련군에 2개 장을 할애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6장은 1941년 전쟁 발발 직전 부터 1945년 승리에 이르기 까지 소련군이 조직적으로 강화되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리즈는 전쟁 말기까지 소련군의 효율성이 꾸준히 향상됐지만 훈련과 사기 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잔존했다고 평가합니다.


제3부는 군사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책의 분량상 모든 군사작전을 상세하게 다루기 보다 핵심적인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전쟁의 큰 줄기를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3부는 기존의 다른 개설서들이 많이 다루었던 군사작전의 경과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은 없습니다. 7장 Operation Barbarossa, 1941은 이 책의 주편집자이자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대작을 쓴 데이비드 스태헐(David Stahel)이 썼습니다. 

8장 Stalingrad and the East Front 1942는 독일군의 시가전 수행을 다룬 Die Wehrmacht im Stadtkampf 1939~1942의 저자인 아드리안 베트슈타인(Adrian E. Wettstein)이 썼습니다. 1942년 전역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스탈린그라드 전투 뿐만 아니라 르제프 전투도 다루고 있습니다.

9장 The Battle of Kursk, 1943은 독일연방군 군사사-사회과학 연구소의 로만 퇴펠(Roman Töppel)이 썼습니다. 9장에서는 독일군의 쿠르스크 공세와 소련군의 8월 공세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쿠르스크 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10장 The Siege of Leningrad, 1941-1944는 독소전 통사인 Thunder in the East의 저자인 에반 모즐리(Evan Mawdsley)가 썼습니다. 1941년 부터 1944년에 이르는 레닌그라드 포위전을 다루다 보니 제3부에서 가장 서술의 밀도가 떨어집니다.

11장 Operation Bagration, 1944는 데이비드 스톤(David R. Stone)이 썼습니다. 바그라티온 작전에서 독일군이 쉽게 붕괴된 원인을 설명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세 초반에 독일 중부집단군의 주력이 포위 섬멸 당해 버렸으니 군사작전을 길게 설명하기도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12장 The Soviet Conquest and Occupation of Germany, 1945는 워털루 대학의 알렉산더 스타티예브(Alexander Statiev)가 썼습니다. 소련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1945년의 군사작전 뿐만 아니라 전쟁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많은 독소전쟁 당시 인명피해 문제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4부는 독소전쟁 중의 전쟁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참 읽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13장 Mass Murder in the German-Occupied East, 1941-1944는 포츠담 대학교의 알렉스 케이(Alex J. Kay)가 썼습니다. 소련 침공 직후 부터 시작된 독일군의 민간인·포로 학살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유형, 전쟁의 추이에 따른 학살 양상의 변화 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14장 Soviet Crimes at Times of War, 1941-1945는 멜버른 대학교 사학과의 마크 에델(Mark Edele)이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14장과 20장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입니다. 14장의 결론 부분에서 에델은 소련의 전쟁 범죄 문제를 다루는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전쟁 범죄 문제는 정치 성향에 따라 극단적인 시각들이 부딛혀온 주제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제5부는 전쟁 중 독일과 소련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16장 The German Home Front는 랭카스터 대학 사학과의 바스티안 윌렘스(Bastiaan Willems)가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평이한 부분이었습니다.

17장 The Soviet War Effort는 카네기-멜런 대학교의 웬디 골드만(Wendy Z. Goldman)이 썼습니다. 소련의 전시 동원 양상과 전쟁 중 소련 시민들의 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6부는 전쟁 중의 동맹외교를 다루고 있습니다. 17장  Germany and the Axis in the East는 멜버른 대학교 사학과의 올렉 베이다(Oleg Beyda), 제2차 세계대전시 루마니아군을 연구한 그랜트 하워드(Grant T. Harward), 이탈리아 군사사 전공자인 캐나다 국방사관학교의 리처드 캐리어(Richad Carrier), 헬싱키 대학교 사학과 교수 헨릭 메이난더(Henrik Meinander) 등 네명의 연구자가 함께 썼습니다. 독일과 여러 동맹국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어야 하는 만큼 여러 연구자의 협업이 중요했을 겁니다. 헝가리, 루마니아, 핀란드, 이탈리아 등의 동맹국이 소련과의 전쟁에 참전한 동기와 전반적인 군사작전의 전개, 그리고 전쟁에서 이탈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보다 약한 하위 동맹국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주는 장입니다.

18장 The Big Three and the Eastern Front는 한국에도 번역된 스탈린의 서재(Stalin's Library: A Dictator and His Books)의 저자이고 저명한 소련사 연구자인 조프리 로버츠(Geoffrey Roberts)가 썼습니다. 소련과 미국, 영국이라는 세 강대국의 전시 외교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도토리 같은 국가들이 아둥바둥하는 17장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제7부는 독소전쟁의 역사적 유산과 이것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19장  Germany's Selective Memory of Eastern Front는 독일연방군 군사사-사회과학 연구소의 외르크 에흐턴캄프(Jörg Echternkamp)가 썼습니다. 19장은 전후 서독에서 동부전선의 전쟁 경험을 미화하는 과거사 왜곡이 이루어지다가 1970년대 후반 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점진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과정, 그리고 동독의 과거사 인식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20장  The Politics of War Memory in the USSR and Post-Soviet Russia는 텍사스 A&M의 조나단 브런스테드(Jonathan Brunstedt)가 썼습니다. 브런스테드는 전후 소련에서 전쟁을 국가적 신화로 만들어가는 과정,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서 제기된 소련시기 역사관에 대한 비판, 그리고 푸틴 집권 이후 다시 대조국전쟁을 신화화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결론에서는 2014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침략이 대조국전쟁의 신화를 다시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독소전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유용한 훌륭한 개설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글랜츠의 When Titans Clashed 처럼 군사작전에 집중한 저작을 더 좋아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