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지명 읽기사전”을 사러 종로의 반디 앤 루니스에 갔다가 존 키건(John Keegan)의 2차 세계대전사를 훑어 봤습니다.
간략하게 몇 군데를 훑어 봤는데 번역은 꽤 읽기 편하게 잘 된 것 같습니다. 몇몇 군사 용어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인 3호 돌격포를 “슈투크(StuG) 3호 자주포” 같은 식으로 옮겼는데 약간 어색하긴 해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류한수 님은 이미 이전에 리처드 오버리의 저작을 번역하신 바 있지요.
한국어로 된 2차 대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설서로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가격이 4만원에 달하긴 하지만 군사사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딱히 집에 2차 대전관련 서적이 없으신 분이라면 요즘 출판계도 어려우니 한 부 정도 집에 소장해 두셔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군요.
그러나 아무래도 존 키건의 책이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 책은 개설서이다 보니 1차 사료보다는 널리 알려진 2차 사료들에 의존해서 씌여졌는데 거의 대부분 영어권 국가의 서적을 참고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독소전쟁에 대한 기술은 상대적으로 애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태평양 전쟁에 있어서도 일본측의 경우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키건에 대한 비판 중 가장 많은 것이 사료의 이용이 제한적이라는 것 입니다. 특히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서 나온 자료에서 그런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존 키건의 저작 중 The Face of Battle을 제외하면 아주 훌륭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물론 키건은 주로 대중적인 군사사 서적을 집필하는 인물인 만큼 좀 전문적인 저작들과 비교하는 건 불공평 할 수도 있겠군요.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매우 광범위한 내용을 잘 요약해 놓았고 2차 대전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훌륭한 책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는 느낌입니다.
군사사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좋은 책을 번역하느라 수고하신 번역자 분과 출판사에 감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추가 : Christopher Bassford가 키건의 A History of Warfare에 대해 비판한 꽤 재미있는 글이 하나 있는데 한번 읽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