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1일 수요일

징병제와 미국 스포츠계

징병제가 실시될 무렵 미국 스포츠계의 이야기랍니다.

(전략)

언론과 대중은 운동선수와 영화배우들의 군 입대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징병제가 실시된 초기에 야구 구단주들은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애국심을 과시했다. 신시내티의 워렌 가일스(Warren Giles)는 스타들의 군 입대는 “배트 보이들이 (경기장에서 하듯) 최대한 신속해야”하며 야구계는 징병 문제에 있어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화이트 삭스의 해리 그라비너(Harry Grabiner)는 전쟁중이긴 하지만 대중들에겐 오락거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드삭스의 톰 야키(Tom Yawkey)는 야구계가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으나 돔 디마지오(Dom DiMaggio)와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가 팀에서 차출되는 것은 걱정하고 있었다. 구단주들은 12월 11일 회의를 열어 군대에 입대하는 선수들은 군복무 리스트에 넣고 군대에 입대한 선수들의 방출이나 영입에 관심을 가진 구단이 참고하도록 하자는데 합의했다. 그리고 군복무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은 각 구단의 선수 보유 제한에 해당되지 않도록 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밥 펠러(Bob Feller)와 양키스의 필 리주토(Phil Rizzuto)는 1-A(현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슬러거의 행크 그린버그(Hank Greenberg) 만큼 많은 관심을 끈 선수는 없었다. 그린버그는 군 입대와 관련된 첫번째 인터뷰에서는 결코 군 입대 유예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한 기자에 의해 그린버그가 징병당국에 생계에 따른 징병유예 또는 한 시즌 더 뛸 수 있도록 징병을 늦춰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밝혀냈다. 징병당국은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으며 연봉 55,000달러를 받을 예정이었던 그린버그는 30세의 나이에 징집됐다. 권투선수인 “갈색 폭격기” 조 루이스(Joe Louis)는 아내와 이혼 수속을 밟는 바람에 “부양자 징집유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루이스는 그의 팬 중 한명에게 “난 언제든지 군대에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어떤 대우라도 받을 겁니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좀 웃기는 일 중에는 미네소타주 오스틴의 스타 고등학교 축구팀의 풀백이 실제로는 23세로 가명을 쓰고 고등학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지역에서 추방됐다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스타들이 징집되자 야구 구단주들은 초기에 징병제도에 열렬히 찬성했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래리 맥페일(Larry MacPhail)은 징병제도는 소득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야구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언론에 불평을 늘어놓았다. 맥페일은 야구선수들도 과학자나 의사들 처럼 특별 대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Washington Senators의 구단주인 클라크 그리피스(Clark Griffith)는 루즈벨트의 군사보좌관인 왓슨(Edwin M. Watson) 장군에게 서한을 보내 각 구단마다 훈련을 담당할 교관을 보내 선수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대신 야구 경기를 계속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리피스는 서한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야구 구단은 준 공공기관(semi-public institution) 입니다.”

(후략)

George Q.Flynn, The Draft 1940-1973, Universtiy Press of Kansas, 1993, pp.27-28

그리피스 선생. 왜 군대에 야구팀을 만들자는 생각은 안하셨습니까!

역시 대한민국의 "상무"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대한민국 만만세.

댓글 8개:

  1. 역시 "애국심" 운운 해봐야 기업 이익 앞에서는 화로에 눈녹듯...

    그나저나 옛날에 저런 연유로 해서 여자 야구리그가 창단 된다는 내용의 영화를 본것 같은데... 제목이 [그들만의 리그] 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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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국군체육부대의 발상은 정말 좋은 발상입니다.
    정말로요. 일석이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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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짜로, 상무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이유와 실질적인 이유를 모두 조화시킬수 있는 보기드문 것이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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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행인님 // 저는 그 영화를 아직 못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기린아님 // 저도 상무는 연예사병 보다는 훨씬 쓸만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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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들만의 리그" 맞습니다. 무려 KBS 명화극장에서도 틀어준 영화죠.
    간략한 줄거리야 뭐, 남자 선수의 출정으로 야구 리그가 폐막 위기가 되자 대안으로 여자 팀들을 창설하여 여자리그를 만든다는 이야기. 리그 이름도 달랐던 것 같고, 4팀을 만들었는지 7팀을 만들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저도 사실 예고 기사만 본 지라 마돈나가 출연했었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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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여러 군데 뜨는군요.

    http://www.cineseoul.com/movies/cinedata.html?cinemaID=1655

    일단은 여기가 제법 소개를 잘 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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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차대전 중 야구계의 인력난은 꽤나 심각했습니다. MLB 경력자 중 군대 간 사람이 500명이 넘었다고 하니까요. 그 덕에 리그 기록 순위 상위권 이름이 싹 바뀌었고(물론 45년까지만^^;) 40이 넘은 전직 메이저리거나 심지어는 외팔이 Pete Grey가 MLB에서 뛸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군대 간 MLB 선수 중 전방에 배치된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스타급 MLB 선수들은 순회 야구경기를 갖는 등 대체로 땡보직에 복무했다고 하는군요. MLBer들의 전투 참가는 오히려 1차대전이나 한국전 때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Clark Griffith는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아니라 Washington Senators 야구팀의 구단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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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young026님 // 끝에 s가 더 붙어 있었군요. 지적하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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