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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8일 월요일

샤먼의 코트(재탕)

예전에 아마존에 실린 독자들의 서평을 보고 한번 사 봐야지 하다가 귀차니즘 발동과 지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통에 사보질 못 했는데 2주 전쯤 지하철역에서 번역판을 5,000원에 사게 됐다. 이것과 함께 만화 한국전쟁도 있었는데 탄약이 부족해 지르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책의 번역은 재미있게 잘 된 것 같다. 물론 원판을 아예 못 읽어 봤으니 단정하긴 그렇지만.

이 책의 주제와 저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A History of Pagan Europe 과 유사하다. A History of Pagan Europe이 기독교가 동진하면서 붕괴된 유럽의 전통 문화를 차례대로 보여줬다면 "샤먼의 코트"는 전통 문화를 상실하고 기독교화된 유럽이 동진하면서 붕괴된 시베리아의 전통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베리아에 살던 수많은 민족들의 전통 문화는 기독교, 불교 등 많은 외래 문화의 공격을 받았다.

시베리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6세기 부터 적극적으로 동진을 시작한 러시아 세력이다.
러시아인들은 동진하면서 요새도시를 세워 주변지역을 러시아화 하고 원주민들을 복속시키면서 전통 사회를 파괴하고 덤으로 환경도 파괴했다.
원주민들도 저항했으나 대포와 총, 그리고 각종 전염병으로 무장한 러시아인들 앞에 처절하게 붕괴되어 갔다.

그러나 여러가지 공격중에 최악의 공격은 "사회주의"에 의한 것 이었다.
러시아 혁명은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에게 "과학"이라는 종교를 강요했고 스탈린 체제는 사상의 강요 보다 학살을 택했다. 스탈린 보다 온건한 편 이었던 이후의 통치자들역시 전통사회를 붕괴시킨건 마찬가지였고 소련이 붕괴될 무렵에는 더이상 말살할 만한 전통 문화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 됐다.
스탈린 시기의 전통문화 말살은 중세 유럽에서 행해진 강제 기독교화와 비교하더라도 그 야만성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것 이었다. 사회주의를 위해 인민의 적들을 박멸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비행기에서 샤먼을 집어 던지고 총살하고 강제 노역으로 혹사시켜 죽이고...

결국 현재 남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박제화된 과거의 흔적 뿐이다.

책의 저자가 영국인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시베리아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은 독자들이 책의 내용에 빠져들게 해 준다.

전반적으로 슬픈 이야기로 일관된 슬픈 책이다. 우울할 때 읽으면 쥐약이고 기분이 들떠 있을때 읽으면 좋을 듯...

아주 멋진 책이다.

그리고 덤으로..

1. 이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용맹한 추크치족이 중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의아해하는 중국이 추크치족에게 사절단을 보냈다.

"추크치족 이십니까?"

"그렇다."

"우리와 싸우기를 원하십니까?"

"물론 그렇다."

"중국의 인구가 10억명 이라는걸 아십니까?"

"그래?"

다시 말을 잇는 추크치족이 가로되

"그럼 너희들 모두를 어디에 묻어 주랴?"

2. 그 다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비드야 단다론"이라는 부랴트족 불교 승려는 스탈린 시절 강제수용소에 보내졌는데 수용소에서도 다른 라마교 승려들과 수도하면서 포교도 했다고 한다. 그의 추종자 중에는 포로가 된 독일군 장교도 있었다고 한다.
장 자크 아노가 이 독일군 장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제법 재미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