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3일 일요일

러시아의 전차 생산에 볼베어링 수급이 끼치는 영향

지난 4월 19일 포브스에 아주 재미있는 기사가 한 편 올라왔습니다. 


What’s Perfectly Round, Made Of Metal, And Keeping Russia From Replacing the 2,000 Tanks It’s Lost In Ukraine?


이 기사의 요점은 러시아의 정밀기계공업 수준이 너무 낮아서 전차 생산 및 개량에 필요한 볼베어링 수급이 어렵다는 겁니다. 러시아군이 T-62나 T-55 같은 고철을 끌고나오는 이유도 이런 고물들은 저급한 볼베어링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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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잃은 2,000대의 전차를 보충하는데 필요한 강철로 만들어진 완벽한 구체는 무엇인가?

데이비드 액스(David Axe)


러시아는 현대적인 광학부품이 부족해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에서 잃어버린 수천대의 전차를 대체할 신형 T-72B3M, T-90M 전차의 신규생산과 구형 T-72, T-80, T-90을 정비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차 생산 기업들이 부족한건 광학부품 뿐이 아니다. 러시아는 볼베어링도 심하게 부족하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산업계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기 전 까지는 볼베어링을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했었다.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발표한 최근의 연구를 보면 독립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수개월 전 부터 언급해왔다. 전차를 비롯한 현대적인 기갑차량들은 볼베어링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러시아는 신형 기갑차량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볼베어링이 없다.

특히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또 러시아 경제 전체가 철도 수송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열차 또한 대량의 볼베어링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선택을 해야 한다. 전차를 더 생산하는 대신 철도 교통 체계가 붕괴하도록 두는 것이다. 아니면 철도 교통 체계를 유지하면서 전차 생산 속도를 늦추는 방법도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분석가 맥스 버그만(Max Bergmann), 마리아 스네고바야(Maria Snegovaya), 티나 돌바야(Tina Dolbaia), 닉 펜튼(Nick Fenton), 새무얼 벤데트(Samuel Bendett)는 이 문제를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최고급 베어링을 서구 기업에서 수입해 왔다. 예를들어 2020년에 러시아는 4억1900만 달러 상당의 볼베어링을 수입했는데 이 중 55퍼센트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독일은 2020년 한해 동안 러시아가 수입한 볼베어링의 17%를 공급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북부, 동부, 남부로 진격해 들어가 전쟁이 확대되고 양측에서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나라들은 러시아의 전략 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볼베어링 수출은 최우선 순위에 있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분석가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서구의 베어링 제조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러시아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볼베어링 수출 중단의 영향은 아주 빠르게 나타났다. 중단 조치를 취한지 몇 주 되지도 않아서 러시아의 신형 전차 생산과 구형 전차 정비를 담당하는 스베르들롭스크의 우랄바곤자보드와 시베리아의 옴스크트란스마쉬는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얼마 있지 않아 생산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러시아 전차 제조업의 장기적 전망은 매우 나쁘다. 신형전차인 T-72B3M과 T-90M은 신형 광학장비가 필요하지만 이것들은 대개 프랑스에서 수입했다. 프랑스 정부가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 전차생산기업들은 신형 전차의 소스나U 디지털 조준기에 필요한 부품을 얻을 수 없었다.

러시아 정부는 소스나U 조준기 부족분을 러시아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아날로그 방식의 1PN96MT-02 조준기로 교체했다. 이 조준기는 소스나U 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최소한 러시아 전차병들이 우크라이나 전차병들과 교전을 할 수는 있게 했다.

그런데 볼베어링 문제는 러시아 정부가 해결하기에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소스나U 조준기를  1PN96MT-02 조준기로 교체한 이후에도 우랄바곤자보드와 옴스크트란스마쉬는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 노동자들이 전차를 거의 생산하거나 정비한 상태에서 부품이 떨어져 버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14개월간 악전고투를 하면서 잃어버린 2,000대의 전차를 대체하는데 애를 먹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러시아군은 전선의 전차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1개월에 최소 150대의 신규 생산, 또는 재생한 전차가 필요하다.

물론 전쟁이 장기화 되기 시작했을때 러시아는 소량의 볼베어링 재고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철도  교통도 비축된 볼베어링을 필요로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충병력과 장비를 실어나르면서 러시아가 보유한 13,000대의 기관차들은 더 많은 볼베어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러시아 정부는 전차를 적게 생산할 것이냐 아니면 러시아 전역의 교통망을 마비시킬 것이냐는 선택지 중에서 현명한 선택을 했다. 전차 생산을 줄인 것이다.

우랄바곤자보드와 옴스크트란스마쉬의 활동을 신중하게 분석한 결과 이 두 공장은 매달 몇십대 정도의 신형 전차를 출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형 전차란 새로 생산한 T-72B3M이나 T-90M 또는 기술자들이 장기간 보관되어 있던 것을 가져와 재생한 T-72, T-80, T-90 등이다.

그러니 러시아가 '기술적인 면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 이래 보관 상태로 썩어가고 있던 1960년대의 골동품 T-62나 1950년대의 골동품 T-55를 다시 끌고나온 이유를 알 수 있다.

구식 전차들은 최신 부품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고 볼베어링도 적게 들어간다. 이런 구식전차들은 장비 상태가 좋은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하기에는 답이 없지만 최소한 우크라이나군의 발을 묶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어떤 러시아 당국자는 볼랴 미디어에 이렇게 말했다. "이런 면에서 T-55는 자원을 절약하고 시간을 벌 수 있는 수단입니다."

수백대의 T-62와 T-55가 일시적으로 러시아군의 뚫린 구멍을 메우는 동안 러시아의 산업계는 다른 볼베어링 수급처를 찾아 신형 전차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장 확실한 대체처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이다. 하지만 중국제와 말레이시아제 볼베어링은 미국제나 유럽제 베어링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 CSIS의 분석팀이 지적한 것 처럼 질이 떨어지면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

"러시아는 서구로 부터 수입하던 베어링의 대체품을 찾아서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군수 분야의 생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품으로 들여온 베어링은 대부분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라 신뢰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가 품질 좋은 베어링을 질이 낮은 베어링으로 교체해서 전차 생산을 늘리는데 성공할 수는 있다.  또한 현대적인 디지털광학장비를 질이 떨어지는 아날로그광학장비로 교체했던 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만든 전차를 최신형 전차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이렇게 만든 물건들도 껍데기만 보면  T-72B3M이나 T-90M 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부를 뜯어보면 성능도 떨어지고 내구도도 낮은 전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