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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4일 일요일

대러 경제제재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는 RUSI의 보고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 이상을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는건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여러 측면이 재평가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대는 전쟁 전에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엉망이지만 러시아의 경제는 예상 외로 장기전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이래 러시아에 추가로 가해진 경제제재들이 당초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RUSI의 와틀링(Jack Watling)과 서머빌(Gary Somerville)은 올해 6월 대러 경제제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제재의 효율성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보고서 "A Methodology for Degrading the Arms of the Russian Federation"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무기 생산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군의 주력 화포인 152mm 구경 곡사포 포탄 생산량은 2022년 25만발에서 2023년에는 1백만발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132만발 이상이 될 걸로 추정됩니다. 122mm 로켓탄 생산량은 2023년에 33,000발이었으나 2024년에는 50만발 이상으로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220mm 로켓탄은 2023년 2,800발에서 2024년에는 17,000발 이상이 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수입하는 부품을 필요로 하는 유도무기의 생산량도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Kh-101 미사일은 2022년에 56기를 생산했지만 2023년에는 420기 이상을 생산한 걸로 추정됩니다. 러시아군의 주력 전술탄도미사일인 9M723 미사일은 2023년 초 재고가 고작 50기였고 월간 생산량은 12기 남짓이었습니다. 현재는 생산량이 월 36기 가량으로 증가했다고 추정됩니다. 러시아가 이란에서 도입한 샤헤드-136 드론은 한달에 무려 250기나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갑차량의 신규 생산도 증가추세로 추정됩니다. BMP-3의 신규생산은 2023년 1/4분기에 100대 가량이었는데 2/4분기에는 108대로 늘어났고 3/4분기에는 120대, 4/4분기에는 135대로 완만하게 증가한 걸로 추정됩니다. 물론 경제제재가 무용지물은 아닙니다. 현재 러시아가 생산중인 티그르-M 전술차량은 전쟁 이전에 생산한 모델들과 비교했을때 화생방 방호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습니다. 또 현재 러시아에서 재생하고 있는 전차들은 중국이나 벨라루스를 통해 도입한 관측장비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쟁 전 프랑스에서 수입하던 것 보다 성능이 낙후된 물건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제재를 우회하면서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제재대상이 아닌 외국의 친러 인사를 통해 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해 왔습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정보총국 요원으로 의심되는 이고르 예블레프가 금수품목인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수입한 사건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생산한 샤헤드-136 드론에 대한민국 기업인 하이텍의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한 서보 모터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 이를 차단한 일도 있었습니다. 란셋 드론에도 대한민국 기업인 원우 엔지니어링의 카메라가 사용됐습니다.


 이 연구는 효율적인 경제제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러시아군에 드론을 납품하는 잘라 항공그룹을 예시로 들어 러시아의 해외 공급망 차단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을 고도화 할 수록 경제제재도 더욱 더 촘촘하게 수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단기간 내에 러시아의 군수 생산 능력에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군사작전이 장기화 되는 만큼 후방의 러시아 군수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경제제재도 더욱 더 정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고서의 필자가 지적하는 것 처럼 러시아 보다 경제력이 약한 이란 조차 수년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버텨내고 있는데, 이란 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러시아의 군수 산업이 단기간에 붕괴할 거로 기대하는건 힘듭니다. 이 장기전의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