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하면 분개하실 분들이 더러 있으실 것 같은데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쓴 역사서적 중 여태까지 제가 읽은 거의 상당수는 형편없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역사학이 아닌 다른 분야 전공자들도 매우 멋진 역사서적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외국과 한국의 고등교육 수준을 잘 반영해 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허종도의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 : 일제강점기의 마산”은 이런 점에서 아주 즐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현직 건축가이고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 입니다. 저자의 전공의 영향인지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일반적인 역사학 전공자와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건축가답게 마산이라는 도시의 물리적 공간이 “근대화”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도시 공간에 대한 분석에서 저자가 건축 전공자라는 장점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원래 논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문장은 딱딱하지만 마산이라는 도시가 1945년까지 어떻게 발전, 형성돼 갔는가를 분석하는 과정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멋진 가이드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마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편찬한 “마산시사” 같은 상당히 좋은 자료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일차 사료를 동원해 기존의 문헌(마산시사를 포함한)들의 애매모호한 부분들을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공계열 전공자가 집필한 역사서적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입니다. 저자가 마산 토박이여서 그런지 딱딱한 문장에도 불구하고 마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느낌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여러 모로 추전하고 싶은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