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 폴리시에 에드워드 러트웍(Edward N. Luttwak)의 기고문이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양반이 쓴 로마와 동로마의 안보전략 연구를 재미있게 읽었는지라 흥미가 동하더군요. 최근들어 북한을 폭격하자는 글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러트웍의 글은 한국을 맹렬히 비난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서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미국 보수파들의 한국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할까요.
**********
에드워드 러트웍
이번주에 있을 남북회담의 결과는 뻔하다. 한국 정부는 과거의 회담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고약한 행동에 대해 돈을 퍼주는 식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6년 10월, 2009년 5월, 2013년 2월, 2016년 1월, 2016년 9월, 2017년 9월에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때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에, 2007년 시리아에 취했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즉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일체의 무력을 가져서는 안되는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도록 재래식 무기로 정밀 타격을 했어야 했다. 다행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공격해 파괴할 시간이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거부하지 말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대한 반론도 근거는 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반론은 그 근거가 과장되어 있다.
첫 번째 반론은 북한의 보복에 대한 우려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당장 선제타격을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이 처음 생산한 핵탄두는 그들이 2017년 9월 3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되지 않았다. 또 북한은 2017년 11월 28일에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는데 그쳤다. 만약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몇 푼 안되는 예산으로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룩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생산 배치하게 된다면 북한의 공학 수준은 그야말로 전례없는 엄청난 수준이라 하겠다. 북한은 아직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운용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북한은 공격을 받을 경우 재래식 방사포를 가지고 휴전선에서 35마일 떨어진 인구 2천만명의 한국 수도권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 군부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불바다’를 두려워하는 점을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권이 취약하다는 점이 미국의 정책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사실 이건 대부분 한국인들이 자초한 일이 아닌가?
40년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결국 1개 사단이 잔류하게 됐지만) 본인을 포함한 안보 보좌관들은 한국 정부에 정부 기관을 휴전선에서 가까운 서울에서 철수 시키고 민간 기업들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스위스의 예를 본받아 충분한 대피소를 건설하고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대피소를 함께 짓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포격이 가해질때 대부분의 사상자는 집을 떠나 대피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한국 정부는 거주지역에 대한 북한의 방사포 공격을 95%이상 요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생산 중인 아이언 돔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40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서울 지역에 있는 3,257개소의 ‘대피소’는 지하 쇼핑몰, 지하철역, 호텔의 주차장에 불과하고 여기에는 식량이나 식수, 의약품과 방독면이 비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은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대신 일본을 겨냥한 무기를 개발하는데 돈을 썼다.
지금이라도 충격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든 건물의 지하실을 잭, 버팀목, 철제 빔으로 보강하고, 3,257개소의 공식 대피소에 필수품을 비축하고 표지판도 눈에 더 잘 띄게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전쟁이 터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도권에서 이동시키는 쪽이 좋다.(수도권의 인구 2천만명, 혹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지금 보다 20마일만 남쪽에 거주해도 위협이 격감한다.) 미국은 북한을 공습할 것에 대비해 강력한 대포병 사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의 수도권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국익에 해를 끼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에 많은 양의 미사일을 팔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는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실행하는게 어렵다는 또다른 주장은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하려면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져있거나 추정되는 북한의 핵시설을 모두 합쳐봐야 몇개 되지 않으며 상당수는 소규모 시설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군사 작전계획이라면 이정도 시설을 타격하는데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을 할당하지 않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군부는 여러 차례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공군은 단 한차례의 폭격은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적 방공망의 완전한 제압”을 주장해왔다. 문제가 되는 목표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되는 국가의 모든 방공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비행장, 전투기를 파괴해 미군 조종사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기괴한 주장이다.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 미사일, 비행기는 한심할 정도로 노후화되어 있다. 북한의 골동품에 대한 대응책은 수십년 전에 만들어졌다. 미국 공군의 주장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대는 핑계에 불과하다. 제한적인 공습을 할 경우 손수레 한 두개 정도는 파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된 핵미사일이 없다.
북한에 대한 폭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 중 그나마 합리적인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에 맞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 때문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항상 감싸고 돈다는 주장은 이미 유효하지 않다. 물론 중국은 북한이 멸망해 미군이 압록강의 국경지대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지지했다. 제재조치에는 사실상의 석유 금수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전쟁 상태에서 취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입장이 변화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할 때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 참전한다는 주장은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중국의 입장 변화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하나 늘었다. 북한의 핵무기 획득은 매우 위험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북한 정권은 무너지고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된다는 예측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 의 후원을 받는 것 보다 중국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이 한반도를 장악하면 일본의 안보는 취약해 지고 미국의 태평양 패권도 약화될 것이다. 이론상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혼란에 빠지면 한반도를 통일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진시키는 대신 훨씬 남쪽으로 이동시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은 서독이 동독에 대해 취했던 것 처럼 가난한 북한인들과 경제적 부를 나눌 생각이 없다.
현재 미국 군부는 선제 타격이라는 옵션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이 운용 단계에 이르기 전에 미국이 행동을 취한다면 세계를 북한의 핵 위협으로 부터 구할 수 있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재앙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북한과 달리 안정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인도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외교관들은 마약을 팔거나 위조 지폐를 유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많은 위기 상황을 겪었고 전쟁까지 치렀지만 김정은 처럼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이들과 다르다. 미국은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