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국공내전에 "조선의 아들딸"들을 지원했다는 김일성의 발언

아래의 글에 이어지는 추가 글 입니다.

진명행님께서 그만 하기를 원하시지만 진명행님께서 ISNK의 북한인민군 파병의 근거로 김일성의 발언을 인용하셨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보충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1992년에 간행된 김일성 전집 8권에 실려있는 관련 내용을 올려 보겠습니다. 이것은 김일성이 북한인민군을 지원했다는 근거로 많이 인용되는 글 입니다.

국제주의 위업에 충실한 조선의 우수한 아들 딸들은 중국 동북해방전투에서 무비의 영웅성과 희생성을 남김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중국 동북지방을 해방하는 데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게 한 장춘, 길림, 금주, 사평 해방전투들에서 조선의 아들 딸들이 피를 흘리며 숭고한 국제주의적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였습니다.

장춘 해방전투에서 박락권 동무가 지휘하는 부대가 커다란 공훈을 세운데 대하여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박락권 동무는 장춘을 해방하기 위한 전투에서 자기의 고귀한 생명을 바쳤습니다.

얼마 전에 나와 만난 주보중 동무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조선인 부대들은 동북민주련군의 주력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부대의 전투업적은 중국인민들 속에서 훌륭한 모범으로 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지금 중국인민해방군 부대 내에 있는 조선동지들이 전투에서 돌격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인민은 중국혁명을 피로써 도와주고 있는 조선인민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중국인민의 혁명투쟁을 도와주는 것은 우리의 국제주의적 임무이다. – 림춘추와 한 담화 1948년 10월 23일」, 『김일성전집』 8권, 조선로동당출판사, 1994, 385쪽

여기서 장춘 해방전투에서 전사한 박락권(朴洛權)이 국제주의 위업에 충실한 조선의 우수한 아들 딸의 대표 사례로 인용됩니다. 그런데 박락권의 부대는 어떤 부대인가?

박락권은 장춘 전투에서 길동 경비 1려의 제1단 단장이었습니다. 즉 연대장이었습니다. 길동 경비 1려는 연변조선족으로 편성된 부대로 북한 인민군과는 관련이 없는 부대인 것 입니다. 그런데 김일성은 마치 박락권의 부대가 북한에서 만들어진 부대인 것 처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길동 경비 1려는 뒤에 동북군구의 독립 1사 1단으로 개편되었다가 다시 1947년 8월에는 30사 89단으로 개편됩니다. 이 연변조선족 부대는 마지막으로 47군 141사로 통합됩니다. 47군 141사는 임표가 지휘하는 제4야전군 소속 부대였습니다.

예. 진명행님이 북한군 참전설의 근거로서 언급한 임표 지휘하의 조선인 부대가 바로 이 부대입니다.

북한공산군이 아닌 연변조선족부대…

하지만 김일성 전집의 김일성 발언은 모호하게 말끝을 흐린다는 점에서 좀 나은 편입니다.

김일성의 공식 발언이 나오고 나니 북한 당국에 의한 역사 왜곡이 시작됩니다.;;;; 다음의 글을 보시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의도를 높이 받들고 동북해방작전에 참가한 조선인 부대 장병들은 중국 동북지방을 해방하는데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게 한 장춘, 길림, 사평, 금주, 심양 해방전투들에서 무비의 영웅성과 희생성을 남김없이 발휘하였다.

주체35(1946)년 4월에 있은 1차 장춘해방전투에서 박락권이 인솔한 2만여명의 조선인 사단은 적의 대부대를 견제하고 있던 최광 부대의 후원 하에 장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여 5일만에 장개석의 아들 장경국 도당이 위수사령으로 틀고 앉아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던 도시를 점령하고 1만 수천명의 적을 살상포로하는 전과를 거두었다. 이 전투에서 박락권 련대장은 적의 흉탄에 맞아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오의 앞장에서 부대의 공격을 지휘하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불멸의 혁명업적 19 – 세계혁명의 새로운 길 개척』, 조선로동당출판사, 2000, 155

박락권이 지휘한 부대가 졸지에 2만명의 사단으로 둔갑했습니다.;;;;;

김일성이 국공내전을 지원하기 위해 조선의 아들딸들을 보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연구자들이 의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김일성은 박락권 부대와 같이 조선족으로 편성된 부대를 마치 북한에서 만들어 보낸 것 처럼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공식역사서는 1개 단으로 정규편제의 연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선족 부대를 『김일성 동지의 의도를 높이 받드는 2만명의 사단』으로 뻥튀기를 하고 있는 것 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ISNK의 신뢰성도 문제인데 진명행 님께서는 신뢰성이 의심되는 ISNK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 역시나 과장과 왜곡으로 가득 찬 북한의 주장을 근거로 세우신 겁니다.

진심으로 유감스럽지만 역시 아래의 글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1. 진명행님은 김일성 전집 등을 읽지 않고 다른 연구자의 논문에 부분 인용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2. 진명행님은 김일성 전집 등을 읽었지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김일성의 발언 중 극히 일부만을 발췌했다.

둘 중 어떤 것이던 진명행님은 블로그의 방문자들을 속이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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