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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5일 월요일

[妄想文學館] 치숙

(전략)

대체 서양 사람들은 인터넷 사이트 하나를 해도 어찌 모두 그 꼬락서니로 해 놓는지.
사진도 없지요, 망가도 없지요. 그리구는 맨판 까달스런 영문 글자로다가 처박아 놓으니 그걸 누구더러 보란 말인고? 더구나 우리 같은 놈은 언문 사이트(서XXX즈)도 그런 대루 뜯어보기는 보아도 스크롤 하기에 여간만 폐롭지가 않아요. 그러니 어려운 영문으로 쓴 글을 뜻을 몰라 못 보지요.

(중략)

그날도 글쎄 웹서핑이 그 꼴이라 애여 글을 볼 멋도 없고 해서 혹시 망가나 사진이라도 있을까 하고 여기 저기 후루루 클릭하느라니깐 마침 아저씨 블로그가 있겠다요! 하두 신통해서 쓰윽 클릭하고 보았더니 제목이 첫줄은, 안보·국방…… 무엇 어쩌구 잔 주를 달아 놨겠지요. 그것만 보아도 벌써 그럴듯해요.
안보는 아저씨가 대학교에서 정치외교를 배웠다니까 안보 속은 잘 알 것이고 또 국방은, 그것 역시 군대를 갔다 왔으니까, 그 속도 잘 알 것이고, 그러니까 안보하고 국방하고 어떻게 서루 관계가 되는 것이며 어느 편이 옳다는 것이며 그런 소리를 썼을 게 분명해요. 머, 보나 안 보나 빠안하지요. 대학교까지 가설랑 안보를 배우고도 자주국방 할 생각은 않고서 친미굴종 사대외교만 하고 다닌 양반이라 자주가 그르고 친미사대가 옳다고 우겨댔을 게니깐요.

아무렇든 아저씨가 쓴 글이라는 게 신기해서 좀 보아 볼 양으로 쓰윽 훑어봤지요. 그러나 웬걸 읽어 먹을 재주가 있나요. 글자는 아주 어려운 자만 아니면 대강 알기는 알겠는데 붙여 보아야 대체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요. 속이 상하길래 읽어보자던 건 작파하고서 아저씨를 좀 따잡고 몰아셀 양으로 그 대목을 차악 펴놨지요.

"아저씨?"

"왜 그러니?"

"아저씨가 여기다가 안보 무어라구 쓰구 또, 국방 무어라구 썼는데, 그러면 그게 자주외교를 하란 뜻이요 친미굴종 사대외교를 하라는 뜻이요?"

"뭐?"

못 알아듣고 뚜렷뚜렷 해요. 자기가 쓰고도 오래 돼서 다아 잊어버렸거나 혹시 내가 말을 너무 유식하게 내기 때문에 섬뻑 대답이 안나왔거나 그랬겠지요. 그래 다시 조곤조곤 따졌지요.

"아저씨! 안보라 껏은 힘 모아서 자주 통일 되라는 거 아니요? 그런데 한미연합사라 껏은 친미사대 하는 거 아니요?"

"이 애가 시방!"

"아―니, 들어보세요."

"너, 그런 정치학, 그런 안보정책 어디서 배웠니?"

"배우나마나, 안보정책이라 껀 자주국방하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는게 안보 아니요?"

"그건 보통, 노빠들이나 쓰는 안보고, 정치학이니 안보정책이니 하는 건 또 다르다."

"다른 게 무어요? 안보는, 자주국방 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정치외교학이면 통일하는 학문이지요."

"아니란다. 혹시 노빠식 안보학이라면 헛소리에 근리(近理)할지 모르지만 안보학은 그런 게 아니란다."

"아―니 그렇다면 아저씨 대학교 잘못 다녔소. 자주국방 못하는 안보학 공부를 오 년이나 했으니 그거 무어란 말이요? 아저씨가 대학교까지 다니면서 안보 공부를 하구두 자주국방 못 하나 했더니 인제보니깐 공부를 잘못해서 그랬군요!"

"공부를 잘못했다? 허허.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옳다 네 말이 옳아!"

이거 봐요 글쎄. 담박 꼼짝 못하잖나. 암만 대학교를 다니고, 속에는 육조를 배포했어도 그렇다니깐 글쎄……

"아저씨?"

"왜 그러니?"

"그러면 아저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자주국방하는 안보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미국에 사대하는 친미사대 공부를 했으니 말이지요……."

"너는 대미외교가 무얼루 알구서 그러냐?"

"내가 그까짓걸 몰라요?"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내 얼굴만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누웠더니 피쓱 한번 웃어요. 그리고는 그 양반이 하는 소리겠다요.

"그게 대미외교냐? 사대외교이지."

"아―니, 그럼 아저씨두 대미외교가 친미굴종 사대외교인 줄은 아시는구려?"

"내가 어째 대미외교가 사대주의랬니?"

"방금 그리잖았어요?"

"글쎄, 그건 대미외교가 아니라 사대주의란 그 말이다."

"거보시우! 대미외교란 것은 그렇게 친미매국 사대외교이어요. 아저씨두 그렇다구 하면서 아니시래요?"

"이 애가 시방 입심 겨름을 하재나!"

이거 봐요. 또 꼼짝 못하지요? 다아 이래요 글쎄……

"아저씨?"

"왜 그러니?"

"아저씨두 맘 달리 잡수시요."

"건 어떻게 하는 말이야?"

"민족의 미래가 걱정 안되시우?"

"날 같은 사람이 걱정이 무슨 걱정이냐? 나는 네가 걱정이더라."

"나는 머 버젓하게 요량이 있는 걸요."

"어떻게?"

"이만저만 한가요!"

또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이 얘기를 다아 듣더니 그 양반 한다는 소리 좀 보아요.

"너두 딱한 사람이다!"

"왜요?"

"……"

"아―니, 어째서 딱하다구 그러시우?"

"……"

"네? 아저씨."

"……"

"아저씨?"

"왜 그래?"

"내가 딱하다구 그리셨지요?"

"아니다. 나 혼자 한 말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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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by 길잃은 어린양]

이 작품의 중심 인물인 ‘나’는 스물한 살이고 노빠로서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의 꿈은 말하자면 완전한 자주 민족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비판 없이 노무현식 외교 정책에 따라 가는 것이 용납될 수 없다.
이러한 아저씨의 삶도 내가 보기에는 엉망진창이다. 대학원 공부까지 마친 지식인이지만, 사상 문제로 수구꼴통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노빠들은 그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의 딜레마를 풍자를 통해 구현하였다. 그는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이 노빠에 의해 오히려 수구꼴통으로 몰리는 세태를 그리기 위해 풍자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치숙"은 황당한 정치 현실과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지식인의 불행한 조건들을 확인하려는 경향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역논리의 기법을 사용하는 풍자적 수법의 작품이다. 즉, 화자의 비난을 통해 독자가 그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재평가하게끔 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