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9일 일요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작전술 차원의 기동전을 모색하는 러시아

 2025년 7월에 발표된 Russian Concepts of Future Warfare Based on Lessons from the Ukraine War를 읽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마이클 피터슨(Michael Petersen), 폴 슈워츠(Paul Schwarts), 가브리엘라 로사-헤르난데즈(Gabriela Iveliz Rosa-Hernandez)가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군사 엘리트들이 미래전에서 기동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봅니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러시아군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선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작전술 차원의 기동전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러시아에서 발표된 주목할 만한 몇편의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자이스키 군사우주대학의 가브릴로프(А. Д. Гаврилов) 중장은 Вестник АВН 2024년 2호에 기고한 "특수군사작전 2년차 : 약간의 성과들, 향후의 전망(Два года специальной военной операции:некоторые итоги, вероятные перспективы)"이라는 글에서 전쟁 이전의 '군사개혁'이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상군의 규모를 감축하면서 사실상 군대를 빈껍데기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즉 상당한 수준의 소모를 상정하는 전통적인 소련식 기동전을 수행하려면 군대의 규모가 커야 한다는 이야기죠. 가브릴로프 중장은 전통적인 규모의 3~4개 야전군과 충분한 항공지원이 있었다면 '특수군사작전'을 신속히 완수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다음으로는 Армейский сборник 2024년 7월호와 9월호에 실린 칼리스트라토브(А. Каллистра́тов)의 글 "진지전 교착상태의 문제에 관하여(К вопросу о «позиционном тупике»)"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칼리스트라토브의 글도 가블리로프와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칼르스트라토브도 우크라이나 전선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면 지상군을 크게 증강해야 하며 특히 포병전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 보고서의 참고문헌 표기는 오류가 있습니다. К вопросу о «позиционном тупике»를 수칼렌코(Е. Сукаленко)와 베소노프(Е. Бессонов)의 글이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가브릴로프와 칼리스트라토브의 논지에 공감은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대규모의 지상군을 육성하고 장비를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2023년 이후 러시아의 군수물자 생산이 상당히 증가했지만 이게 소모를 동반하는 대규모 돌파작전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건 앞으로 있을 러시아의 공세작전을 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요.


 이 보고서에서는 러시아의 군사이론가들이 기동전을 위해서 지상군의 증강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역량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는 점도 주목합니다. 2022~23년 러시아의 공세는 대부분 우크라이나군에게 사전에 탐지되어 공격 준비 단계 부터 큰 타격을 받고 무력화 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정찰위성과 정찰 드론을 물리적으로 무력화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일부 논자들은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핵무기로 적의 위성을 무력화 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찰용 드론은 위성 보다는 난이도가 낮은 상대입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지상방공 전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소형 정찰 드론을 제압하는데 취약했다고 보고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3mm에서 57mm 구경의 기관포를 중심으로 하는 야전방공체계, 전자전 강화, 그리고 좀 수동적이긴 하지만 위장을 강화하고 기만체를 늘리는 등의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의 ISR을 극복하는게 가장 난이도가 높아 보입니다.

 

 

2026년 3월 21일 토요일

일러스트레이터 Uwe Feist 선생 사망

 밀리터리 분야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명성을 떨쳤던 Uwe Feist 선생이 어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제가 밀리터리 분야에 입문했을때 많이 보았던 미국 스쿼드론 출판사의 책을 비롯해 1970~90년대에 많은 작품을 남긴 분이죠. 인터넷에 출처 없이 돌아다니는 밀리터리 일러스트레이션 중 꽤 많은 수가 이분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알던 세상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어서 참 슬픕니다. 이분의 작품은 화려함은 없어도 전차와 비행기의 느낌을 잘 살리는 정석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RZM Import의 페이스북에 부고 소식이 올라와 있습니다.


2026년 3월 19일 목요일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 쇠퇴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하나

 미육군전쟁대학에서 간행하는 Parameters에 실린 Imitating US Doctrine cost Europe its heavy combat power라는 논문을 읽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주장을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논문의 필자 네메스(Bence Nemeth) 교수는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이 약체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미국과 유사하게 대비정규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군사력 개편을 했기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네메스는 비록 유럽 국가들이 장기간 군축을 하기는 했어도 미국식 교리를 추종하지 않았다면 재래식 군사력이 현재와 같이 약화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국가는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세 나라입니다. 제목에는 유럽이라고 써놓고 캐나다군까지 분석대상으로 집어넣은건 이상합니다만 캐나다도 NATO의 일원으로 동유럽에 파병을 하고 있긴 하지요. 네메스는 이 세 국가를 선정한 이유는 캐나다, 독일, 영국이 발트3국에 전개된 전방지상군 전투단(Forward Land Forces battlegroup)의 중핵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1990년, 2001년, 그리고 2022년에 분석 대상 3개국이 실제로 보유했던 전차, 보병전투차, 야포 및 다연장의 숫자와 '만약' 미국 교리를 따르지 않고 기존의 재래식 중시 교리를 유지했을 경우 보유했을 경우의 숫자, 그리고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 등이 추산한 '현 시점에서 러시아의 발트3국 침략을 막는데 필요한' 장비의 숫자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1990년은 냉전이 막 종식되는 시점이고 2001년은 탈냉전 이후 본격화된 군축의 영향이 나타난 동시에 대테러전쟁이 시작된 시점, 마지막으로 2022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략하면서 유럽의 군사적 취약성이 명백해진 시점입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의 핵심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입니다. 이기간 동안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교리에 따라 대비정규전 중심으로 군을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네메스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독일, 영국 세 나라 모두 지상군 총병력 대비 전차부대와 포병부대의 숫자가 격감했다고 지적합니다. 교리의 변화가 없었다면 전차부대의 비율은 훨씬 높았을 거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이 연구는 교리의 변화가 없어서 기갑과 포병의 비율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2022년 기준으로 캐나다군은 56대, 독일군은 462대, 영국군은 230대 더 많은 전차를 보유했을 것으로 봅니다. 마찬가지로 야포와 다연장의 경우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캐나다군은 실제보다 33문, 독일군은 실제보다 142문, 영국군은 실제보다 98문 더 많은 포병 무기체계를 보유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병전투차량은 교리 변화의 영향을 덜 받은 무기체계이므로 실제와 큰 차이는 없거나 오히려 약간 줄어들었을 걸로 봅니다.

 네메스는 근본적으로 교리의 변화로 인해 실제로 보유한 장비의 숫자가 줄어서 유럽이 재무장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 등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NATO가 러시아의 침략으로 부터 발트 3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1,400대의 전차, 2,000대의 보병전투차, 700문의 야포와 다연장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네메스는 기존의 정규전 중심 교리가 유지되었다면 캐나다, 독일, 영국 3개국이 보유한 전차만 총 1,340대, 야포와 다연장은 596문으로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가 제시한 기준에 근접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차와 포병 무기체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2022년에 이 3개국이 실제로 보유한 전차는 593대, 포병 무기체계는 323문이었습니다. 

 결국 교리 변화로 인해 전차와 포병 무기체계가 격감했기 때문에 유럽의 재무장 비용도 커졌다고 평가합니다. 필자는 킬 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312억 유로가 필요하지만 교리의 변화가 없었다면 139억 유로만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예산 감축 보다 교리의 변화에 주목하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26년 3월 15일 일요일

Arthur Bondar Collection

' 아르투르 본다르'라는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작가가 수집한 제2차 세계대전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좀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Arthur Bondar Collection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전선 사진이 많은 편이지만 서유럽과 태평양전선의 사진도 상당히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