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일 일요일

농경문화권의 신화에 나타난 양치기와 농부의 지위

슈타인호프님의 글과 거기에 딸린 댓글을 읽고 나니 농경문화에서 농부와 양치기가 차지하는 위치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바로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주말연속극(?)인 인안나와 두무지의 결혼 이야기입니다.

우투(Utu)가 말하길 -

나의 동생아. 양치기와 결혼하거라.
왜 너는 (그와 결혼하기를) 꺼리는 것이냐?
두무지가 (만드는) 크림은 좋다, 두무지가 (짜는) 우유는 좋다.
두무지가 만지면 모든 것이 밝게 빛난다.
인안나(Inanna)야, 두무지와 결혼하거라.

풍요의 마노(瑪瑙) 목걸이로 장식한 이나나야
왜 너는 (그와 결혼하기를) 꺼리는 것이냐?
두무지는 그의 풍족한 크림을 너와 함께 나눌 것이다.
왕들의 보호자인 인안나야
왜 너는 (그와 결혼하기를) 꺼리는 것이냐?


인안나가 말하길 -

양치기! 나는 양치기와 결혼하기 싫어요!
양치기의 옷은 조잡해요, 양치기의 양털은 거칠어요.
나는 농부와 결혼하겠어요.
농부는 내 옷을 만들 아마를 키우니까요.
농부는 내 식탁에 오를 보리를 키우니까요.

Diane Wolkstein and Samuel Noah Kramer, Innana : Queen of Heaven and Earth, Harper and Row, 1983, pp.32-33

※ 참고로, 이 어린양은 예쁜 양치기와 결혼하는게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