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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5일 일요일

[妄想劇場] 3000

줄거리

서기 660년. 당나라가 백제에 사신을 보내 항복을 요구하자 분노한 의자왕의 왕비는 당의 사신을 우물에 처 넣는다.

소정방이 이끄는 당나라의 13만 대군이 백제에 상륙하고 김유신의 신라군도 동쪽에서 쇄도해 오면서 백제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게 된다.

나라를 지키기로 결심한 의자왕의 왕비는 3천 궁녀를 이끌고 당나라 군대와 결전에 나서는데.

당나라의 13만 대군은 맹렬한 공격을 퍼 붓지만 3천 궁녀의 결연한 저항에 패배를 거듭한다.

마침내 당나라는 의자왕의 왕비를 회유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내 놓는데…

드디어 의자왕의 왕비와 3천 궁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음모의 배후 측천무후.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의자왕의 왕비를 유혹한다.

“나는 관대하다…”

과연 의자왕의 왕비와 3천궁녀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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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영화 ‘3000’ 섹시 마케팅 ‘후끈

올 여름 화제의 한국형대하역사블록버스터 ‘3000’이 개봉 전부터 섹시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비키니를 입은 3천궁녀가 당나라 13만 대군과 맞서는 장대한 전투 장면.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영화사상 가장 섹시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시사회를 관람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화의 절정부분에서 황금 비키니를 입은 측천무후가 의자왕의 왕비를 회유하는 장면은 마치 동성애 관계를 암시하는 듯 했다는 후문이다. 홍보사는 메인 포스터를 비키니를 입은 의자왕의 왕비와 3천궁녀로 꾸미고 섹시함을 강조한 홍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죠센일보 20XX 7월 15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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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영화 ‘3000’ 감독 듣보잡 인터뷰

기자 : ‘3000’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뿌리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 ‘300’과 제목과 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듣보잡 : (버럭) 그것은 오해다. 원래 시나리오는 ‘300’보다 ‘3000’이 먼저 나왔다. 다만 자금 조달문제로 제작이 연기되다 보니 그 와중에 ‘300’이 먼저 나왔을 뿐이다. ‘300’보다 0이 하나 더 많다고 아류작으로 보지 말아 달라.

기자 : 내용에서도 말이 많다. 전설에 따르면 3천궁녀가 낙화암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는 당나라 군대를 도륙하고 있다.

듣보잡 : (버럭) 그것은 백제가 멸망한 뒤 역사를 서술한 신라의 조작이다. 우리는 패배한 백제의 입장에서 역사를 새로이 조명하고자 했다.

기자 : 삼국사기 등을 보면 의자왕의 왕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데.

듣보잡 : (버럭) 그것은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이 유학자라는 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가부장적인 유학자들의 서술인 만큼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서술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누락했을 것이다. 그리고 의자왕의 왕비가 당나라 군대와 싸우지 않았다는 기록도 없지 않은가?

기자 : 영화의 절정에서 측천무후가 의자왕의 왕비를 유혹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측천무후가 백제에 온 일은 없지 않은가?

듣보잡 : (버럭) 마찬가지이다. 측천무후가 백제에 오지 않았다는 기록도 없지 않은가?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을 제약하지 말아 달라.

기자 : 3천궁녀의 의상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백제시대에 비키니가 있었는가?

듣보잡 : 자료가 거의 없다 보니 고증문제로 미술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고심 끝에 당나라 군대와 맞서는 3천궁녀의 씩씩한 건강미를 표현하기 위해 비키니로 의상을 통일했다. 결코 제작비가 부족해서 헐벗게 한 것은 아니다.

경양신문 20XX 7월 15일자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