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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9일 토요일

양키 센스;;;;

얼마전 읽었던 책에서 배꼽을 잡았던 부분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총 인구의 10퍼센트가 기아로 사망했는데 근대적인 국민국가체제가 들어선 이후의 산업화된 국가 중 이런 사례는 흔치 않다. 이곳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채식주의자인데 그들이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Most everyone is vegetarian, but not by choice.) 흔히 먹는 식사는 채소를 넣은 옥수수죽이다. 평범한 북한 사람들은 소고기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서 일 년에 한번 먹는 진미일 정도이다. 2011년 2월 북한의 농촌 지역을 방문한 어떤 NGO에서는 북한 사람들의 영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을 마지막으로 먹어본게 언제입니까?” 응답한 사람의 거의 전부가 마지막으로 달걀이나 고기를 먹어본 날자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영양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Victor Cha, The Impossible State : North Korea, Past and Future, (Harper Collins, 2012), p.8.

개인적으로 북한을 싫어하긴 합니다만 가난 가지고 조롱하는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웃지 않을 수 없군요. 솔직히 웃고 나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어제는 CNN에서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김정은을 보고 울부짖으며 열광하는 초라한 행색의 북한인들을 보여줬는데 자연스럽게 이 부분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김정은의 늘어진 턱살을 볼 때마다 이 구절이 떠오를 겁니다.

2008년 3월 13일 목요일

세계에 우뚝선 개그강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직전 북조선의 사회과학잡지(?) 력사과학에 이런 글이 실렸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새 사회 건설에 시종일관 깊은 관심을 돌려오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 나라들의 농업발전을 위하여 끊임없는 방조를 주시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우리는 쁠럭 불가담 나라들과 발전도상나라들, 특히 아프리카 나라들이 튼튼한 농업생산토대를 마련하고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이 나라들과의 협조를 강화할 것 입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튼튼한 농업생산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중요한 대외경제협조방침의 하나로 제시하시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아프리카나라들의 농업발전을 위한 협조를 여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강화하도록 하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아프리카 나라들이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의 빛발아래 농업발전에서 이룩한 우리 나라의 성과와 경험을 따라 배울 수 있게 하시였다.

(중략 – 위대한 수령님이 어쩌고 저쩌고, 지도자 동지가 이러쿵 저러쿵)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크나큰 배려와 깊은 관심속에 1980년대 중엽까지만 하여도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남남협조의 정신에서 아프리카 나라들을 비롯한 22개의 발전도상 나라들에 30여개의 공장을 건설하여주고 20여개 나라들에 관개공사를 하여 주었으며 50여개 나라에 5,000여명의 기술자,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새 사회건설을 성의 껏 도와주었다.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현명한 령도밑에 아프리카 나라들의 튼튼한 농업생산 토대를 마련해 주기 위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성심성의로 되는 적극적인 협조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식량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남남협조를 확대발전시켜나가는데서 선구자적 모범으로 되고 있다.

림춘성,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현명한 령도밑에 진행된 아프리카 나라들의 농업발전을 위한 협조」,『력사과학』1995년 제1호(153호), 13~16쪽

이 논문이 쓰여진 1995년은 이미 북한의 농업이 파탄에 이르러 쌀 수요량 중 200만톤이 부족한 실정이었고 대규모 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결국 같은 해 8월에는 공개적으로 전세계에 식량 원조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1999년까지 고난의 행군과 함께 수백만의 아사자를 냈다고 하지요.

인민들이 굶어죽어가는 마당에 아프리카에 농업원조를 해 줬다고 거들먹 대고 있으니 이쯤 되면 이 글이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읽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