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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일 일요일

[번역글] 독일은 군대를 더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블룸버그의 오피니언란에 재미있는 글이 실렸네요. 엉망진창인 독일의 안보상황에 우려하는 독일인이 외국 매체를 통해 자국의 현실을 질타하는 내용입니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계속하고는 있으나 독일연방군이 회복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군요.





독일은 군대를 더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안드레아스 클루트(Andreas Kluth)


최근 독일 기갑차량 승무원들은 폴크스바겐의 미니버스로 훈련을 하고 있다. 푸마 장갑차 4대 중 3대는 정비 중이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정비 받을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원인은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관료주의에 있다. 독일군은 배낭, 방탄복, 방탄모, 모자 같은 군장류를 보급받는데 수년이 걸린다. 군대 정원은 20,000명 가까이 미달이다. 청년들이 군대에 가고 싶어하질 않기 때문이다. 장교들은 입대 기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신병들은 날이 갈수록 뚱뚱해지고, 허약해지고, 멍청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독일 연방의회가 임명한 감찰관 한스 페터 바르텔스(Hans-Peter Bartels)가 독일연방군을 조사한 결과이다. 바르텔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현재의 독일연방군은 나토와 서방 동맹국의 통합방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없다.

사실 독일의 동맹국들은, 동쪽의 폴란드부터 서쪽의 미국에 이르기 까지 이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비판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지적한 방식은 외교적으로 부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전임 미국 대통령들도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독일 정부에게 이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비판했었다. 이들은 독일이 더 이상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되며 국방비 투자를 감축해서도 안되고, 공동의 임무에 있어서 책임을 경감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말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동맹국들의 비판을 정중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공했을 때 많은 독일 관료들이 독일은 국제적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해 말 웨일즈에서 열린 나토 회담에서 메르켈 총리는 다른 동맹국 정상들과 함께 10년 내로 국방비를 최소 GDP2%으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때 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바르텔스는 베를린의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국방비를 GDP2%로 증액할 생각이 없는듯 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독일 정부는 냉전이 끝난 뒤 크게 삭감했던 국방비를 다시 증액하기 시작했다. 밑바닥에서부터 말이다. 액수만 놓고 보면 작년 독일의 국방비는 432억 유로(476억 달러)였다.(사실 불합리한 관료주의 때문에 이걸 다 쓰지도 못했다.) 올해에는 451억 달러가 될 것이다. 또한 추가로 예산을 더 증액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바르텔스는 이정도 규모로는 국방비를 2024년까지 GDP1.5%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인색한 목표조차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제2차세계대전 전후의 독일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 국내선을 탔을 때 기장이 하는 방송을 들었다. 군인이 탔다고 하자 기내의 모든 승객이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독일은 그 반대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10년뒤인 1955년 서독이 군대를 새로 만들었을 때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외출을 했다가 시비를 걸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독일인들은 세계대전을 두번이나 일으켰다는 죄책감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반전, 반군사적인 정체성을 가지려고 했다.

이러한 과거사에 대한 반응은 이해할 수 있는 것 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반응은 좀 괴상한 자부심으로 변질되었다. 오늘날 독일인은 전쟁을 하지 않고 무역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절대적인 기도문 처럼 되어버렸다. 독일은 사실상 자국의 국방과 국제질서에서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을 미국에게 외주를 줘버렸다.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스와 영국도 독일의 부담을 나눠지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독일인들, 특히 좌파 정치인들은 기고만장하여 독일의 동맹국들이 전쟁광이라는 훈계나 늘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독일은 경제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며 국제질서를 악용하고 있다.

독일 정계 지도자들 중 일부는 이런 구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2010년에 독일 연방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Horst Koehler)는 독일이 무역로 보호와 같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해외파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시 격렬한 비난이 확산되었고 그야말로 히스테리 적이었다. 쾰러 대통령은 사임할 수 밖에 없었다. 더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고 하면 독일 정계에서 매장당한다는 것을 많은 정치인들이 알게 되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세계는 위험한 곳이다. 나토는 수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유럽통합군은 그저 공허한 꿈에 불과하다. 유럽의 가장 큰 위협은 여전히 러시아이다. 스웨덴 국방부의 연구자들은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군사력을 강화했으며 하이브리드 전쟁과 재래식 군사력, 그리고 신형 미사일 배치를 통한 핵무기 위협 등으로 유럽을 무찌르거나 협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누가 독일 국민들에게 이것을 말할 것인가? 하나는 메르켈의 뒤를 이어 연방 총리가 될 것으로 꼽히는 후보 중 한명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독일군이 주도하는 시리아 파병을 주창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프랑스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 이런 주장을 할 때 마다 대중적 지지도는 폭락했다. 

결국 남는 것은 메르켈 뿐이다. 메르켈은 총리 연임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혀서 레임덕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신망이 높으며 믿을 수 있는 인물이다. 메르켈 총리는 14년간 집권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같은  수많은 위기를 거쳐왔다. 지금 그녀는 리비아 내전을 비롯한 다른 분쟁들을 중재하려는 중이다. 그리고 미국이 유럽 평화를 보증하는 역할에서 발을 빼려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제 메르켈에게 남은 기간은 2년 뿐이다. 메르켈은 남은 재임 기간 동안 독일 국민들이 군대에 대한 생각을 바꾸도록 촉구하는 역사적인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2017년 3월 2일 목요일

[번역글] 독일의 약점- 유럽의 지도국은 정보 개혁 부터 해야 한다

며칠 전 번역했던 Merkel and Whose Army?와 관련 있는 글을 한 편 더 번역했습니다. 이글은 1월에 포린 어페어즈 인터넷 판에 실렸던 칼럼인데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무능력함을 드러낸 독일 정보기관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이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안보적 위기는 난민 유입으로 인한 테러리즘의 창궐이지만, 여기서 지적하는 독일 정보기구의 무능함은 다른 안보위기에서도 마찬가지 일듯 싶습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독일이 안보적으로 무능해 진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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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슈타인베르크Guido Steinberg


2016년 12월 19일 독일은 최초로 이슬람주의자의 대규모 테러 공격을 받았다. 튀지지 출신의 ISIS 지지자 아니스 아므리는 트럭을 몰고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광장을 공격해 12명을 죽이고 53명에 부상을 입혔다. 과거 서베를린 중심가에서 벌어진 이 공격으로 독일에서는 어떻게 테러에 대응해야 하는지 격렬하고 신경질적인 논쟁이 일었다. 이 논쟁의 결과는 아마 2017년 9월에 있을 독일 총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수많은 독일인들이 독일 사법집행기관이 테러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제 독일에서는 국내 안보조직을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현 체제에 만족하는 베를린과 대부분의 지역 정치인들은 독일이 극우 포퓰리즘과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두개의 위협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국내 안보조직을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예외는 바이에른 정도 이다. 만약 독일 중앙정부가 현재의 방향을 유지한다면 조만간 총선에서 현 집권당이 패배할 것이며 아마도 더 많은 테러 공격이 발생할 것이다.


독일은 위기에 처해서도 허세를 부리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07년 부터 지하디스트의 테러 위협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때 미국 NSA가 제공한 정보 덕분에 독일 정부는 알 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세명의 조직원으로 이루어진 지하드 그룹인  ‘자우어란트 집단’의 테러 음모를 저지할 수 있었다. 자우어란트 집단은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 등 독일내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려고 했다. 당시 독일은 이웃의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훨씬 작은 테러 위협을 받고 있었다. 프랑스나 영국의 경우 훨씬 오래 전 부터 북아프리카나 남아시아의 옛 식민지로 부터 유입된 지하디스트 조직들이 준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독일의 무슬림 집단은 대부분 터키 출신이어서 아랍 출신들에 비해 지하디스트가 되는 경우가 훨씬 적었고, 시기도 늦었다.

하지만 이런 유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나 중동으로 성전을 치르러 가는 독일 무슬림의 숫자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에 이르자 파키스탄에서 준동하는 서방 출신 지하디스트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은 독일인 무슬림이었다. 알 카에다에 가입한 몇몇 독일인 무슬림은 독일에서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귀국했다. 하지만 CIA와 NSA의 노력으로 이런 시도는 대부분 사전에 적발됐다. 이 중 하나가 2011년에 일망타진된 뒤셀도르프 테러단이다. 2010년 초 지하디스트의 위협은 잠시 가라앉았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ISIS가 준동하면서 젊은 독일 무슬림들이 선동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초기에 시리아로 향한 독일 무슬림들은 대개 바샤르 알 아사드에 맞서 싸우는 수니파 무슬림 동포들을 돕겠다는 동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곧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내세운 이슬람 국가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동기를 제공했다. 2017년 초 현재 약 900명의 독일 무슬림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독일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에서 돌아온 지하디스트들이 국내 정치에 심각한 위협이 되리라는 예측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와 벨기에의 테러 공격처럼 독일에서 2016년에 테러를 저질렀거나 테러 음모를 꾸민 무슬림은 대부분 2014~2015년에 걸쳐 유럽에 유입된 아랍이나 북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이 테러리스트들은 2014년 시작된 난민의 물결에 섞여들어왔으며, 2015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발칸반도를 통해 유입된 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ISIS는 메르켈이 제공한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경험이 풍부한 테러리스트들을 보냈다. 그 중 하나가 2015년 11월에 프랑스에 발생한 테러였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은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테러를 준비했다. 또 ISIS는 독일에서도 새로운 테러리스트들을 충원하려 했다. ISIS는 난민들이 자신들을 받아준 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난민사태로 인해 ISIS 추종자들은 수많은 테러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지난 12월 베를린 테러 직전까지 벌어진 일이다.


신속하고도 촘촘한 감시망이 필요하다
독일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보 수집을 거의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독일이 전통적으로 정보기관을 불신해온데 있다. 20세기 나치의 게슈타포나 동독의 슈타지와 같은 조직이 남긴 잔재였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테러 이후에도 독일 정부는 자체적인 정보 조직을 강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자국의 안보를 동맹에 의존했다. 미국이 독일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적발하려고 했을때 독일 정부가 한 일은 기껏해야 이미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된 인물에 대한 감시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중동과 남아시아에서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위협에 대처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2016년에 적발한 테러 위협들을 살펴보면 독일이 얼마나 정보를 외국에 의존하는지 알 수 있다. CIA와 NSA가 독일 정부에 테러 첩보를 알려서 독일은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도 미처 정보를 파악 못한 경우에 독일 정부는 그저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했으며 테러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예를들어 미국 정부가 독일 정부에 시리아 ISIS 소속의 야베르 알 바크르가 베를린-테겔 공항을 공격할 것이란 정보를 제공한 덕분에 독일은 2016년 10월 라이프치히에서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측이 외부로 부터 정보를 받지 못한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알레포에서 온 시리아 ISIS 소속 무함마드 달렐이 2016년 7월 안스바흐 음악축제에서 테러에 실패한 이유는 그가 설치한 폭탄의 기폭장치가 고장났기 때문이었다.

현재와 2015년 이전의 상황을 비교했을때 가장 큰 차이는 미국과 유럽 모두 난민 사태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로 이 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파리 테러 가담자들은 지속적으로 상호 교류를 하면서 시리아와 이라크를 오가던 ISIS 지휘관과 접촉했지만 유럽의 정보당국은 물론 NSA 조차 이들이 나눈 메시지를 감시할 수 없었다. 현재 사용되는 통신의 암호화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NSA의 감시망을 피해 파리 테러와 같은 공격을 계획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유럽에는 지하디스트가 급증했고 ISIS의 테러 계획 수립도 훨씬 정교해졌다. 게다가 싸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널려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크게 유리한 상태다.

아니스 아므리가 저지른 테러 처럼 독일의 정보 및 안보 기구가 실패한 것은 문제다. 그는 2016년 2월 이래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그는 튀니지로 송환되지도 않았고 난민 신청이 기각된 뒤 체포되지도 않았다. 이런 심각한 안보적 참사가 있을 수 있는가. 아니스 아므리는 독일의 ISIS 지지자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고 그가 테러를 준비한다는 첩보까지 있었지만 2016년 9월 이래 그에 대한 사찰은 중단된 상태였다.


법치국가를 재건하자
베를린 테러 이후 독일 정부는 여러가지 후속조치를 취했다. 그 중에는 정부당국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 전자 팔찌를 채워 감시하고,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 중 안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자는 체포한다는 것이 포함되었다. 이것은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이지만 너무 늦었다. 이보다는 독일의 국내 안보 체계를 총체적으로 개혁해 앞으로 닥칠 테러를 막아내는게 필요하다.

독일 내에서 지하디스트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중구난방인 조직들을 중앙집권화 해야 한다. 각 주정부는 자체적인 정보 기구와 수사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바이에른 주정부 처럼 강력한 조직을 갖춘 곳도 있고 베를린 처럼 형편없는 수준인 곳도 있다. 각 기관들의 협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고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아므리의 테러 사태때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모든 정보기관과 경찰 조직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연방정부 산하의 헌법수호청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과 연방범죄수사청Bundeskriminalamt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또한 연방정부의 정보조직도 강화해야 한다. 독일 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고 해외의 테러리스트들과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특히 최근 수년간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가 중동에 있는 상부조직과 수개월간에 걸쳐 연락을 주고 받은 뒤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독일 정보기관은 수년 내에 역량을 강화하고 연방정부는 정보기관의 활동 강화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미국 NSA의 광범위한 활동 범위와 역량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2016년에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발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에는 난민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2016년에는 280,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것은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했고 터키가 에게해를 통해 난민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유입된 뒤 북상하는 난민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으며 언제든지 폭증할 수 있다. 게다가 솅겐 조약 가맹국간의 정보 교류가 부실하고 독일 당국은 현재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위에서 언급한 개혁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정보 조직을 중앙집권화하자고 제안하면 강력한 저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방 내무장관 토마스 드 메지에르가 2017년 1월 위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제한적인 개혁을제안했지만 각 주정부가 반발해 물거품이 됐다. 또한 독일의 안보 체계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혁하려면 정치 체계 부터 바뀌어야 한다. 즉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더 많은 테러 공격이 있기 전엔 어렵다는 뜻이다. 유감스럽게도 독일의 엘리트들은 이런 충격이 없는 이상 현상유지에 만족할 것이다.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번역글] Merkel and Whose Army?

폴더를 정리하다가 번역하려고  긁어놨다가 까맣게 잊어먹은 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멘붕해서 독일 찬양가를 부르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독일 연구자의 포린 폴리시 칼럼 “Merkel and Whose Army?”인데 내용이 하드 파워를 중시하는 제 취향에 딱 맞아 번역을 해 봅니다. 자국의 문제를 냉철하다 못해 시니컬하게 비판하는 점이 아주 좋습니다. 제목은 좀 의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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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그런데 군대는?


한스 쿤드나니Hans Kundnani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엄마’라고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전 세계의 부정적인 반응을 고려하면, 조만간 다른 나라들도 메르켈을 그렇게 부를지 모른다. 트럼프가 미국이 “자유세계의 지도국”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는 뜻을 내비칠 수록 메르켈의 독일을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메르켈 본인도 인정한 것 처럼 그런 생각은 말도 안된다. 메르켈은 지난 11월 20일 총리 4선에 도전하면서 한 연설에서도 이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독일의 국력이 항상 유럽이라는 지역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독일은 전 세계적 규모의 강대국이 아니며, 아시아에 있는 취약한 서방의 동맹국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니 독일은 미국을 대신해 ‘자유 유럽의 지도국’ 정도나 될 수 있을까 싶다.


사실 독일은 ‘자유 유럽의 지도국’ 조차 버겁다. 만약 리더쉽이라는 단어를 순수하게 ‘도덕적 상징성’에 국한한다면 독일은 그 기준을 충족할 지 모른다. 물론 그러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리더쉽에는 냉전 이래로 다른 국가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확고한 군사적 보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그럴 능력이 없다. 독일의 군사력은 최소한도의 수준인데다 독일인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국력 조차 발휘할 의지가 없다.
뉴욕 타임즈의 캐롤 지아코모는 미국 대선 직후 독일이 “나토에서 미국을 대신할 지 모른다”는 예측을 했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장갑차에 기관총 대신 검은색으로 칠한 나무막대기를 달고 다니는 나라에게 그 역할을 맡기려 들겠는가. 독일이 2014년 나토 훈련에서 그러지 않았던가.


그냥 단순히 독일과 미국의 국방비만 비교해도 답이 나온다. 2015년 기준으로  IISS의 통계를 보면 미국의 국방예산은 5975억 달러였다. 하지만 독일의 국방예산은 367억 달러로 미국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의 국방예산은 프랑스(468억 달러)나 영국(562억 달러) 보다도 적다. 게다가 프랑스와 영국은 미국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이다. 현재 프랑스와 영국의 정치적 상황이 엉망이긴 해도, 군사력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두 나라가 독일 보다는 ‘자유세계의 지도국’에 더 적합할 것이다.


독일의 국방예산 규모는 독일의 경제력과 비교했을때 더 심각하다. 나토 가맹국들은 GDP의 2퍼센트를 국방예산으로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오직 그리스, 에스토니아, 폴란드, 영국 등 4개국만이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독일은 고작 1.3퍼센트만 국방예산으로 지출했는데 이것은 나토 가맹국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1.2퍼센트 미만으로 까지 떨어졌다. 겨우 올해에 와서야 메르켈은 GDP의 2퍼센트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공표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 독일 총리는 재차 이 목표를 표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가 실천한 것은 2017년에 국방예산을 8퍼센트 증액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GDP의 고작 1.22퍼센트가 됐다.


국방예산도 그렇고 독일군의 능력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냉전당시 독일연방군은 소련의 유럽 침공을 막기 위해 대규모의 병력을, 약 50만의 병력과 레오파르트2 전차 2,500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독일연방군은 176,752명과 레오파르트2 전차 200대로 줄어들었다. 병력면에서 보면 130만에 달하는 미군의 7분의 1 남짓한 규모다. 독일 공군은 109대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89대의 구식 토네이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 공군은 수많은 F-35, F-22, F-16, F-15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을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 크다. 미 해군은 12개 항모전투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해군의 가장 강력한 군함은 프리킷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달랑 10척이다.


올해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부장관은 향후 15년간 군장비에 1300억 유로(1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예산은 신규장비 구매에 편성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유지보수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일련의 보고서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장비들은 2010년 이래의 국방예산 감축으로 운용할 수 없게된 것들이다. 즉 독일군은 전투력을 증강하는게 아니라 겨우 현존 전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109대 중 42대, NH90 헬리콥터는 겨우 2대만 운용가능한 상태이다. 그리고 2014년 나토훈련에서 있었던 악명높은 검은 나무막대기 사건의 원인은, 독일연방군 내부 보고서를 인용한 독일 공영방송 ARD 보도에 따르면 중기관총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었다.


독일의 낮은 국방예산 수준과 독일연방군의 부족한 능력은 독일의 전략 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 독일인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 원인이 독일이 과거 일으킨 군사적 재난에 대한 반동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현상은 지난 25년간 진행되었던 일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후 첫 10년간 군사력 사용 문제에서 프랑스 및 영국과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독일이 1999년 코소보 전쟁에 개입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독일의 대외정책에서 “또다시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구호가 “아우슈비츠를 되풀이 하지 말자”로 바뀌는 듯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독일의 군사 개입이 실패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또다시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기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독일은 2011년 리비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많은 독일인들이 이 결정을 지지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전략적 충격 조차 독일인들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 지난 여름 독일 외무장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는 독일도 참여한 나토 군사훈련을 ‘무력 도발’이라고 했다.


독일인들은 자국을 평화세력(Friedensmacht)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단어는 원래 냉전당시 동독이 자국을 칭하면서 사용했으며 1980년대에 녹색당에서 활동하다가 극우 정당으로 전향한 전직 독일공군 대령 알프레트 메흐터샤이머가 1993년 독일에 적용한 것이다. 독일인들은 미국 처럼 군인을 영예롭게 여기지 않는다. 미국 군인들은 공항에 들어설 때 미국인들로 부터 박수 갈채를 받지만 독일 군인은 그럴 일이 없다. 그래서 독일 연방군은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국방부는 모병을 위해 TV 리얼리티 쇼 까지 끌어들였다. 지난 5월 라이엔 국방장관은 2023년까지 독일군을 7,000명 증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독일인들의 태도도 조금 바뀐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독일연방군사사-사회과학 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의 절반이 국방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것은 2000년 이래 처음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독일 연방군 증강을 지지했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발트 3국이나 폴란드 처럼 러시아를 위협으로 느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여론이 급변한 원인은 난민 문제였다. 난민 문제를 러시아 보다 독일에 더 위협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 보다 난민이 독일을 휩쓰는 것을 더 우려해 안보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듯 하다. 최근 정부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인의 다수는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훈련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전투 작전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21세기에는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사건이나 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영토 분쟁과 군비경쟁에 미뤄 볼때 설득력이 없다. 독일 처럼 수출, 즉 해외 시장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국가에게 있어 경제력은 국력의 근원이면서 약점이다.


독일이 유럽 바깥에서는 군사력이건 경제력이건간에 하드파워를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메르켈은 기껏해야 ‘자유 세계의 도덕적 지도자’ 정도나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유로 위기에서 메르켈이 보인 행태를 보면 그 조차도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메르켈을 성토할 그리스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이 넘쳐난다. 설사 메르켈이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된다 해도 전체주의의 부활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보다는 이오시프 스탈린이 교황에 대해 했다는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그래 교황은 몇개 사단이나 가지고 있소?”

2009년 7월 21일 화요일

20일의 독일연방군 선서식

독일 연방군은 7월 20일의 히틀러 암살 시도를 기념해서 이날 신병 선서식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올해의 선서식은 연방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으며 메르켈 총리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연방군과 시민들을 보다 가깝게 하자는 취지였다고 하는군요.

한편 선서식이 있던 도중 베를린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요구하는 반전시위가 있었다고 합니다. 10대 초반의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세명이나 사살됐다는 흉흉한 소식이 전해진 직후이기도 하니 올해 선서식은 꼬였다는 느낌입니다.


Budeswehr-Gelöbnis vor Reichstag(Spie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