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우울한 아르헨티나 공군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공군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읽는 중인데 참 안습한 이야기가 많더군요. 대표적인 사례 하나....

(해군이 단독으로 해상의 방어를 담당한다는) 1969년의 결정에 따라 공군에 소속된 항공기들은 해상항법에 필요한 장비를 가질 수 없었고 이때문에 공군 조종사들은 해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의 스카이호크는 항법장비라고 할 만한게 없었다. 아르헨티나 공군 조종사들은 칠레와의 전쟁에 대비해 열악한 계기 대신 지표물을 숙지하도록 훈련받았지만 이런 방식은 공해상에는 쓸모가 없었다. 공군 항공기들은 대부분 현대적인 전자장비가 없었으며 대부분은 가장 단순한 항법 레이더 조차 없었다. 스카이호크들의 경우 해결책으로 보다 나은 항법장치를 가진 다른 비행기들의 유도를 받아야 했다. 만약 어떤 문제가 발생해 비행기 중 일부가 편대 대형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문제는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미라지와 대거의 경우 민간 리어젯(Learjet)이 유도기의 역할을 했는데 이런 해결책은 민간기가 최대한 먼저 출발하고 군용기들이 최대한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 상황에서도 속도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Rene De La Pedraja, "The Argentine Air Force versus Britain in the Falkland Islands, 1982", Robin Higham and Stephen J. Harris, Why Air Forces Fail : The Anatomy of Defeat(The University Press of Kentucky, 2006), pp.246~247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의 주요 공군 기지 중 리오 갈레고스(Rio Gallegos)는 포클랜드에서 750k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산 훌리안(San Julian)은 700km, 리오 그란데(Rio Grande)는 690km 떨어져 있었다고 하니 이 거리를 제대로 된 항법장치 없이 날아가야 했던 아르헨티나 공군 조종사들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르헨티나 해군 항공대가 있긴 했지만 실질적인 전력이 스카이호크 11대(개전 당시 운용 가능했던 것은 8대)에 슈페르 에탕다르 5대에 불과했으니 공군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1969년에 아르헨티나의 해군이 단독으로 해상의 방어를 담당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주된 원인은 육해공군간의 갈등에 있다고 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무능한 윗대가리들 때문에 일선의 군인들이 생고생한 사례가 되겠군요;;;;

댓글 28개:

  1. 언제나 흥미있는 유익한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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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간 707까지 동원하면서 영국 함대 위치를 잡으려고 했던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아르헨티나 공군 파일럿들에게 애도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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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나저나 항법장치 없다는 거랑 그 사연은 정말 깨는군요. 저런 판에 덥석 판을 벌여놨으니...
    저 개고생을 하고서도 아르헨티나의 스카이호크들은 지금까지 현역이네요. 그것도 공중전용;;

    네비는 달았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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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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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130을 정찰기로 사용했을 정도라니 정말 우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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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래도 부실한 장비와 훈련에 비하면 아르헨티나 공군의 스카이호크들은 참 잘싸웠던 것 같습니다. 불발탄만 적었어도 영국군이 좀 더 쓴 맛을 봤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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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안습이 아닌 상태"를 줄곧 유지하는 군대는 역시 없을 듯 하네요. 안습의 정도가 심하냐 덜하냐의 차이 정도? 군대가 아에 없는 몇몇 소국들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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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야설록/이현세의 남벌 월드에서는 목제 비행기로 오징어 선단까지 동원해서 도양하지요. ㅋㅋㅋ 그런 엽기에 출격하기전에 술처먹는 장면(일본의 가미가제처럼)보고 인간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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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그나마 지금 아르헨티나의 스카이호크들은 항법 장비 개수를 받아서 F-16A 용 레이더까지 달았다니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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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런 상태에서 영국의 콧털을 뽑은 아르헨티나 장군들도 참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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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르헨티나 군부가 의외로 막장인게 미국의 중재를 통해 포클랜드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칼을 뽑았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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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흐흐흐. 그것도 식민지 잔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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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나름 환골탈태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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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그래서 결과는 "음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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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공군이 안습이었다는 건 주워들어 알고 있었는데 가장 기본적인 항법장비도 없었다는 건 너무하네요. 그런 와중에서도 만만치 않은 전과를 올린 아르헨티나 조종사들이 참 대단합니다.

    근데 울나라에는 아르헨티나 미라지가 영국 해리어한테 26:0으로 털린 걸로만 이미지가 굳어져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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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무엇을 믿고 판을 벌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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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뭘 믿고 판을 벌린게 아니라 독재정권에서 국민들 시선 좀 딴데로 돌려보자고 벌인판이었습니다.

    당연히 자기집 안마당에서 캐관광(...강간?) 당하고 정권도 모래성처럼 우르르....

    자세한 설명은 어린양님께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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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항법장비가 없는 공격기라... 공습이 이루어진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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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막장정권이라는게 어떤 건지 여실히 보여주는군요.
    진주만 공격했던 일본애들이랑 누가 더 막장스러울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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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동원할 수 있는 자산만 놓고 보면 제국의 대함대(?)에게 한방 먹일 수 있었던 로그 스쿼드론(!)들이었던 아르헨 공군이 축차투입만 반복하다가 결국엔 패배한데는 이유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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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진주만 쪽이 더 막장이죠. 미국에 싸움을 걸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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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아르헨티나 친구들은 포스가 약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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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유도기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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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지면 별수 없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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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아르헨티나 군부는 미국이 자신의 동맹국인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서로 싸움에 휘말리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측은 개전 이전에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방어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아르헨티나 육군은 칠레를 견제한다고 포클랜드에는 예상만큼 힘을 쏟지 못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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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span>아르헨티나가 정찰에 쓴 보잉707은 민간 항공사의 여객기는 아니고 공군소속의 수송기였습니다. 기수에 달린 weather 레이다로 영국함대를 찾았습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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