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2일 월요일

이덕일, 텍스트 계의 김성모인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갔다가 또 이덕일씨의 “신작”, 그 위대한 전쟁이라는 물건을 봤습니다. 이건 뭐 김성모 화백도 아니고…. 대중적인 역사서를 표방하면서 책을 붕어빵 찍듯 찍어내는걸 보면 정말 이 양반도 궁극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학자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습니다. 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글을 몇 명 안되는 전문연구자들만 읽는 것 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소통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랄 것 입니다.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해서 농담 따먹기 수준으로 놀면 안되겠지요.

이덕일씨는 종종 언론을 빌려 폐쇄적인 학계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몇 명이나 믿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덕일과 비슷한 문제를 하소연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의 글을 쓸 경우 그 방면의 전문가들로부터 사이비 취급을 받게 되지요. 국내에도 번역된 “블랙 아테나”의 저자인 마틴 버날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전략) 이집트학 전공자들은 잡다한 지식을 통해 어설프게 공부한 비전문가들이 이집트 연구에 뛰어드는 것을 매우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많은 수의 이집트학 전공자들은 나를 이런 어설픈 돌팔이로 분류하고 있다. 내가 미국 이집트학 연구센터(ARCE, American Research Center in Egypt)의 연례 세미나에 내 저작에 대한 토론을 위해 갈 때마다 누군가의 빈정거림을 듣게된다. “이야. 황당한 만화 같은 소리로군!”
Black Athena Revisited에 글을 기고한 학자들은 그나마 나의 연구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하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 연구가 어설픈 돌팔이들, 특히 아프리카 중심주의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Martin Bernal, Black Athena writes back : Martin Bernal responds to his critics, (Duke University Press, 2001), p23

이덕일과 버날은 주류학계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버날은 주류학계에서 진지하게 대응하는 연구를 하는 반면 이덕일은 완전히 무시당하는 잡글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최소한 버날은 블랙아테나를 집필하기 위해서 해당 언어를 공부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덕일은 그야말로 무책임하게 환단고기 따위나 들먹이고 있지요.

서점에서 아마존 파괴의 직접적인 원흉을 대하고 나니 약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덕일 같은 돌팔이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관심을 끊어 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 뿐 입니다.

댓글 7개:

  1. 버날은 처음들어보는데 미국에서 "고대이집트는 고대 최첨단 문명의 직계후손이었다!"라는 주장을 하는 언론인도 있습니다. 그레이엄 헨콕이라고....
    자신의 책에서는 지질학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데 비해서 (예를들어 스핑크스의 상태를 지질학적으로 봤을때 1만년 이상이 된것 같으며 그래서 스핑크스는 세워진지 1만년이 넘은 조각상이라는..)이집트역사학자들이 너무 폐쇄적이고 완고하다고 툴툴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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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댓가가 꽤 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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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레이엄 헨콕은 그나마
    나름대로 진지하게 연구하는 스타일
    아닌가요..?
    쓰는 책들이 좀 황당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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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가 학계 사람이었으면
    당장 땅 속에다 파묻어버렸을 것입니다.

    학계 비판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사람
    난 별로 못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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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텐보로님 // 제가 보기엔 그레이엄 핸콕은 그냥 돌팔이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행인님 // 전두환 숭배자들에 비하면 약간 깜찍하지요.

    티앙팡님 // 저역시 그런 자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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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미국에서 자비를 들여 π=22/3 (근사값이 아니라 정확하다고) 이란 주장을 하는 책도 출판하는 거 보면 자유의 대가가 꽤 세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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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덕일씨는 고려시대 이전같은 사료가 좀 부실하게 남아 있는 부분은 상당히 환빠 기질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나마 조선시대는 사료가 꽤 좋아서 상상력이 좋은 효과를 보는 것같은데요. 그래서 이덕일씨의 책은 조선시대관련은... (시간 많이 있으면) 서점에서 서서 보고..;;; 그 외는 개무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책을 무책임하게 너무 많이 찍어낸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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