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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일 목요일

[번역글] 독일의 약점- 유럽의 지도국은 정보 개혁 부터 해야 한다

며칠 전 번역했던 Merkel and Whose Army?와 관련 있는 글을 한 편 더 번역했습니다. 이글은 1월에 포린 어페어즈 인터넷 판에 실렸던 칼럼인데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무능력함을 드러낸 독일 정보기관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이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안보적 위기는 난민 유입으로 인한 테러리즘의 창궐이지만, 여기서 지적하는 독일 정보기구의 무능함은 다른 안보위기에서도 마찬가지 일듯 싶습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독일이 안보적으로 무능해 진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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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슈타인베르크Guido Steinberg


2016년 12월 19일 독일은 최초로 이슬람주의자의 대규모 테러 공격을 받았다. 튀지지 출신의 ISIS 지지자 아니스 아므리는 트럭을 몰고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광장을 공격해 12명을 죽이고 53명에 부상을 입혔다. 과거 서베를린 중심가에서 벌어진 이 공격으로 독일에서는 어떻게 테러에 대응해야 하는지 격렬하고 신경질적인 논쟁이 일었다. 이 논쟁의 결과는 아마 2017년 9월에 있을 독일 총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수많은 독일인들이 독일 사법집행기관이 테러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제 독일에서는 국내 안보조직을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현 체제에 만족하는 베를린과 대부분의 지역 정치인들은 독일이 극우 포퓰리즘과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두개의 위협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국내 안보조직을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예외는 바이에른 정도 이다. 만약 독일 중앙정부가 현재의 방향을 유지한다면 조만간 총선에서 현 집권당이 패배할 것이며 아마도 더 많은 테러 공격이 발생할 것이다.


독일은 위기에 처해서도 허세를 부리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07년 부터 지하디스트의 테러 위협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때 미국 NSA가 제공한 정보 덕분에 독일 정부는 알 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세명의 조직원으로 이루어진 지하드 그룹인  ‘자우어란트 집단’의 테러 음모를 저지할 수 있었다. 자우어란트 집단은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 등 독일내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려고 했다. 당시 독일은 이웃의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훨씬 작은 테러 위협을 받고 있었다. 프랑스나 영국의 경우 훨씬 오래 전 부터 북아프리카나 남아시아의 옛 식민지로 부터 유입된 지하디스트 조직들이 준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독일의 무슬림 집단은 대부분 터키 출신이어서 아랍 출신들에 비해 지하디스트가 되는 경우가 훨씬 적었고, 시기도 늦었다.

하지만 이런 유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나 중동으로 성전을 치르러 가는 독일 무슬림의 숫자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에 이르자 파키스탄에서 준동하는 서방 출신 지하디스트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은 독일인 무슬림이었다. 알 카에다에 가입한 몇몇 독일인 무슬림은 독일에서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귀국했다. 하지만 CIA와 NSA의 노력으로 이런 시도는 대부분 사전에 적발됐다. 이 중 하나가 2011년에 일망타진된 뒤셀도르프 테러단이다. 2010년 초 지하디스트의 위협은 잠시 가라앉았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ISIS가 준동하면서 젊은 독일 무슬림들이 선동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초기에 시리아로 향한 독일 무슬림들은 대개 바샤르 알 아사드에 맞서 싸우는 수니파 무슬림 동포들을 돕겠다는 동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곧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내세운 이슬람 국가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동기를 제공했다. 2017년 초 현재 약 900명의 독일 무슬림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독일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에서 돌아온 지하디스트들이 국내 정치에 심각한 위협이 되리라는 예측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와 벨기에의 테러 공격처럼 독일에서 2016년에 테러를 저질렀거나 테러 음모를 꾸민 무슬림은 대부분 2014~2015년에 걸쳐 유럽에 유입된 아랍이나 북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이 테러리스트들은 2014년 시작된 난민의 물결에 섞여들어왔으며, 2015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발칸반도를 통해 유입된 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ISIS는 메르켈이 제공한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경험이 풍부한 테러리스트들을 보냈다. 그 중 하나가 2015년 11월에 프랑스에 발생한 테러였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은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테러를 준비했다. 또 ISIS는 독일에서도 새로운 테러리스트들을 충원하려 했다. ISIS는 난민들이 자신들을 받아준 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난민사태로 인해 ISIS 추종자들은 수많은 테러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지난 12월 베를린 테러 직전까지 벌어진 일이다.


신속하고도 촘촘한 감시망이 필요하다
독일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보 수집을 거의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독일이 전통적으로 정보기관을 불신해온데 있다. 20세기 나치의 게슈타포나 동독의 슈타지와 같은 조직이 남긴 잔재였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테러 이후에도 독일 정부는 자체적인 정보 조직을 강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자국의 안보를 동맹에 의존했다. 미국이 독일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적발하려고 했을때 독일 정부가 한 일은 기껏해야 이미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된 인물에 대한 감시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중동과 남아시아에서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위협에 대처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2016년에 적발한 테러 위협들을 살펴보면 독일이 얼마나 정보를 외국에 의존하는지 알 수 있다. CIA와 NSA가 독일 정부에 테러 첩보를 알려서 독일은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도 미처 정보를 파악 못한 경우에 독일 정부는 그저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했으며 테러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예를들어 미국 정부가 독일 정부에 시리아 ISIS 소속의 야베르 알 바크르가 베를린-테겔 공항을 공격할 것이란 정보를 제공한 덕분에 독일은 2016년 10월 라이프치히에서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측이 외부로 부터 정보를 받지 못한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알레포에서 온 시리아 ISIS 소속 무함마드 달렐이 2016년 7월 안스바흐 음악축제에서 테러에 실패한 이유는 그가 설치한 폭탄의 기폭장치가 고장났기 때문이었다.

현재와 2015년 이전의 상황을 비교했을때 가장 큰 차이는 미국과 유럽 모두 난민 사태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로 이 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파리 테러 가담자들은 지속적으로 상호 교류를 하면서 시리아와 이라크를 오가던 ISIS 지휘관과 접촉했지만 유럽의 정보당국은 물론 NSA 조차 이들이 나눈 메시지를 감시할 수 없었다. 현재 사용되는 통신의 암호화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NSA의 감시망을 피해 파리 테러와 같은 공격을 계획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유럽에는 지하디스트가 급증했고 ISIS의 테러 계획 수립도 훨씬 정교해졌다. 게다가 싸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널려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크게 유리한 상태다.

아니스 아므리가 저지른 테러 처럼 독일의 정보 및 안보 기구가 실패한 것은 문제다. 그는 2016년 2월 이래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그는 튀니지로 송환되지도 않았고 난민 신청이 기각된 뒤 체포되지도 않았다. 이런 심각한 안보적 참사가 있을 수 있는가. 아니스 아므리는 독일의 ISIS 지지자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고 그가 테러를 준비한다는 첩보까지 있었지만 2016년 9월 이래 그에 대한 사찰은 중단된 상태였다.


법치국가를 재건하자
베를린 테러 이후 독일 정부는 여러가지 후속조치를 취했다. 그 중에는 정부당국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 전자 팔찌를 채워 감시하고,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 중 안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자는 체포한다는 것이 포함되었다. 이것은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이지만 너무 늦었다. 이보다는 독일의 국내 안보 체계를 총체적으로 개혁해 앞으로 닥칠 테러를 막아내는게 필요하다.

독일 내에서 지하디스트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중구난방인 조직들을 중앙집권화 해야 한다. 각 주정부는 자체적인 정보 기구와 수사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바이에른 주정부 처럼 강력한 조직을 갖춘 곳도 있고 베를린 처럼 형편없는 수준인 곳도 있다. 각 기관들의 협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고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아므리의 테러 사태때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모든 정보기관과 경찰 조직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연방정부 산하의 헌법수호청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과 연방범죄수사청Bundeskriminalamt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또한 연방정부의 정보조직도 강화해야 한다. 독일 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고 해외의 테러리스트들과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특히 최근 수년간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가 중동에 있는 상부조직과 수개월간에 걸쳐 연락을 주고 받은 뒤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독일 정보기관은 수년 내에 역량을 강화하고 연방정부는 정보기관의 활동 강화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미국 NSA의 광범위한 활동 범위와 역량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2016년에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발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에는 난민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2016년에는 280,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것은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했고 터키가 에게해를 통해 난민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유입된 뒤 북상하는 난민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으며 언제든지 폭증할 수 있다. 게다가 솅겐 조약 가맹국간의 정보 교류가 부실하고 독일 당국은 현재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위에서 언급한 개혁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정보 조직을 중앙집권화하자고 제안하면 강력한 저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방 내무장관 토마스 드 메지에르가 2017년 1월 위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제한적인 개혁을제안했지만 각 주정부가 반발해 물거품이 됐다. 또한 독일의 안보 체계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혁하려면 정치 체계 부터 바뀌어야 한다. 즉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더 많은 테러 공격이 있기 전엔 어렵다는 뜻이다. 유감스럽게도 독일의 엘리트들은 이런 충격이 없는 이상 현상유지에 만족할 것이다.

2008년 6월 22일 일요일

막장을 달리는 짐바브웨 사태

Mugabe's men bring rape and torture to Harare suburbs- GUARDIAN

Mugabe allies 'set up' political terror - GUARDIAN

Assassins in Zimbabwe Aim at the Grass Roots - The New York Times

Zimbabwe opposition asks voters to end Mugabe rule - The Washington Post/AP

Krieg gegen das eigene Volk - Frankfurter Allgemeine

Mugabe setzt auf Mord - Der Spiegel

요 며칠 사이에 짐바브웨에서 아주 난감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짐바브웨에서는 선거 때 마다 막장상태가 반복돼 오긴 했습니다만 이번엔 약간 더 난감해 보입니다.

짐바브웨 대통령 무가베가 선거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신을 추종하는 민병대를 앞세워 정치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군요. 소총, 그리고 칼과 돌팔매(!)로 무장한 민병대가 살인과 강간을 저지르며 대통령의 반대파와 유권자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야당 당원에 대해서는 대량학살 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의 테러가 가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테러의 마수가 뻗치고 있다니 할 말을 잃을 지경입니다. 이건 마치 이박사 치하의 대한민국을 살짝 업그레이드 한 듯한 막장 분위기로군요. 아니나 다를까 짐바브웨의 국가 경제도 엉망인걸 보니 그야 말로 이박사와 동급이라 해도 틀리진 않겠습니다. "Krieg gegen das eigene Volk"라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의 기사 제목은 정말 짐바브웨 사태의 핵심을 잘 요약했다는 느낌입니다.
저 위에 링크는 하지 않았는데 AFP 통신의 한 보도에 따르면 무가베는 자신을 권좌에서 내려오라고 할 수 있는건 "신" 뿐이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아이고 맙소사. 역시 도킨스 옹이 옳았습니다. 정말 갖가지 쓰레기들이 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을 막장으로 만들고 있군요.
짐바브웨의 막장 상태를 보니 이렇게 집에 편하게 들어앉아 대통령을 씹을 자유가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 11월 3일 토요일

킹덤

역시나 국내의 평론가들은 “미국 만세다” 아니면 “아랍인들을 무능하게 묘사했다”는 등 부정적인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비난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 영화의 도입 부분은 꽤 재미있게 잘 만들어 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에서 911테러까지의 역사적 사건 전개를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지나가는데 마치 잘 만든 브리핑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세계 1위의 산유국과 세계 1위의 석유 소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를 그래픽으로 묘사한 것은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배경 설정을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은 괜찮은 방식 같습니다.

국내 평론가들이 지적했듯 후반부에 FBI의 수사요원들이 일당백의 총잡이로 돌변하는게 약간 깨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총격전 장면이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 줄 수 있습니다. 도로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게 기습을 받은 뒤 그대로 그들의 근거지까지 추격해 벌이는 마지막 결전은 매우 박진감 넘치고 신납니다. 그리고 상영시간이 두 시간도 안되니 만큼 피곤하더라도(???) 주인공들이 수사도 하고 총도 쏘는 쪽이 역할을 나눠 더 많은 등장인물을 출연시키는 것 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동의했듯 영화 후반부의 총격전 장면은 압권입니다. 여주인공인 제니퍼 가너는 남자들이 돌격소총이나 카빈 종류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MP5를 사용하는데 이건 여성임을 고려한게 아닌가 합니다. 제작자가 총기 매니아인 마이클 만이니 충분히 그럴 듯 싶더군요. 영화 막판에 주인공들이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해 테러범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재미는 있더군요.

사우디인에 대한 묘사가 부정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 하기가 조금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사우디인들은 미국인들이 없으면 기초적인 수사도 못하고 피의자에 대한 고문이나 하는 등 한심하게 그려지고 있긴 한데 만약 사우디인들이 미국인들 없이도 수사를 잘 하는 것으로 묘사되면 주인공들이 개입할 여지도 없어지니 영화 자체를 만들 수 없지 않겠습니까?

영화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담으며 끝납니다. 결국 석유로 인한 미국과 사우디의 괴이한 관계는 계속해서 엉망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끝나는데 유치한 해피엔딩으로 때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하게 평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2007년 8월 7일 화요일

탈레반의 센스도 제법이군요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인질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언론과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처럼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 문제가 TV에 나오면 인질들을 비웃는 정도로 그치는군요.

그런데 오늘은 연합뉴스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탈레반, 인질처리 고심..이슬람 개종 권고"<외신>

기독교 선교를 하러 간 사람들에게 이슬람 개종을 권고하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폭력을 쓰지 않고도 이렇게 골탕먹이는 것이 가능하군요.

전도하러 간 자매님들이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2007년 4월 20일 금요일

버지니아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히스테리

버지니아 사건에 대한 한국언론의 반응은 매우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주요 일간지들이 웹사이트의 대문에 큼지막하게 특집 기사를 실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즐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이 사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져서 미국 영주권자가 미국에서 저지른 미국의 살인사건인데 이게 과연 한국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인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중국계가 이 사건을 저질렀다면 이 정도로 요란하게 다룰지는 의문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계가 살인범이라고 밝혀졌기 때문에 이정도로 난리를 치는 것 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내문제인데 한국계가 개입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언론들이 이 사건을 울궈 먹으려 하는 것 같다는 점 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터진 사건이니 별도로 취재할 필요 없이 미국내 반응, 한국내 반응, 네티즌들의 반응 이런 것들로도 충분히 지면과 웹사이트를 도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가 싶군요. 물론 '민족'이라면 반사적으로 귀가 솔깃해지는 뉴스 소비자들의 성향도 여기에 한 몫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마 사건이 터진지 시간이 조금 지나니 언론 마다 자성(?) 적인 기사를 하나 씩 싣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이것도 구색 맞추기로 집어넣은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국내의 소위 유명인사라는 자들이 기고하는 칼럼은 왜 이정도 수준 밖에 안되는지.

[시론] '조승희 개인' 문제 라곤 하지만…

이 정신나간 교수는 주요일간지에 사과를 하자고 난리를 치는군요. 이런 멍청한 논리로 따지면 9.11 테러 때 사우디 정부는 미국에 공식 사죄를 했어야 겠지요. 이런 교수에게 교육받는 학생들이 불쌍합니다.

갈수록 글발이 떨어지고 계신 이문열 선생께서도 한마디 하십니다.

`자신만의 내부적 악마 키웠다 예수 흉내냈지만 종교성 빈약`

참 할일이 없으시군요.

김지하 시인께서는 추모시를 바치셨답니다.

김지하 시인 참사 추모시

이래서 이 어린양은 시를 읽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 국내 언론에 실린 글 중 그럭 저럭 쓸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인은 한국책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보다 한국이 더 시끄럽다` `천박한 민족주의` 논란

그나마 한겨레가 나은 편 입니다. 솔직히 이번 사건으로 가장 놀랐던 건 그동안 매우 중립적이고 쓸만한 기사를 싣던 한국일보가 맛이 갔다는 점 입니다. 한국일보가 사옥을 옮기더니 이상해졌습니다.

언제까지 이 사건을 우려먹을지 궁금합니다만 6개월 쯤 지나면 언제 이런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잠잠해 질 것입니다. 뭐, 모든 일이 다 그렇지요.

덤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최악의 만평은 조선일보에 실린 만평입니다. 조선일보의 만평이 주요 일간지 중 가장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허접하다니. 도데체 이렇게 수준낮은 사람에게 만평을 맡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