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1일 금요일

윈터스 본(Winter's Bone)

어제는 심란해서 심야 영화로 윈터스 본(Winter's Bone)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도 매우 무겁고 암울한 영화여서 심란한 기분만 더해졌습니다. 차라리 김명민이 주연인 코미디 영화나 볼 걸 그랬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는 꽤 괜찮게 잘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시궁창 같은 상황에 처해있고 계속해서 시궁창 같은 현실이 계속되지만 어쨌든 아주 아주 약간의 희망은 있는 결말이었으니 평온한 때에 봤다면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영화는 폐쇄적인 시골마을이 배경이고 빈곤층 소녀가장(?!)이 주인공입니다. 이쯤되면 뭐 말 다했지요. 주인공은 원치 않게 소녀가장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약을 제조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는데 집을 담보로 가석방 비용을 마련한 뒤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사라져 버렸으니 집이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어머니는 폐인입니다;;;; 어쨌든 씩씩한 소녀가장은 가정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합니다만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도 만만치 않은 인물들입니다.

스릴러에서 시골을 그리는 공식은 거기서 거기인지 이 영화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출이 꽤 좋습니다. 범죄로 얽힌 폐쇄적인 소규모 공동체는 꽤 흔한 소재라서 연출이나 연기가 엉망이면 망하기 쉽지요.(한국 영화 '이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행히 이 영화의 연출은 정말 좋습니다. 동시에 연출이 너무 좋다는 게 문제입니다. 여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친한 친구를 제외하면 등장인물 중 제대로 된 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동네 보안관도 전형적인 부패경찰 입니다. 이 답답하고 소름끼치는 공동체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건 고역입니다.

게다가 이야기는 암울한데서 그치지 않고 제법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갑니다. 현실적으로 빈곤층 소녀가장이 폐쇄적인 공동체에 맞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행히 주인공이 살해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권선징악이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폐쇄적인 시골마을은 늘 돌아가던 대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안을 취합니다. 물론 완벽하게 암울한 결말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일상은 이미 충분히 엉망이긴 하지만 가정이 완전히 공중분해되는 상황도 피하고 길거리로 나 앉는 상황도 피하긴 합니다.

좀 여유있는 상황에서 봤으면 좋았을 영화였는데 시기를 잘못 골랐습니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괜찮았으니 그나마 다행이군요.

댓글 4개:

  1. 쥐고기 스튜를 먹는게 은근히 리얼리티가 넘치더군요.

    영화보는동안 리가 차라리 군대라도 가는게 더 낫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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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개봉주에 '윈터스본'하고 '아이앰러브' 두 편을 관람예정으로 올려놓았었지만 시간적 여유도 그렇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패스했네요. 지금이라도 볼까 하지만 요즘 기분에서는 오히려 좋지 않을 듯 싶으니 한참 나중으로 기회를 돌려야 되겠습니다.

    지난 설연휴에는 한국영화를 모두 패스했더니 영화에 대해서는 별로 나눌 말이 없어지더군요(...). 조선명탐정, 평양성, 글러브에 대한 말씀들 뿐이어서... 직배하면, 스크린쿼터축소하면 한국영화 몰살한다더니. 역시 이익집단의 주장은 피를 토하는 듯 절박해보여도 외부인 입장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무심하게 들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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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길 잃은 어린양12:53 오전

    윈터스 본 관람은 심란하시다면 피하시는게 상책입니다.

    연휴 기간 동안 영화를 많이 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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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길 잃은 어린양12:54 오전

    아 그런데 주인공이 군대를 가 버리면 올망졸망한 두 동생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긴. 워낙 상황이 막장이니 군대라도 가는게 나았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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