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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3일 화요일

프랑스 싱크탱크 Institut Action Resilience의 러시아 기갑 전력 분석

 프랑스의 싱크탱크인 Institut Action Resilience에서 올해 8월 말에 How many tanks left for Russia now? - Study of Russian Army's tanks stockpile since the beginning of Ukraine's invasion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수많은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특히 러시아군 기갑부대의 형편없는 작전 능력과 막대한 피해, 그리고 현황에 관해서도 많은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시작된 이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끕니다.  Institut Action Resilience에서는 9월에 이 보고서의 부분 개정판을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러시아의 예비 기갑차량 비축기지의 현황과 여기에 비축된 전차의 숫자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련이 붕괴한 뒤 러시아가 인계받은 예비 비축기지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9개의 예비 전차 비축기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중 다수는 중부군관구와 동부군관구에 있습니다. 중부군관구에는 제349, 1311, 2456, 2544, 6018기지가, 동부군관구에는 제111, 769, 1295기지가 있습니다. 또한 다른 예비 비축기지에도 소량의 기갑차량이 비축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서부군관구에는 제22기지 한 개만이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군은 전차를 정비하기 위해 8개의 정비공장을 운영 중 이라고 합니다.(제61, 71, 72, 81, 103, 144, 163, 560공장)

 2022년 전쟁 발발 이전에 러시아군이 비축한 전차는 최대 7,000대 가량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중에서 야외에 보관된 차량이 5,538대입니다. 야외에 보관된 차량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형식이 확인된 예비차량 중 T-72가 1,945대이고 T-62는 1,239대라고 봅니다. 예비 차량 중 T-72와 T-62의 수량이 큰 차이가 안나는게 인상적입니다. 물론 실내에 보관된 차량과 형식을 알 수 없는 차량도 있으므로 이걸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만 이번 전쟁에서 T-62 같은 고물들이 대량으로 튀어나온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전쟁 발발 직전 러시아군의 비축 차량들을 분석해 보면 거의 대부분이 1980년 이전에 생산된 차량들이라고 합니다. 특히 T-72 중 1,100대가 우랄, 또는 A형이라고 하는 군요. B형은 330대 정도라고 평가합니다. T-90 같은 최신 차량은 극소수가 서부군관구의 제22기지에만 보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이 보고서의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은 전쟁 발발 이후 비축차량의 감소를 분석한 부분입니다. 가장 많은 차량이 줄어들은 기지는 T-62등의 구식 차량을 보관하던 동부군관구의 제769기지입니다. 전쟁 발발 직전 1,117대의 차량을 야외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전쟁 발발 이후인 2023년 4월에는 630대 까지 감소했다고 평가합니다. 역시 T-62와 T-54/55, 소수의 T-80을 보관하고 있던 동부군관구의 제111기지는 전쟁 발발직전 890대에서 전쟁 발발이후 690대로 감소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에 대량의 전차를 상실해 이른 시기 부터 T-54/55와 T-62를 동원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T-72를 보관하고 있던 기지들도 마찬가지로 비축차량들이 줄어든 징후가 뚜렷하다고 평가합니다.

 러시아군이 비축 차량 재생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습니다. 예비기지에서 바로 가져온 전차를 재생하는데는 일반적으로 30일에서 최대 60일 가량이 걸린다고 합니다. 예비기지에 보관된 차량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입니다. 전쟁 이전의 통계를 보면 제103공장은 3년 동안 92대의 T-72B1을 재생했다고 합니다. 전쟁 발발 이후의 재생 실적은 더 좋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103공장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개월에 평균 8대 가량의 전차를 재생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61공장은 2016년 부터 2019년 까지 약 120대의 T-80BV를 재생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평가하면 이 공장도 현재 제103공장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부의 목표에 미달한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여기에 예산 문제도 있습니다. T-72 한대를 창정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3천만 루블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T-72B를 T-72B3 사양으로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20만 달러, T-90을 T-90M 사양으로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280만 달러 정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 발발 이후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한 상황이라고는 해도 전차를 대량으로 생산/개량하는건 큰 부담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22년 우랄바곤자보드의 신규 전차 생산을 10대, 구형전차 개량을 174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옴스크트란스마쉬는 구형전차 31대를 개량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같은 기간 제61, 103, 163공장 세곳을 합쳐 90대에서 최대 180대의 창정비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방의 경제제재와 러시아의 노동력 문제가 있으니 러시아의 생산 역량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보는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차 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생산 능력은 다소 증가할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2024~2025년에는 러시아가 연간 최대 390대의 신형 전차를 신규생산/개량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여기에 창정비를 한 구식 전차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규모가 될 겁니다.

 러시아가 전차를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현재 러시아군의 전차 보유량은 전쟁 발발 당시 보다 근소하게 증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22년 가을 이후 러시아군이 수세로 전환하면서 전차 손실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23년 8월 말 러시아군이 보유한 전차 중 작전가능한 차량을 3,044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직전 2,987대의 작전가능한 전차가 있었으므로 아주 근소하게 증가한 셈 입니다. 물론 이중 상당수가 구식인 T-54/55 및 T-62이지만 일단 구식 전차라도 있으면 쓸 수 있습니다.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지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3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이 202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되는 경우 입니다. 이 경우에는 2025년 1/4분기에 러시아군의 가용 전차 전력이 400~600대 수준으로 감소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성공할 경우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군의 기갑전력이 급속히 감소합니다. 2025년 1/4분기가 되면 러시아군의 가용 전차 전력이 250대 가량으로 급감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에는 방어작전 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지지부진하고 러시아군 기갑전력도 작년 처럼 큰 피해를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입니다. 이건 우크라이나에게 비관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러시아군은 현재의 생산역량으로도 2024년 쯤 되면 상당한 규모의 기갑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전선의 교착상태를 보면 세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제법 있어 보입니다.  만약 러시아의 전차 생산/재생 역량이 이 보고서에서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면 더 희망이 없을 겁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걸 바라는 입장에서 썩 기분이 좋지 않군요.

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고객의 목소리

우리가 막 M-60 전차를 수령했을 무렵 에일즈(Stephen Ailes) (육군부) 장관이 유럽을 방문했던 일은 항상  기억하고 있네. 에일즈 장관은 천막 덮개 아래에 앉아 병사들과 점심식사를 했지. 그리고 에일즈 장관은 그 중 장관의 건너편 자리에 있던 한 병사, 그 친구는 대략 25년간 복무한 병장으로 경험많은 전차병이었는데, 그 병사에게 M-60 전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 그런데 그 친구는 그냥 자기 식판에서 햄을 한 조각 집어 들고는 흔들었네. 그 친구는 장관과 겨우 2-3피트 정도 떨어져 있었네.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지.

장관님. 저는 여지껏 탱크만 탔습니다. 그런데 기술자들이 이 빌어먹을 물건을 설계하면서 전차병들의 말을 들어 먹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자네들도 알겠지만 이 정도의 호평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장비를 다루는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찬사를 받기란 매우 어렵네. 내 생각엔 적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걸.

말이 나온 김에 더 이야기 하자면 59식 전차가 노획되어 후에(Hue)로 이송중인건 알고 있나? 베트남측은 59식이 매우 조종하기 어려운 전차라고 하더군. 그건 베트남군이 미제 전차를 조종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일세. (59식은) 파워스티어링도 없고 동기물림식 변속기(synchromesh transmission)도 없고 없는 것 투성이지. 그래서 변속이 어렵고 방향 전환도 어렵네. 한번 그걸 조종해 보라구.

에이브럼스 대장, 1972 5 27, 주간 정보 동향(Weekly Intelligence Estimate Updates)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Lewis Sorley(ed), Vietnam Chronicles : The Abrams Tapes 1968-1972(Texas Tech University Press, 2004), p.859

2009년 7월 15일 수요일

M60에 대한 슈트라우스의 평

계속 땜빵 포스팅입니다;;;;

지난 번에 sonnet님이 슈트라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M47 전차를 살펴보는 의미심장한(?) 사진을 한 장 올리셨었죠. 슈트라우스의 표정을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는데 마침 아래에서 언급한 Trauschweizer의 책을 읽다 보니 슈트라우스 국방장관이 신형 M60 전차에 대해 평을 한 것이 실려 있어서 인용해 봅니다.

독일과 미국은 신형 주력 전차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 M60이 제7군에 배치되자 슈트라우스는 이 전차의 결점에 대해 지적했다. 슈트라우스는 소련의 T-10은 M60의 시야에 들어오기 300야드 앞에서 M60을 먼저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측은 슈트라우스가 M60 보다 우수하다고 믿는 전차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독일의 신형 전차는 35톤(M60 보다 거의 10톤 가벼운)의 무게에 800마력 엔진, 200마일의 작전반경, 그리고 높이는 2.4미터(M60은 3.2미터)로 낮았으며 시속 45마일 이상의 고속에 높은 기동성을 가지고 있었다. 슈트라우스는 대전차화기의 발전으로 중장갑은 약점을 상쇄하는데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속도와 항속거리, 그리고 낮은 높이가 좋은 전차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미 육군 지휘관들은 M60이 소련 전차보다 열등하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M60의 105mm 전차포는 운동에너지탄을 사용해 T-54를 2,900미터에서 격파가 가능했지만 소련 전차가 M60을 격파하기 위해서는 2,700미터 이내로 접근해야 했다.

Ingo Trauschweizer, The Cold War U.S. Army : Building Deterrence for Limited War,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8), p.165

슈트라우스가 지적한 M60의 단점은 M47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미국 전차의 특징이었습니다. 게다가 M47은 화력도 M60 보다 떨어지니 슈트라우스가 좋게 봤을 것 같지는 않군요.

정말 그 사진에 찍힌 슈트라우스는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2008년 2월 23일 토요일

바르샤바 조약군의 기갑전력에 대한 80년대의 서방측 시각 - 찰머스와 잘로가의 International Security 논쟁

얼마 전 친구와 채팅을 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구 : 거 참. 소련이 망하고 어지간한 자료들은 널리 공개됐는데 어째 한국에는 러시아 무기에 환상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을꼬?

어린양 : 그건 무슨 소리냐?

친구 : 뭐,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의 T-72가 M1A1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이유가 이라크에 수출된건 소련제 ‘내수정품’ 보다 성능이 더 떨어지는 물건이기 때문이라는 애들이 있더라고. 뭐 소련제 ‘내수정품’은 무안단물이라도 바르는 모양이지?
뭐 소련의 기갑웨이브는 나토를 한큐에 발라버리느니 나토는 공군 없으면 쓸려버린다느니 80년대 내내 나토가 소련군의 기갑에 벌벌 떨었다는 등 유치한 헛소리가 21세기에도 통용 된다는게 정말 놀랍지 않냐?

어린양 : 그것 참;;;;;;

저는 무기체계, 특히 2차대전 이후의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완전 깡통이지만 저런 소문이 돌아 다닌다는게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80년대라면 나토측에 레오파르트 2도 있고 M1A1도 있는데 왜 나토군의 기갑전력이 바르샤바 조약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망상이 냉전이 끝난지 20년이 다 돼 가는 이 시점의 한국에는 퍼져있을까???
소련의 철통 같은 보안 유지 덕분에 냉전기간 동안 소련제 무기에 대한 과대평가는 흔한 일이었고 또 이런 과대평가에는 예산도 더 타먹자는 군대의 엄살도 제법 작용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는 것 입니다. 소련제 전차들이 아주 못 써먹을 쓰레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레오파르트 2나 M1A1 같은 서방의 제 3세대 전차와 비교한다면 성능적으로 열세인 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냉전시기 바르샤바 동맹군의 기갑전력에 대해서는 폴 케네디가 아주 간단히 핵심을 잘 짚은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중부 전선에서는 나토군이 대규모의 소련군 기갑 및 자동차 소총사단들에 비해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바르샤바 동맹군의 우세는 안심할 정도가 못된다. 그것은 혼잡한 북부 독일의 지형에서는 신속하고 공격적인 기동작전을 수행하기가 어렵고 또한 소련의 주력 전차 5만 2000대 중 다수는 도로소통이나 방해하기에 알맞은 낡은 T-54형 전차들이기 때문이다. 나토가 군수품, 연료, 대체용 무기 등의 충분한 예비 비축량만 보유한다면 소련군의 재래식 공격을 격퇴하는데 1950년대 보다도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설 것이 확실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일주, 전남석, 황건 공역, 폴 케네디, 강대국의 흥망, 한국경제신문사, 1988, 588쪽.

어쨌든 1980년대 후반 까지는 소련의 신형전차들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21세기 한국의 일부 밀리매냐(????) 들의 망상처럼 서방측이 바르샤바 동맹군의 기갑전력에 덜덜덜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찰머스(Malcolm Chalmers), 운터제어(Lutz Unterseher)와 잘로가(Steven J. Zaloga) 간에 있었던 논쟁이 좋은 예가 될 것 입니다.
찰머스와 운터제어는 1988년 International Security 13권 1호에 Is There a Tank Gap?: Comparing NATO and Warsaw Pact Tank Fleet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9년에는 잘로가가 역시 같은 잡지 13권 4호에 The Tank Gap Data Flap라는 제목으로 반대되는 논지의 글을 투고 했습니다. 이 토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찰머스와 운터제어의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전차 전력의 숫적인 격차는 크지 않다.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서방보다 2.6배 더 많은 전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력인 소련군은 그 기갑전력의 상당수를 극동지역에 돌리고 있다. 서부전역에 국한할 경우 바르샤바 동맹군의 기갑전력은 불과 1.6배의 우세를 보일 뿐이며 특히 주 전장인 중부 전선에서는 겨우 1.4배에 불과하다. 중부전선의 나토군은 12,800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바르샤바 조약군은 18,100대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나토가 보유한 전차들은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그것에 비해 기술적으로 월등히 우수하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전차들은 서방 전차의 탄도계산 컴퓨터, 열영상장치, 그리고 명중률 높은 전차포와 같은 것을 갖추지 못 하고 있다.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보유한 전차 중 상당수를 이루는 T-55, T-62는 M-48, M-60 계열이나 레오파르트 1 수준의 전차를 상대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신형 전차인 T-64, T-72, T-80은 125mm 포를 탑재하고 있지만 그 명중률이 극도로 낮다. 또한 소련제 전차의 기계적 신뢰성은 매우 낮다. 소련의 신형 전차들은 방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반응장갑을 장착하고 있지만 이것은 서방의 120mm포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이며 또 소련 전차의 중량을 증가시켜 기동성에 제약을 가한다.
셋째, 나토의 전차전력은 전체적인 규모에서는 바르샤바 동맹군 보다 적지만 신형 전차의 비중을 놓고 보면 바르샤바 동맹군의 우위는 줄어든다. 나토는 1981년부터 1987년 사이에 7,200대의 제 3세대 전차를 도입했는데 이것은 1981년 나토가 보유한 전체 전차전력의 27%에 해당된다. 같은 기간 소련은 16,700대의 신형 전차를 도입했는데 이 경우 양 측의 숫적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넷째,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동원능력은 나토에 비해 제한적이다. 카테고리 1으로 분류되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사단 중 소련군 사단과 동독군 6개 사단을 제외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군 사단은 최소 동원 개시 10일 이전에는 전선에 투입하기 어렵다. 카테고리 2 사단은 동원 개시 후 30일은 지나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정보에 따르면 바르샤바 조약군의 동원 능력은 매우 형편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개시될 경우 전쟁 첫날에는 양측의 전차 전력의 비율이 1 대 1.42 지만 동원 개시 40일이 지나면 그 비율은 1 대 1.24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다섯째, 나토군은 신형 전차의 성능면에서 바르샤바 조약군을 압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 2세대 전차의 경우도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켰다. 반면 바르샤바 조약군의 T-55나 T-62는 이렇다 할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련은 경제적 능력의 제약 때문에 T-72와 T-80의 추가 생산에 주력하고 있을 뿐 구식 전차의 성능 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잘로가가 투고한 반박문은 1989년 봄에 나온 13권 4호에 실렸습니다.

잘로가는 먼저 나토의 신형 전차들이 원거리 교전과 야간 전투에서 소련의 신형전차에 대해월등히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첫째, 찰머스와 운터제어는 바르사뱌 조약군의 전차 전력에 대해서 IISS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추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신형전차의 생산량은 찰머스와 운터제어가 추측한 것 보다 더 많다. 1981년부터 1987년 사이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국의 신형 전차(T-72 이상) 생산량은 2만대 이상이다. 또 미국이 같은 기간 동안 대량의 M1과 M1A1을 생산했지만 그 반대로 유럽에 배치된 M60A3들이 퇴역하기 때문에 중부유럽에 배치된 나토군의 기갑전력은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찰머스와 운터제어는 분석의 대상을 전차에 한정하고 있다. 바르샤바 조약군이 보유한 대량의 보병전투차를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치명적 오류이다.
셋째, 바르샤바 조약군, 특히 소련군은 중부전선에 신형전차를 배치하고 구형 전차는 대부분 퇴역시켰다. 극히 일부의 소련군 부대만이 T-62를 장비하고 있다. 후방에 돌려진 대량의 구형 전차는 나토군이 신형전차를 대규모로 소모한 뒤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찰머스와 운터제어는 체코의 T-55 개량이나 소련의 T-62 개량 등 바르샤바 조약군의 구형 전차 성능개선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
넷째, 찰머스와 운터제어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기술수준에 대해 지나치게 저평가 하고 있다. 비록 소련제 전차들은 나토군의 전차들에 비해 야간 장비가 뒤쳐져 있긴 하지만 30% 이상의 전차는 수동형 영상증폭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신형 T-72와 T-80의 방어력에 대해서도 저평가 하고 있다. 또 나토군 전차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원거리 전투 능력은 중부 전선의 지형에서는 그 우위를 잃는다. 서독과 동독 국경 지대의 55% 이상의 지역은 실제 교전거리가 500m 수준이다. 1500m 이상의 교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은 17%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찰머스와 운터제어는 역시 같은호에 반박문을 투고했습니다. 이들은 잘로가의 지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첫째, 우리의 추정치가 부정확하다는 잘로가의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우리는 추정치이기 때문에 충분히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전제하고 논지를 전개했다. 하지만 잘로가 또한 IISS의 추정치가 부정확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둘째, 잘로가는 보병전투차와 자주포 등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토가 보유한 공격헬리콥터와 대전차 미사일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잘로가가 지적한 바르샤바 조약군의 구형 전차 성능 개량에 대해서는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동독의 예를 보더라도 소련의 동맹국들은 구형장비의 도태와 성능개선이 극히 저조함을 알 수 있다. 잘로가는 체코슬로바키아군의 T-55 개량사업이나 소련군의 T-62 개량사업의 예를 들고 있는데 이런 구형전차들이 성능개선을 통해 화력개선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넷째, 잘로가는 주 전장이 될 중부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원거리 교전이 가능한 지형이 매우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소련제 전차의 낮은 기계적 신뢰성과 제한된 기동성은 지형의 활용도를 극히 제약할 것이다.
다섯째, 잘로가는 우리의 글이 소련전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저평가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소련전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지나친 과대평가가 문제가 됐던 경우가 더 많았다. 처음 T-80에 대한 정보가 입수됐을 때 미국 국방부는 T-80이 기존의 전차에 비해 화력과 생존성이 강화됐을 것으로 추측했고 그 당시 나온 T-80의 상상도는 마치 서방의 제 3세대 전차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실제 T-80은 T-72의 강화형에 불과한 수준이다.

양 측의 견해는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양측 모두 서방의 제 3세대 전차가 T-72와 T-80에 비해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로가는 바르사뱌 조약군의 기갑전력이 숫적 우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고 전제하고 있을 뿐이지요. 소련제 ‘내수정품’에 대해 벌벌벌 떨거나 하지는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