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5일 목요일

데자뷰?

볼스키 소장은 낮은 직급의 장교들에게 비판적이었다. 그는 기계화군단장, 전차사단장, 전차연대장, 그리고 각 제대의 참모장교들이 “기동전”을 수행할 만한 “작전적-전술적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소련군 기계화부대의) 장교들은 전투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지도 않았고 부대가 보유한 기동수단을 제대로 동원하지 못했으며, 전투에서는 부대의 기동력을 잘 살리지 못했다. 게다가 많은 장교들은 정면공격만 거듭했으며 모든 제대에 걸쳐 정찰이라고는 할 줄 몰랐다. 위로는 군단장부터 아래로는 중대장에 이르기 까지 소련 장교들의 지휘 통제 능력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많은 장교들이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전투가 한창인 와중에 부대 전체가 길을 잃는 것이 다반사였다. 볼스키 소장은 기계화군단의 장교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 하고 있으며 부대를 어떻게 지휘할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1941년 8월 1일, 전선시찰을 나간 붉은군대 총참모부 볼스키 소장의 이야기
Roger. R. Reese, Stalin’s Reluctant Soldiers : A Social History of the Red Army, 1925-1941, University Press of Kansas, 1996, p.201

그리고 4년 후.

“젊은 장교들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데다 자신의 부대를 어떻게 통솔해야 할 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사단급 부대들은 전반적으로 훈련이 부족해 통합된 부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야전 부대들의 경우 연대급의 제병협동 전투나 보전협동 전투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 운전병들은 야지 주행이나 야간 주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전차병들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중략) 전차, 보병수송장갑차, 차량은 거의 대부분 신품이어서 이것을 조종하는 병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다.

1945년 3월 7일, 독일 제 9군 사령관의 보고서 중에서.
Andreas Kunz, Wehrmacht und Niederlage : Die bewaffnete Macht in der Endphase der nationalalsozialistischen Herrschaft 1944 bis 1945, Oldenbourg, 2005, s.213에서 재인용.

흔히 싸우면서 닮아 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그나마 독일쪽은 전쟁 전에 준비한게 있다보니 전쟁 말기까지도 쓸만한 지휘관들이 꽤 많긴 했습니다만 하위 전술제대로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하지요.

댓글 7개:

  1. 독일은 전쟁 초기의 쓸만한 인재들이 대거 소모된 다음의 현상 같군요...

    소련은 전쟁 후반부에 가면 나아졌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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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보통 피와 철의 담금질을 거친 이후의 소련군의 전투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긴 한데 이게 전략/작전술 레벨에서 하위 제대까지 모두 총체적인 향상을 이루었는지, 아니면 발전한 머리로 수족을 제대로 컨트롤하는 모양세였는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워낙 인명피해가 극심했으니 하위 제대까지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킬 여유가 있었을 지 의문입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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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러고보니 실전은 최고의 훈련이라더군요.
    살아만 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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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행인님 // 전쟁 후반부로 가면 소규모 단위 부대의 경우 독일과 소련 모두 비참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휘관은 둘째 치고 막대한 인명소모로 사병들의 자질은 양측 모두 개판이었다고 하니까요.

    bigtrain님 // 제가 보기에 소련군은 발전한 머리로 수족을 제대로 컨트롤 하는 모양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티앙팡님 //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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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igtrain//아마 손발을 바꿔끼우는데 도가 트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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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훈련기간만으로 따지면 41년과 45년의 차이는 현격하죠. 다만 레시피의 문제가 상당한건지 발전된 '머리들'의 술회에서 '하위제대의 전투력'을 매우 저평가하곤 하더군요.

    PS : 소련군은 아프간 전쟁 후기에도 사병급은 현지적응 훈련을 거의 거치지 못한채로 투입되거나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군관구에서 통째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기초교육은 잘 받았으니 2차대전 초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요.

    (40년대이래 꾸준한 엘리트계층화로 인해 그럭저럭 자질이 좋았던 장교단마저 연방해체기에 집중적으로 무너지는 점은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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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라피에사쥬님 // 소련 장교단이 지속적으로 엘리트화가 됐다고 보기는 힘 들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2차 대전이후 소련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으로 장교단이 발전한 것은 타당하지만 여전히 소련의 장교집단, 특히 육군은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그리고 농촌출신자로 충원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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