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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독실한 신앙

이청천(지청천) 일기를 읽다 보니 1951년 9월 28일 동래에서 열린 전몰용사위령제에서 있었던 일화가 실려있습니다. 이청천은 이승만이 위령제에서 보인 태도를 비난하고 있는데, 이승만이 당대 기준으로도 좀 안하무인에 기본적인 예의가 없었다는 증언은 꽤 많습니다.


9월 28일 금요일 날씨 맑음

제1회 육해공군 합동위령제

오전 8시 30분 아내 황애숙과 차를 타고 동래 보병학교 위령제가 열리는 곳에 도착하니 육해공군 방위대 악대와 각계 내빈이 장내에 가득하였다. 위령제를 주관하는 사람은 국방장관 이기붕이다. 오전 9시 45분에 식을 거행, 국회의장, 대법원의 제문 낭독, 유엔 대표와 외국 사절 대표의 축문 낭독이 있었다.

아내는 군인유가족회장으로서 분향하고 부인회 대표 박순천 여사의 축문은 시간 관계로 생략해 달라는, 식을 밭은 사람들의 요청으로 예정대로 시행치 못하였다.

대통령은 식이 열린 후 약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하여 예정되어 있던 축문 낭독도 하지 않고 제단에 올라서서 위패 앞에 허리를 굽히지도 않고, 입을 열어 말하기를 제전이라 하지 말고 기념식이나 기념일이라 함이 좋겠다고 하였다.

무초 대사나 유엔 대표들도 예수교 신자이지만은 다른 지방에 가서는 그 지방 풍속을 따라 영령 앞에 고개를 숙이고 제문을 읽었는데 한 나라의 원수로서 6.25이래 전사한 24,330명 장교의 영전에 참배도 안 하고 축문도 안 읽고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함은 책임감과 공경의 예가 심히 부족하고 실수로다. 아. 답답할 뿐!!!


 (사)백산 지청천 장군 기념사업회 편,『격동 속의 백산(白山) 일기』, 선인, 2025, 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