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6일 금요일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 - 허정도

이런 말을 하면 분개하실 분들이 더러 있으실 것 같은데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쓴 역사서적 중 여태까지 제가 읽은 거의 상당수는 형편없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역사학이 아닌 다른 분야 전공자들도 매우 멋진 역사서적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외국과 한국의 고등교육 수준을 잘 반영해 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허종도의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 : 일제강점기의 마산”은 이런 점에서 아주 즐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현직 건축가이고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 입니다. 저자의 전공의 영향인지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일반적인 역사학 전공자와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건축가답게 마산이라는 도시의 물리적 공간이 “근대화”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도시 공간에 대한 분석에서 저자가 건축 전공자라는 장점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원래 논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문장은 딱딱하지만 마산이라는 도시가 1945년까지 어떻게 발전, 형성돼 갔는가를 분석하는 과정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멋진 가이드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마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편찬한 “마산시사” 같은 상당히 좋은 자료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일차 사료를 동원해 기존의 문헌(마산시사를 포함한)들의 애매모호한 부분들을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공계열 전공자가 집필한 역사서적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입니다. 저자가 마산 토박이여서 그런지 딱딱한 문장에도 불구하고 마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느낌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여러 모로 추전하고 싶은 책 입니다.

댓글 5개:

  1. 우리나라 역사서 퀄리티 문제는 민족프리온과 귀차니즘의 합병증이라고나 할까요.(먼산)

    원래 전 책을 고를 때 목차부터 읽었는데, 요즘은 저자부터 확인합니다. 입문서인데 저자가 한국군 장교 출신이라면 바로 아웃.

    어떻게 짜집기를 해도 그렇게 수준 이하로 할 수 있는지 참 아스트랄합니다. 이렇게 짜집기하지 말라는 사례치고는 샘플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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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자가 마산 출신이라는게 질의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 했을 것 같군요. 통계나 수치 이면의 것도 볼 수 있었을 테니...

    사실 저도 스카이호프님처럼 책을 손에 들면 일단 저자 약력부터 살펴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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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스카이호크님 // 네. 민족프리온의 경우 고대사 분야에서 두드러 진다지요.

    행인님 // 저도 저자 약력을 살펴보는 것은 확실히 중요한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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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자입니다.
    평범한 책을 의미있게 평가해주어 감사합니다.
    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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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허정도 선생님 //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제가 더 감사를 드려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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