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8일 일요일

'비문명화된' 사회의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

漁夫님이 지난 4일에 쓰셨던 '20세기 최악의 기록들; 독재자'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漁 夫이 언급하셨듯 집단의 규모가 크지 않은 부족단위 사회에서는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으며 특히 남성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합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Lawrence H. Keeley의 'War before Civilization : The Myth of the Peaceful Savage'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한 단락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으니 Keely의 이야기를 한 번 소개해 보지요.

Keely의 설명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을 통계화 할 경우 미국이나 유럽 등의 '문명화된' 사회보다 '비문명화된' 사회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프랑스에서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인구 손실은 전체 인구의 2.5%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야노마뫼(Yanomamo)족의 경우 20%를 거뜬히 넘어가며 히바로(Jivaro)족의 경우는 30%를 넘어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성인남성의 경우는 수치가 더 높아지는데 야노마뫼족은 전쟁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전체 남성의 40% 가량이 사망하며 히바로족은 그 비율이 거의 6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외에 Keely가 인용한 인류학자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문명화된' 사회와 '비문명화된' 사회의 통계에서 대부분의 '비문명화된' 사회가 '문명화된' 사회를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에서 압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Keely는 비록 부족단계의 '비문명화된' 사회의 전쟁은 '문명화된' 사회의 전쟁에 비해 사망자의 숫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전쟁이 발생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밖에 복수 등의 동기에서 개인 단위의 습격이나 살인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높은 사망률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전쟁에 동원되는 남성의 비율도 극단적으로 높으며 교전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기준으로는) 잔혹한' 대우 등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 많습니다. 여기에 사망자의 숫자가 적지만 그만큼 사회의 규모도 작아서 한번 피해를 입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뉴기니아의 한 작은 부족은 결혼한 성인남성이 총22명이었는데 4개월 반의 전투를 겪은 뒤 결혼한 성인남성의 '27%'에 해당하는 여섯명의 남성이 전사하고 여덟명의 남성은 부족에서 이탈해 도망쳐 버렸다고 합니다. 결혼한 성인 남성 22명 중 14명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으니 부족은 엄청난 타격을 받은 셈이지요.

몇몇 사례들을 보면 우리의 사회에서는 말로 해결될 것도 창과 활이 동원되고 있으니 사망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현대의 문명사회가 살인 기술에 있어 훨씬 효율적이지만 폭력을 사회적 제도로 억제하고 있는 까닭에 전체 사망률에서는 비문명화된 사회보다 낮은 경향이 나타납니다. 물론 문명사회의 경우 한번 폭력을 사용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 되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