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간에 NL에서 환빠에 이르기 까지 호전적 내셔널리스트들이 득시글대는 대한민국에서 살다 보니 “우리 민족”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울컥거릴 지경이 됐다. 이런 증상을 보다 못해 딱하게 여긴 어떤 선생님이 “온건한 내셔널리스트”의 글을 읽어 보는게 어떠냐 하시며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책을 선물로 받은 고로 쭈욱 읽어 봤다.
권정생 선생은 확실히 이 어린양과 같은 타락한 속물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인격을 갖춘 고상한 분인 것은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이분의 글을 읽다 보면 소위 “민족”의 문제가 외세인 “양키”들 때문에 비롯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데 이런 생각에는 결코 동의하기 힘들다. 결국 인격의 고매함의 여부에 상관없이 내셔널리스트들은 내 취향과는 결코 부합하지 않는 듯 싶다.
하지만 책 자체는 좋은 글이 많은 것 같고 가끔 가다 튀어 나오는 “민족”과 관련된 언급만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허구 헌날 뼈와 살이 분리되는 이야기만 읽다가 이런 잔잔한 내용의 책을 읽으니 별세계를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