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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과대광고, 혹은 어떤 결전병기(???) - 2


과대광고, 혹은 어떤 결전병기(???) - 1



과대광고, 혹은 어떤 결전병기(???)에 대한 잡담 하나.

항공전력은 하늘의 전장을 지배했다.(Airpower dominated its own element.)

항공전력은 바다의 전장을 지배했다.(Airpower dominated naval warfare.)

항공전력은 지상의 전장을 지배했다.(Airpower dominated ground warfare.)

항공전력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군수능력을 소유했다.(Airpower possessed powerful and independent logistical capabilities.)

항공전력은 목표로 한 지역에서 공중을 장악하여 효과적인 지역 차단을 할 수 있었다.(Airpower established effective area interdiction by occupation of the air space over an objective area.)

항공전력은 지상전을 치르지 않고도 적국이 항복을 하도록 강요할 수 있었다.(Airpower was capable of forcing the capitulation of an enemy nation without surface invasion.)

Military Analysis Division, The United States Strategic Bombing Survey : Air Campaigns of the Pacific War, (USGPO, 1947),  p.69
위의 인용문은 미군이 2차대전 종전 직후 일본에 대한 전략 폭격 성과를 조사한 뒤 발간한 보고서에서 발췌한 것 입니다. 인용문에서는 Airpower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전략폭격기를 지칭하는 것 이지요. 미국에서는 전쟁 직후 군사력 감축으로 인한 효율적인 안보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차대전 당시 미국 육군항공대가 전략폭격을 통해 거둔 성과는 미국의 정치권은 물론 대중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큰 피해 없이 국가안보에 기여하고 미래의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은 정말 달콤한 유혹이지요. 이것은 독립된 공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육군항공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공군이 창설되었을 때 전략폭격기 부대는 그 중핵이 됩니다. 이렇게 항공력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독의 반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일어난 한국전쟁은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요.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트루먼 - 꽤 재미있는 미국 대통령

요즘 읽는 책 중에는 마이클 펄만(Michael D. Pearlman)의 Truman and MacArhur : Policy, Politics, and the Hunger for Honor and Renown이 꽤 재미있습니다. 작년에 조금 읽다가 책장에 꽂아두고 1년이 지나서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맥아더를 해임하는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트루먼 재임기는 군사사에 관심을 가진 입장에서 매우 재미있는 시기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트루먼 행정부 시기는 꽤 매력적입니다. 트루먼은 2차대전이 종결되고 냉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지위에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 시피 트루먼은 약간 난감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위에 앉았습니다. 루즈벨트가 급사해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는데 트루먼에게 남겨진 임무는 전후 세계질서의 재편이라는 엄청난 것 이었지요. 상대해야 할 인간들도 스탈린이나 처칠 같은 희대의 대인배들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관점을 군대로 돌려보더라도 트루먼이 처한 상황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재임하는 기간 동안 미군은 전시동원체제에서 평화시의 급격한 병력 감축을 경험했으며 동시에 냉전의 시작과 함께 소련이라는 새로운 적을 상대하기 위해 체제 개편을 단행합니다. 그리고 트루먼 행정부에서는 각 군을 총괄하는 국방부가 조직되지요. 물론 초기 구상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국방부가 만들어졌습니다만.(자유주의자 놈들의 딴지란!) 그리고 이런 혼란의 와중에 초대 국방부장관인 포레스탈이 자살하고 이른바 제독의 반란이라는 민군관계에 파란을 몰고오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지요. 어수선한 사건들을 그럭 저럭 잘 수습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한 것 만 보더라도 트루먼에게는 개인적으로 후한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민군관계에 있어서 2차대전을 통해 등장한 수많은 전쟁영웅들은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별일이 없었어도 거만했을 맥아더 같은 인물이 전쟁 영웅이라는 간판까지 달게 되었으니 군 통수권자로서 이들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은 골치 아팠을 것 입니다. 전쟁영웅이란 민주주의 체제에서 필요로 하는 대중적 인기를 가진 존재들이니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바로 제독의 반란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문민통제에 반기를 든 제독들 상당수가 전역과 같은 처분을 받았지만 몇몇 유명한 제독들은 그렇게 되지 않았지요. 아마 맥아더도 중국군의 개입으로 참패를 하지 않았다면 쉽게 축출하기가 어려웠을 것 입니다.(뭐, 마샬과 그 계열의 인물들은 맥아더를 싫어했다고 하니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맥아더는 한국전쟁 기간 중 행정부와 군수뇌부의 아시아 정책을 공공연히 비판했는데 이것은 문민통제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트루먼은 단호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트루먼은 초대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포레스탈이 자신을 기만했다고 판단하자 가차없이 교체했으며 한국전쟁에 개입하는 과정에서도 단호한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의회에 대해서도 자신의 영역에 쓸데없이 간섭한다고 툴툴댔다죠. 물론 포레스탈의 후임으로 앉힌 존슨은 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상당했던 맥아더를 교체할 때에도 맥아더가 일정한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자 해임시키지요.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민군관계의 측면에서 꽤 모범적인 군통수권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9년 1월 9일 금요일

한국전쟁기 미 공군의 공중폭격에 관한 연구」(2008) - 김태우

국내의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 성과는 방대한 양이 축적되어 있지만 상당수가 전쟁의 기원과 발발과정, 또는 휴전과정과 그 영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쟁 시기에 초점을 맞춘 연구도 대부분은 전쟁기의 학살, 피난민 문제 등 사회사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요. 본격적인 군사사 연구는 거의 대부분 국방부의 전사편찬위원회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흥미로운 민간 연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태우(金泰佑)의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한국전쟁기 미 공군의 공중폭격에 관한 연구」(2008)는 한국전쟁의 군사적 측면을 다룬 보기 드문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게다가 재미있습니다!!!


한국전쟁 시기의 미공군 작전에 대한 연구로는 스튜어트(James T. Stewart)의 Airpower: The Decisive Force in Korea, 퍼트렐(Robert F. Futrell)의 The United States Air Force in Korea 1950-1953, 크레인(Conrad C. Crane)의 American Airpower Strategy in Korea, 1950-1953등이 있습니다. 냉전기에 출간된 스튜어트와 퍼트렐의 연구는 시기적 한계와 미국 공군의 공식적인 견해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제약이 있습니다. 반면 냉전 이후 출간된 크레인의 연구는 미공군의 입장을 반영한 기존 연구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냉전기에는 잘 언급되지 않았던 측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퍼트렐의 The United States Air Force in Korea 1950-1953미공군군사사연구소(Air Force Historical Studies Office)에서 pdf 형식으로 전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이 주제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답게 90년대 이후 공개된 방대한 미공군 자료들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공군, 또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북한과 공산군측의 입장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시기적으론 1950년부터 1951년에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 후반의 작전에 대한 서술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들이 잘 다루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이 지나치게 전쟁의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 집중된 나머지 전쟁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문은 한국전쟁기 수행된 미군의 항공작전을 군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공군의 폭격정책이 형성된 과정과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미공군의 지휘운용체제를 다루고 있으며 두 번째로는 전쟁 초기 북한지역에 감행된 미공군의 ‘전략폭격’작전을, 세 번째로는 전쟁 초기 남한 지역의 전술항공작전, 네 번째로는 중국군 참전 이후 공군에 의한 초토화 작전과 전선 고착 이후 항공압력전략으로 선회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공군의 폭격정책이 형성되는 과정을 고찰한 1장은 1차대전과 2차대전 시기 미공군을 비롯한 열강들의 폭격 교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논문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2차자료를 활용하고 있고 또 영어권 자료에 집중되어 지금 시각에서는 약간 잘못된 부분이 보입니다.(독일 공군의 폭격 정책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그렇지만 본문의 이해를 위한 도입부로서 매우 잘 서술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독의 반란’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줬으면 좋았겠지만 곁가지를 너무 많이 치면 논문이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지요.
2장에서는 전쟁 초기 미공군이 수행한 북한 지역에 대한 전략폭격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한국에서 나온 연구 답게 미국인들이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북한의 대응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전쟁 초기에 북한 공군이 섬멸 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대응은 방공호 건설과 피해 복구 등 철저히 수동적인 것에 제한 되었지만 이러한 수동적인 대응도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3장에서는 전쟁 초기 남한 지역에서의 전술지원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미군에 의한 민간인 폭격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저자는 전쟁 초기 미공군이 효과적인 지상지원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제5공군이 미국의 방어적 전략에 의해 일본의 방공에 중점을 두고 개편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상군에 대한 전술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민군의 진격에 의해 전선의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효과적인 지상지원이 어려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미공군의 압도적인 전력에 눌린 북한군이 점점 은폐에서 신경 쓰고 야간 작전으로 전환한 것도 미공군의 지상지원능력의 효과를 떨어트린 요소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남한 지역에서 많은 민간인 희생을 일으켰다고 봅니다.
2장과 3장이 1950년 6월부터 겨울까지의 짧은 기간을 다룬 반면 4장에서는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 이후부터 전쟁 종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중국의 참전으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후퇴하는 미군이 초토화 작전의 일환으로 공군력을 동원한 것과 전선 교착 이후 미공군이 항공압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분량에 비해서 다루는 시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서술의 밀도가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특히 2장과 3장에서는 노획문서 등 북한 문헌의 활용을 통해 북한측의 대응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비해 4장에서는 북한의 공식 문건이나 소련을 통해 공개된 문건 등으로 자료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1951년 이후로는 노획문건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미국의 폭격으로 인한 북한 사회의 변동에 대한 평가입니다. 저자는 미국의 폭격으로 북한 경제의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되었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전후 국가 주도의 농업집단화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 비해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행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논문은 기존에 국내의 한국전쟁 연구가 거의 방치한 군사적 측면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군사사상은 물론 미공군의 장비, 전술 등의 측면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충실한 서술은 군사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미군의 ‘폭격’에 초점을 맞춘 만큼 1951년 이후의 항공작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제공전투에 대한 서술이 거의 없다는 점은 섭섭하지만 그 점까지 다뤘다간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것 입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공개된 문헌을 통해 북한측 시각을 최대한 공정하게 반영하려 했다는 점은 미국측 연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미덕입니다. 아무래도 언어의 한계 때문에 미국의 한국전쟁 연구는 반쪽 짜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이렇게 한국인의 시각에서 군사적 측면을 다룬 연구가 나왔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 입니다.

당장 단행본으로 나와줬으면 하는 재미있는 논문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