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8일 목요일

전형적인 약소국 외교

895A.00R/1-2050

동북아시아국의 존 Z 윌리엄스의 면담록.

대외비, 1950년 1월 20일 [워싱턴]

참석자 : 주미한국대사 장면(John M. Chang), 극동담당차관보 W. 월튼 버터워스(W. Walton Butterworth), 존 Z 윌리엄스

국무부 장관이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알렸기 때문에 장 대사는 대신 오후 5시 30분에 버터워스 차관보와 만났다.

장면 대사는 먼저 어제 경제협력처의 대한 원조에 우호적인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국무부에서 이에 대해 재검토해 줄 수 있는가를 질문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국무장관과 대통령이 곧 이 문제에 대해서 성명을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행정부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현재 고려중인 방안이 의회로부터 하나 혹은 다른 형태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장면 대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중국 지역에 대한 상호방위원조계획(MDAP) 예산으로 책정된 7500만 달러 중 한국 원조에 전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어제도 밝혔듯 하원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않는 한 1달러도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장면 대사는 국무부 장관이 최근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의 극동지역의 이익선(line of U.S. interest in the Far East)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자신에게 질문해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장면 대사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선 바깥으로 분류된데다 어제 하원이 한국에 대한 원조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려 하는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그런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한국을 존중해서 UN의 다른 회원국들과의 협조하에 한국의 정통성(cause)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위치는 어떤 선을 설정하던 간에 그 것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이승만 대통령이 어제 하원의 행동에 대해 한 발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업무문제 때문에 최근 장면대사가 한국의 재정문제에 대해 보낸 서신을 검토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장면 대사는 한국정부에 최근 버터워스 차관보가 한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표명한내용을 한국 정부에 보냈으며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장면 대사에게 의회는 결국에는 1950년 회계연도 한국에 대한 ECA 원조 금액 중 나머지를 승인할 것이지만 1951년 회계연도의 원조 프로그램은 매우 상세하게 검토될 것이며 이 때문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면 대사는 기자들이 문 밖에서 자신의 발언을 취재하려고 기다리고 있으니 국무부가 하원의 행동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확답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그런 발언은 국무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예기치 못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하는 일 마다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대응은, 특히 언론을 상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하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미국측이 한국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장면 대사는 자리를 뜨기 전에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국무부와 백악관이 한국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각료들에게 확신시키고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기 위해 국무부장관을 면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버터워스 차관보는 국무부장관의 일정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다음주 중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국무부장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확답했다. 장면박사는 국무부장관과의 면담은 5분 이상 끌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면대사는 버터워스 차관보가 떠난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지고 버터워스 차관보와 대화한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던 도중 국무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다(going to do something)”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장면대사는 기자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질문하지 않도록 그 사본은 주미한국대사관과 프레스클럽에 있다고 말을 돌렸다.

FRUS 1950 Vol. VII Korea, pp11-14, USGPO 1976

뭐, 지금도 어떤 경우 구걸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건 별반 차이는 없을 듯 싶습니다만.... 요즘은 미국이나 중국같은 강대국 뿐 아니라 북한같은 동네에도 구걸을 한다지요.

댓글 10개:

  1. 안구가 정말 촉촉해지는군요....
    외교라고 하는게 구걸 아니면 큰소리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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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소한 제 3의 옵션(?)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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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나마 저건 좀 낫군요.
    최소한 구걸이란 스스로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스스로의 주제를 알 정도면 문제 반은 푼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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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미외교'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후 이를 중요시 여기는 아랍쪽 토후국들에게 끝없는 현금공세만이 미국의 관심을 자신들에게 묶어둘 수 있는 요소라는 교훈을 일깨워주었으니 일견 성과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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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아. 결국은 어떤 일이건 지갑이 빵빵해야 한다는 결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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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런. 이건 위쪽의 대인배들이랑 너무 비교되잖습니까... 안습.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이 지구상에 얼마 없긴 합니다만.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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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때는 그랬다 치더라도 먹고 살만해진 요즘도 구걸방식이 판을 치는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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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크악, 행인님 말씀처럼 저런 공개적인 구걸은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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