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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5일 화요일

어떤 환빠 장군

어제 도서관에 갔다가 『바로잡아 쓴 동아시아 종주민족국가 한국의 역사와 한국 국가안보전략 사상사』라는 긴 제목과 제목에 걸맞게 두툼한 책을 한 권 발견했습니다. 당장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는데 펼쳐보니 역시나 환빠 도서였습니다.

모든 환빠 서적들이 그러하듯 책의 내용은 대부분 정신을 안드로메다 탐사를 보내는 수준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군사안보 문제를 환단고기에 엮어 내는 괴악한 감각의 소유자가 썼다는 점 입니다.

어떤 분이 이런 희한한 취향을 가지셨는지 하도 궁금해서 저자의 약력을 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1958년 육군사관학교 졸업(14기), 이학사, 보병육군소위
1962년 미 특수전학교 유학
1965년 보병학교 유격학부 교관
1966년 주월 맹호부대 전사(戰史) 장교
1970년 독일군 참모대학 유학

(중략)

1985년 육군본부 작전참모장
1987년 육군 제1군단장
1988년 제1야전군 부사령관
1993년 국가안보회의 국가비상기획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후략)

헉.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만 밟은 분이 아니시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환빠의 거성 중 한 분인 고(故) 박창암 장군도 미 특수전학교에 유학하신 경력이 있으시지요. 미 특수전학교 교관 중 아틀란티스나 무우제국에 심취한 사람이 없었는지 궁금해 집니다.

목차도 환상적입니다. 일부만 살펴보죠.

제 1절. 하느님과 으뜸신의 창세(創世), 개천(開天)시대
1. 하느님과 으뜸신의 우주 만물 창조
2. 광의의 우리민족(동아시아 諸民族) 형성과 발전
3. 평지평원원주민족 최초국가 환웅의 신시(神市)
4. 우리민족(국가)의 국가안보전략사상(사) 태동
5. 환웅천왕의 천명사상(天命思想)과 신정(神政)

목차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기독교+환단고기 세계관을 기초로 여기에 군사학을 뒤섞어 이 괴작을 완성했습니다.

본문 자체가 매우 난감하기 그지 없는데 ‘동아시아 종주민족’의 기원에 대한 부분을 일부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 책이 기반하고 있는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지금으로부터 대략 일만년 전 황해바닥(당시로부터 대략 BC4000년에 이르기 까지 황해는 육지였다)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대륙과 한반도, 그리고 열도의 평원 평지에는 유전인자를 같이 하고 농경생활(일부 북부에서는 반농반목도 하였다)이라는 문화를 공유하는 동일민족이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해 역사활동(석기시대)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BC3000년을 전후하여 시작된 지구상의 대홍수를 비롯하여, 계속된 과우기(寡雨期)를 맞이하면서 황해가 조성되고 대륙과 반도와 열도가 생겨났다.(어떤 이는 이미 1만년 전에 황해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럴 때 특히 황해바닥 평지민족은 동서남북방향의 구릉고지로 이주하였는데 오늘날의 한반도와 왜열도에는 당시에는 환경조건이 여의치 않아 당분간 원주민 그대로 소수의 조상들이 비교적 조용하게 그러나 나름대로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굳이 분류한다면 이들이야 말로 순수한 평지 평원의 원주민 이었다.

(중략)

그후 또다시 우리 원주민족의 한 고향, 즉 옛날 우리의 서언왕이 주름잡던 徐帝國이 번성하던 지역, 회대(淮垈) 지방의 초(楚)나라에서 항우와 유방이 그곳 주민들과 궐기하여 한(漢)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래서 그 이후 오늘까지 대륙의 그 우리 흡수동화민족을 이름하여 한민족(漢民族)이라 한다. 따라서 이 한민족은 바로 조상을 공동으로 하는 광의의 우리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대륙의 우리원주민족적 성향이 강한 이 황해안 지대에 우리의 백제, 신라제국이 건설되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전통적으로 주(周)시대에도 허용되었던 원주민 종족들의 종묘사직의 보존, 제사모시기와 함께 우리 평지평원원주민족 특유의 문화와 습성을 국시(國是)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게 되었다.

특히 대륙에서 백제보다 북방인 낙랑지역에 자리한 고구려는 이 시점에서 원주민족성이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우리 원주민족의 국가로 출발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고구려는 서방민족이나 유목민족에 의한 민족적 식민이나 국가적 합방에 의한 혼혈과정을 비교적 경험함이 없이 평원평지원주민족의 혈통과 문화전통을 계속 유지해 왔던 역사지리적 안보환경을 가진 우리민족으로 구성되게 되었다. 그러기 때문에 명실공히 우리 종주민족에 의한 우리 종주민족국가로서 새로운 민족부흥의 역사를, 이후 900여년간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가게 된다.

문영일,『바로잡아 쓴 동아시아 종주민족국가 한국의 역사와 한국 국가안보전략 사상사』, (21세기군사연구소, 2007), 187~189쪽

;;;;

넵. 살짝 할 말이 없습니다.

황해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린 민족의 기원 평원평지 문명이야기는 무슨 아틀란티스 이야기 같군요. 이 세계관을 가지고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를 리메이크 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008년 5월 14일 수요일

환빠소설 사바카

이준님이 사바카라는 구제불능의 쓰레기 소설에 대한 글을 쓰셔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무슨 정신으로 이런 쓰레기를 썼나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물건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도데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기에 이런 쓰레기 소설을 쓴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바카의 표지 날개에 있는 저자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장환은 신문 잡지등에 사회현상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으며, 우리 고대사에 관심이 있어 고대사 연구에 주력하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은 "고대사"에 있습니다. 눈치가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고대사"가 정상적인 "고대사"가 아니란 것을 아셨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사바카의 저자 주장환은 "환빠"입니다. 사바카에는 중간 중간 주인공의 입을 빌려 우리 고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데 그 내용이 하나 같이 환단고기에 대한 것 들 입니다.;;;;;
환단고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자칭 "재야사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재야사학의 걸물인 박창암(朴蒼巖, 예비역 육군 준장)을 모델로 삼은 듯한 인물도 나오지요. 아주 웃깁니다.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990년 5월

서울에서 처음 '단재연구회'에 들어갔을 때 나는 어느날 비교적 온건한 이론의 소유자로 알려진 목태중이라는 선배의 소개로 밝선비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조금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였다. 젊었을 때 경찰에 몸을 담고 있다가 뜻한 바 있어 군에 자원입대, 말단 하사로 시작하여 6.25때는 일선 소대장으로 문자 그대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후 잉어가 물살을 헤쳐 오르듯 승승장구, 일선 부대 연대장을 지냈으며 70년대 중반, 소장으로 제대한 사람이었다.
그는 남북한의 통일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통일론을 연구하다가 고대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민족의 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통일론을 올바르게 전개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돌아다니며 고대사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의 이름은 원래 밀양 박씨성에 진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대사에 심취하고 부터는 '밝선비'로 불려지길 고집했다. 밝이란 밝음, 즉 광명을 뜻하는데 그 어원은 박달나무(檀木)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으나 그때까지 정확한 정설은 없는 형편이었다.

주장환, 『사바카』, 자유문학사, 1994, 217~218쪽

과연,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쓰레기는 쓰레기 끼리 통하는군요. 크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