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2일 토요일

[번역글] 러시아의 전쟁이 잊혀져 간다





얼마전 재미있는 칼럼을 한편 읽어서 번역해 봅니다. 카네기재단 모스크바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니코프Андрей Колеников가 쓴  Misremembering Russia’s War라는 제목의 글 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글들 처럼 푸틴 집권 이후 퇴행하는 러시아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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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쟁이 잊혀져 간다

안드레이 콜레니코프


러시아는 제2차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잠시나마 동맹국과 함께 나치 독일에 맞서고 있다는 인식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날 러시아의 지배자들은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러시아가 홀로 적과 맞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차르 알렉산드르 3세가 했다는 “러시아의 동맹은 두개다. 육군과 해군이다.”말에 동의하면서 인용하곤 했다.(최근 아사드 부자가 푸틴의 새로운 동맹에 추가된 것 같다.)


러시아의 지배층은 아직도 독일에 맞선 대조국전쟁을 정치적 신화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궁이 1941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일인 6월 22일에 내놓은 기념사는 이런 태도를 아주 잘 보여준다.


최근 수년간 6월 22일은 1945년 소련의 승리를 기념하는 5월 9일에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게 됐다. 이 날은 스탈린의 정치적 실책으로 개전 초기 수개월간 일어난 재앙적인 참패와 공황을 되새기는 날이되었다. 스탈린이 군 고위층을 탄압하고 대규모로 숙청했기 때문에 소련군의 전쟁 대비태세는 형편없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올해 6월 22일에 “나치 침략자들과의 전쟁에서 산화한 모국의 수호자들의 추도식”을 거행했다. 이들이 희생된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못한것인가? 푸틴 대통령은 6월 22일을 5월 9일 처럼 또다른 변명의 구실로 삼았다. 대통령은 비서실장 안톤 바이노Антон Эдуардович Вайно와 대법원장 뱌체슬라브 레베데프Вячеслав Михайлович Лебедев를 필두로 도열한 수많은 장군 및 고위 관료들과 흥겹게 악수를 나누었다. 공식 행사는 6월 22일의 비극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1941~1945년의 대조국전쟁에 대한 공식 서술은 다시 스탈린 시절처럼 동맹국들의 존재를 지우는 방향으로 퇴보하고 있다. 2017년 5월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65%는 동맹국 없이도 소련이 승리했을 것으로 믿는다.


‘동맹’을 만든다는 개념은 소련의 정치담론에서 일찍부터 삭제됐으며 1946년 시점에서는 대중의 인식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국과 미국이 ‘동지’였던 때가 잠깐 있긴 했다. 소련의 종군기자 일야 에렌부르그Илья́ Григо́рьевич Эренбу́рг와 콘스탄틴 시모노프Константи́н Миха́йлович Си́монов는 미국을 방문했으며, 러시아 재즈 가수 레오니드 우툐소프Леони́д О́сипович Утёсов와 그의 딸 에디트는 러시아어로 번안한 ‘Comin’ in on a Wing and a Prayer’를 불렀다.


하지만 레바다 센터의 여론조사에는 또 다른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인명손실이 엄청나게 컸던 원인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했을때 20년 전에는 34%의 응답자가 소련 정부가 인명 손실에 무감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2017년 5월의 여론조사에서는 최근 러시아를 휩쓸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군국적-애국적 히스테리가 합리적이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인식을 대체하고 있다. 소련의 막대한 인명손실과 패전의 원인이 “나치의 기습 공격 때문”이라는 응답은 20년 전에는 27%였으나 2017년에는 36%로 늘어났다.


레바다 센터는 나치의 기습공격 때문이라는 선택지에 부가 사항을 추가했다. “나치 독일의 기습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스탈린의 정치적 실책을 덮기 위해 날조한 것인가?” 푸틴이 집권한 2001년만 해도 58%에 달하는 응답자의 다수가 여기에 동의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그 숫자가 38%로 줄어들었다.


레바다 센터는 설문조사에 대조국전쟁 기간 중 소련이 입은 수백만에 달하는 인명손실에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냐는 사항을 꾸준히 포함해 왔다. 2010년에는 “적”이라는 응답이 28%에 불과했다. 하지만 크림 반도 병합 이후인 2016년의 여론조사에서는 47%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에서 스탈린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점차 낮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0년에는 30%의 응답자가 스탈린의 책임이라고 대답했지만 2016년에는 21%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러시아 국민이 역사적 팩트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면 안된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퍼레이드 행렬의 수많은 군중에 섞여 자동차, 가방, 유모차에 애국심을 상징하는 성 게오르기우스의 리본을 달아 모든 죄를 망각하고 약간의 퇴보를 하는 것이다. 사실 하고자 할 의지만 있다면 역사적 진실을 아는 것은 수 년 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


군사적 행사와 퍼레이드가 잦아지면서 과거를 되새길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요즘은 공격적인 감성을 북돋고 있다. 1년전 러시아의 공식 여론조사 기관인 러시아여론조사센터Всероссийский центр изучения общественного мнения는 6월 22일에 맞춰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충격적인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만약 내일 인접국가와 전쟁이 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참전하는 것을 지지하겠습니까?” 65%의 응답자가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이웃 국가”가 적대행위를 할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질문 문항을 작성한 것일까?


50여년 전인 1966년 12월 5일, 흐루쇼프 시대의 저명 인사였던 시인 겸 편집자 알렉산드르 트바르도프스키Алекса́ндр Три́фонович Твардо́вский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 세상의 어떤 군대도, 그리고 어떤 전쟁에서도 대조국전쟁 직전과 전쟁 중의 소련군 처럼 많은 지휘관을 잃지는 않았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 최전선이 아니라 미치광이 정권의 감옥과 수용소, 고문실에서 전쟁 이전과 전쟁 중에 희생된 사람들도 전선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요즘도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하는게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국민이 역사를 잊는 것은 진정한 비극이다. 지배층은 역사를 망각함으로서 절대적인 도덕적 가치와 정신적 유대를 만들려고 한다. 러시아의 통치자들은 역사학과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추모” 개념 조차 정권의 정당성의 수단으로 이용해 국수주의의 도구로 변질시키고 있다. 정권을 비판하면 대조국전쟁에 대한 성스러운 ‘기억’을 비판한다고 몰아간다.


전쟁을 실제로 겪은 세대는 전쟁을 다르게 기억한다. 내 부모님이 전쟁 시절 영국과 미국의 가요를 러시아어로 번안한 것을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것을 기억한다. 부모님 세대는 1945년에 그랬었고 당시에는 붉은군대 합창단도 번안곡을 불렀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이제 거의 사라져간다. 그리고 우리가 동맹국과 함께 싸워 승리했으며, 스탈린 덕분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스탈린이 있었음에도 승리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사람들도 사라져간다. 스탈린은 1945년 5월의 유명한 기념사에서 승리의 영광을 ‘소련 인민’에게 돌렸다. 하지만 오늘날 스탈린 숭배자들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댓글 8개:

  1. 최근 인터넷에서 한 러시아 칭구에게 어린양님 블로그에서 본 이야기를 근거로 대전기 소련군에 대한 비판을 했다가 그런 책들은 사람들을 세뇌시켜 러시아군이 무능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만들어진 황색 찌라시라는 대답을 듣고 황당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런 정책의 영향일까요.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실책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를 보면 한동안 이런 양상이 지속되지 싶은데 답답합니다.

    본문과 좀 관계없는 이야기입니다만, Christer Bergstrom가 작년에 Operation Barbarossa 1941이라는 신간을 내놨던데요. 혹시 읽어보셨다면 책이 어떤지 좀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Bergstrom의 책들이 재밌는게 많아서 보통은 구매하는 편입니다만 어째 이 책 아마존 평가 상태가 영 좀 안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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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아마존에서 9달러에 할인판매를 하던데 그 정도 가격이면 사볼만한 책 입니다. 항공전 이야기도 제법 분량을 할애해서 나쁘진 않은데 이미 최신 연구로 David Stahel의 바르바로사 4부작이 존재하니 특별한 장점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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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일단 주문해둬야 겠네요. 그나저나 9달러면 배보다 배꼽이 크군요. ㅠㅠ. 같이 주문할 책을 좀 찾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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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설문항목에 '렌드리스'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있었쓰면 더 흥미러웠겠네요.
    그런데 아예 '렌드리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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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칼럼에서 해당 설문조사 문항을 전부 인용한 것도 아니니 그건 알 도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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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현재 러시아 거주중이지만, 제 생각은 러시아측 편입니다, 정작 구 소련기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라져가며 국민들이 역사를 잊고있다는데, 정작 현지에선 그 세대에대한 존경이 더욱 커졌습니다, 지역사회도 예전보다 그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갖고있고요, 그리고 이쪽 사회가 앞으로의 전쟁에 참여하겠다느니, 혹은 스탈린의
    대숙청기 등의 역사에도 무조건적인 인륜에 입각한 비판에서 공과 사를 나누어봐야한다와, 그걸 감안해도
    공이 더 크다란 분위기는 냉전이 끝나고 소련말과 러시아 연방 신생기를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옛 '동맹국들' 중에 특히 미국에대해선 소련붕괴 얼마후까진 현지에선 긍정적이였습니다만,
    정작 그 탄압과 인권을 부르짖으며 스스로 초강대국을 무너트렸더니, 1차적으론 무능한 자국 정치인들에대한
    혐오가 생겨납니다, 특히 개혁과 개방에 앞장섰던 노멘클라투라 계층은 올리가르히로 변신해 귀족으로 변했고,
    이들은 자국이 어떻게 찢어지든,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추락하든, 어떻게 국가가 붕괴하고있든 신경도 안썻고
    옐친 등을 비롯한 무능한 지도자는 독립열망이 크지않았고 독립을 바라지도않던 회원국들까지 강제로 독립,
    서구에게 동부유럽을 완충지대로 설정하자는 약속을 받고 해체했습니다, 정작 서방은 나토를 발트3국까지
    확대했고 러시아는 이것에 어마어마한 배신감과 적대감, 위협을 느꼈지만, 옐친기의 붕괴중이던 러시아는
    그것에대한 제대로된 행동도 보일수없었고 방치할수밖에 없었지만, 러시아가 그걸 잊은건 아닙니다.
    오히려 위기감과 자국에대한 무력감에 시달렸죠, 더군다나 서구는 옐친을 도왔고, 이는 옐친의 장기집권을
    돕게됩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등 구 소련 회원국들에대해 미국과 서구가 지원과 손을 뻗었고
    이는 러시아가 다시는 미국을 위협할 초강대국으로 회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 맞고
    이에 러시아인들은 반미감정이 진하게 남습니다, 소련시절이야 다같은 사람인데 정부가 그러겠느니 했는데
    미국이 움직이는걸보고 생각이 바뀐겁니다. 뭐 그래도 서구문화에대한 수입 등 청년층의 개방성은 아직도
    잘만 유지되긴하지만, 이전관 다르게 러시아 제국, 소련 등 과거의 러시아 역사 등에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에
    영향력을 키웁니다.

    옐친 이후 푸틴이 집권하고, 푸틴 정부가 지지를 얻는건
    무엇보다도 옐친 이후 망가진 나라를 수습한데다 망가진 복지체제도 어느정도 수습을 했기 때문이며,
    반대급부로 구 소련시기에대한 그리움과 공산당 아래에서 탄압받았던 정교회를 중심으로한
    러시아주의가 빠르게 제정러시아 시절을 복원하고 있고,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 계열도
    민족주의를 표방하는등 사실상 저쪽도 우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뭔소리냐,
    공산당이나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이나, 네오나치정당이라 불리는 자유민주당도 다 우익이란겁니다.
    전부 과거에서 영광을 찾고, 현대를 서구와 미국에 의한 러시아가 쇠퇴의 기로에 선 위기라고 인식합니다.
    정의러시아당이라는 사민주의 그나마 개념같은 정당이 하나 있긴한데,
    이쪽도 동성애자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등, 사실상 다른 정당들이랑 다를바없으면서도
    뚜렷한 목적, 이미지도 세우지 못한다하여 나락으로 추락중입니다.

    이러한 러시아의 현대사를 통해, 러시아인들이 스탈린에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증가하는건,
    첫째론 스탈린의 대숙청은 고위층이든 하류층이든 피해가지 않았고, 이게 노멘클라투라-올리가르히에대한
    반감이 역으로 스탈린 평가의 긍정화에 영향을 줍니다.
    둘째론 스탈린 시기의 중공업화가 그만한 인명손실이 컸지만 그 대가 역시 분명했고, 스탈린 시절
    상승한 경제규모와 길러진 과학,산업 역량 등은 이후 소련이 초강대국으로 자리잡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적백내전이 종결된 시점에서 등의 어마어마한 성장에 주목하는 겁니다, 그에대한 희생도
    구소련해체 이후 시절과, 지금을 고려하면 그 위상 등의 차이로 볼때, 그 희생이 스탈린이 아무런 이유없이
    희생시켰다고 보겠습니까? '어쩔수없는 희생'정도로 평가하게되는겁니다 이쪽은.
    셋째로 스탈린의 대숙청에 관해선 아직도 의견이 많습니다, 여전히 스탈린의 공은 인정해도,
    스탈린이 벌인 대숙청은 끔찍했단 의견이 여전하죠, 하지만 그 대숙청에서조차 긍정점과 부정점을 나눕니다,
    푸틴의 공식적인 발언 등을 통해, 대숙청이 기존의 낡고 부패한 관료들을 치우고, 젊고 새로운 인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 부패와 부당함을 처리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의견과, 사실 이것보다 더 커다란 의견은
    대숙청이 아무리 부끄러운 일이더라도 서구놈들이 우릴 우리 국내일로 우리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덮어씌우려는
    행동은 일어나선 안된다. 라는 의견이죠.

    별도로 그 '동맹국'들이란건, 소련과 러시아엔 역사적으로 무슨 동맹이 있었습니까?
    소련은 열강이 침공해들어온 적도 있어 전세계가 소련을 침공해올까 두려워 피해망상수준까지 갔었고,
    그건 서구도 마찬가지였던데다,
    전통적인 러시아 제국 등의 역사에서도 프랑스와 영국, 프로이센,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등 다양하게 유럽이
    나뉘어져있을때에서야 적의 적과 동맹을 맺어왔지 유럽연합과 나토로 통합된 마당에 어디에 동맹국이 있습니까? 러시아의 시선에선 자신들이 냉전에 패했어도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왜 나토는
    계속 존재해야합니까? 왜 나토는 더 동쪽으로 확장하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데,
    이에 관해선 보통 러시아가 주변국에 위협적이니까라고 합니다만, 옐친 시절에 무슨 위협을 가해요 벌벌기지,
    푸틴시절엔 체첸전을 벌였지만 체첸은 러시아 내에서 독립전쟁을 벌인거고, 외국에대한 침략관 다르고
    체첸 이후엔 조지아가 선빵을 쳤죠, 특히 남오세티야 전쟁으로 서방세계가 동쪽으로의 확장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한다는걸 깨달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서방이 그걸 왜 이제야 깨닫겠습니까? 이미 자기들이 약속한걸
    휴짓조각으로 깨끗히 잊고 동진해뒀던걸, 그이후로도 우크라이나에 손을 뻗어 러시아와 줄타기를 했고,
    러시아는 폴란드나 루마니아같은 다른 국가들은 몰라도 옛 러시아 제국, 소련이였던 영토엔 집착이 매우 강하고, 또 독소전 이후론 국경을 맞대기보단 완충지대를 두는데 매우 집착이 강합니다. 거의 사활이 달렸다죠.
    그러니까 러시아 내에선 서구의 동진으로 굉장한 위기감이 조성됬고, 매우 강력한 지도자와 무능하고 부패한
    상류층을 찢어버리는 정의구현(사실상 차르의 이미지입니다 이거)에대한 갈망과 향수가 불어오고,
    완전히 망가진 조국이 희생을 내더라도 다시 강력해졌으면 하는 주민들, 그리고 구 시대의 전쟁에서의 영광과
    희생자들에대한 오늘날의 러시아에서 강화된 추모와 존경이 마치 구 러시아 제국이 1차세계대전 초기에 보였던
    애국주의처럼 국민들이 전장에 서고자하는 의지를 강화했고, 덤으로 거의 천년이 넘도록 애국주의와 불만해소,
    중앙정부를 보조해왔던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과 사회에대한 영향력 부활은 이를 더 부채질합니다.

    저는 오늘날의 러시아를 개인적으로 평가하길, 거대했던 소련 체제와 그 프레임을 움직이던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사실상 제정 러시아를 움직이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신앙으로 대체되어 재기동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러시아가 전쟁기계라는건 아닙니다, 얘들 유럽정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끽해야 구 소련 영토 되찾는 정도가 만약의 군사적 침공의 한계일겁니다. 명분도 딱 거기서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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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만 칼럼내용 중에 자료들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데, 실제로 러시아를 크림반도까지 여행해보며(이번8월)
    저런 내용의 이야기를 러시아 행인들이나 지인들이 하는 이야길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런 해석을 갖는 '서구주의자','민주주의자'들은 세력이 매우 약합니다.
    푸틴 등 러시아 윗층에서의 압력과 탄압도 심하지만, 가장 심각한건 저 친구들, 인식이 그냥 매국노에요.
    현지엔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 '햄버거와 청바지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
    그놈의 민주주의고 인권이고 외치며 나라 팔아먹어서 국가와 민족이 지도에서 지워질 뻔하고
    우리 삶은 밑바닥 쓰레기로 전락한데다 그걸 제일 먼저 주창했던놈들이 올리가르히가 되선
    저 위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는데, 우리가 왜 또다시 우리손으로 그 짓을 반복해야하지?
    우리가 푸틴이고 다른 정치인이고 충성을 바칠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푸틴이 필요하다.

    이런 분위기라 사실상 답도 없어요, 옐친이후로 저런 진보는 그냥 국론분열에 매국노란 인식입니다.
    근데 저같아도 침이나 뱉을듯, 특히 이번에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가보니, 현지인들이 러시아인들보다
    국뽕이 더 심각합니다, 사방이 사실상 러시아제국 부활을 부르짖는 러시아연방 자유민주당 천지임(...)
    아니면 푸틴, 제가 지금까지 말이 지나치게 길어졌는데 죄송합니다, 설명은 이정도면 차고넘치는것같고,

    한마디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걸 요약하자면 "러시아가 저 자료대로 변화하고있는건 맞는데, 그게 고작
    푸틴 하나만이 이뤄내고 있는 결과가 아니다, 그동안 저동네의 진보주의자들이 행해온 결과들과 서구와 미국이
    러시아에 취해온 정책들, 소련시절 탄압받아왔던 민족주의가 풀려나며 다른 소련이 찢어졌듯, 민족주의가
    러시아 연방에도 취하고 있는 영향, 그리고 전통적으로 루스 차르국 이후로 약 500년넘게 그 어떤 러시아 국가나 정부도 단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대러시아권이 상실될때마다 일어났던 일이 다시한번 일어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건 흩어진 러시아 국경밖의 러시아인들이 경제, 정체성 등의 이유로 러시아와의 재통합을 원하며, 이 모든게 다함께 합쳐져서 오늘날 이 상황까지 이어졌고 앞으로도 흘러갈것이란 것."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푸틴과 그의 통합러시아당이 추진하는 평화적인 러시아 재통합 방안인
    유라시아 연합이 경제와 자원 혜택을 러시아가 제공하면서 달래는 방향인데다, 각국도 유럽연합 지향으로
    대우될것, 등의 상황으로 현 우크라이나 사태만 해결되면 이미 출범한 유라시아 연합 등,
    러시아의 재통합은 전쟁없이 끝날 가능성이 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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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에서 '역사를 잊고 있다'는 비판은 러시아 중심의 국수적 사관으로 퇴행하는걸 지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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