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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일 토요일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질(?) 걱정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저우언라이와 나눈 대화랍니다.

저우언라이 : 우리는 조선 문제에 관한 미국의 견해를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도 우리의 견해를 알고 있을 것 입니다. 먼저 닉슨 대통령의 공식적인 정책은  미래에 조선에서 군대를 궁극적으로 철수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본 자위대가 남조선에 들어오는 것도 막을 것인데 이것은 극동의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북조선과 남조선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재통일을 촉진할 수 있겠습니까? 이 문제는 오랜 시일이 필요할 것 입니다.
닉슨 : 중요한 문제는 우리 양국이 동맹국들이 억제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총리에게 역사적인 이야기를 하나 알려드리지요. 나는 1953년 부통령이 된 뒤 처음으로 세계 각국을 순방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내게 이승만에 대한 매우 긴 구두 훈령을 주었습니다. 이승만은 북진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이승만에게 북진을 해서는 안되며 그렇게 한다면 미국이 그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줘야 했는데 이것은 썩 달가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이승만이 울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나는 이승만이 북진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부통령으로서 그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처음 하는 것 입니다.
저우언라이 : 네. 방금 대통령께서 이야기한 이승만의 성격은 우리가 그에 대해서 듣던 것과 같군요.
닉슨 : 무엇이 비슷하다는 것 입니까?
키신저 : 이승만에 대해서 들었던 것입니다.
저우언라이 : 이승만이 정계에서 은퇴하고 몇년 뒤에 말입니다.
닉슨 : 한국인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정서적으로 충동적인 사람들입니다. 한국인들이 충동성과 호전성 때문에 우리 두 나라를 곤란하게 만들수도 있는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반도가 우리 두 나라의 투쟁의 장이 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고 말도 안될 일입니다. 이미 과거에 그런 선례가 있었으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 입니다. 나는 총리와 내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Memorandum of Conversation(1972. 2. 23)”,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9–1976, VOLUME XVII, CHINA, 1969–1972, (USGPO, 2006), pp.732~733

사실 강대국 입장이 아니더라도 크게 건질 것도 없는 곳에서 일을 벌여 손해보는 것은 피하려는 것이 정상입니다. 특히 저 당시 미국과 중국처럼 소련(!!!) 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마당에서는 더욱 더 그랬겠지요. 어쨌든 이 당시 양국의 기조는 쭈욱 이어져 내려왔고 현상유지가 되는 상태에서는 우리도 비교적 팔자가 나쁘지 않은 편 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기존의 판이 흔들릴 기미가 보이고 있지요. 찝찝한 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