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미국
육군협회 웹사이트에 재미있는 글이 한편 올라왔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러시아 지상군의 조직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비판을 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서 이 글이 아주 특출나지는 않습니다만 글에서 제시하는 비유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아모스 C. 폭스(Amos
C. Fox)는 미육군의 현역 중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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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몇가지 생각
제병협동 전쟁수행, 대대전술단, 그리고 어항속의 전쟁
아모스 C.
폭스
들어가며
2014년 봄에 시작되어 2015년
봄에 소강상태에 들어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한 사건은 공식적으로 국가간의 전쟁을 중앙의 무대로 불러왔다. 지금 전개되는 전쟁의 전면에 국가라는 행위자가 나타났다. 러시아는
이번 침략 전쟁에서 공개적으로 정규군을 동원하고 있다. 2014~2015년 크름과 돈바스 분쟁에서 취했던
모호한 접근 방식을 그만둔 것이다.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고 키이우에 러시아가 통제하는 괴뢰 정권을 세우기
위해 2022년 2월 23일
세 방면에서 침공을 개시했다.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과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 점진적으로 병력을 배치한
뒤 벨라루스의 마지르-고멜 회랑에서 키이우 방면으로, 러시아의
벨고로드에서 하르키우 방면으로 공격을 개시하고, 러시아의 로스토프 방면에서는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에 병력을 증강했다.2
전쟁이 일어나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략에 문제가 많고 그의 계획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푸틴의 생각했던 러시아 군대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태도는 완전히 틀렸다. 러시아군은
가장 기세를 올리고 있던 2022년 3월 말 키이우 외곽의
안토노프 공항을 점령하고 하르키우 방면으로 돌파해 들어갔으며 마리우폴을 통해 돈바스와 크름 반도를 연결했다.3
하지만 이런 승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토노프 공항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며칠도
못 버티고 패주했고 우크라이나군이 공항을 탈환했다.4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포위 점령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능동적인 기동방어로 이를 격퇴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키이우에서 벨라루스의
공격 개시 지점으로 몰아냈다.5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포위하는데 실패했고 이 도시를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서 빼앗지 못했다. 러시아군은 남부에서는 다소나마 성공을 거두어 헤르손, 멜리토폴, 마리우폴 등의 도시를 점령했다.6 그리고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의 지원을 받아 여전히 돈바스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러시아군이 남은 지역들을 지켜낼 능력은 불확실해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제공권 비슷한
것 조차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 신문)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2022년 9월 7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항공기 237대, 헬리콥터 208대, 무인기 880대를
격추시켰다고 한다.7 러시아군이 공중 우세를 달성하지 못해서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러시아 지상군이나 러시아 공군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키이우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국제의용군은 러시아군 50,000명 이상을 사살하고 러시아군의 전차 2,097대, 야포 1,194문, 다연장로켓포 300대를 격파했다.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러시아군의 총 인명손실은 70,000에서
80,000명 정도로 추정된다.8 아무리
봐도 이런 손실 규모는 충격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훌륭하게 싸웠고 러시아군은 졸렬하게 싸웠다. 게다가 러시아군의 군율은 심각한 수준이고 사기도 바닥을 치고 있다. 러시아군에는
약탈 행위와 탈영, 각종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9
2014-2015년의 돈바스 분쟁 당시 러시아군은 무시무시한 존재로
비춰졌다. 그런데 어째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이렇게 엉망진창인가?10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함이 가장 큰 원인임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매우 실용적이다. 이들은 한가지 전투 방식이 다른 방식들 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을 평가해 전술적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과 수단을 적용한다.11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행동을 보면 제병 협동 작전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작은 승리를 전술적 성공과 작전적 성공으로 이어가는 능력이 있다.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에 패배하자 키이우와
하르키우 방면에서 병력을 철수시켜 돈바스 방면에 재배치한 점은 우크라이나군이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지표다.12
반면 러시아군의 작전적 수준과 전술적 수준의 능력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군의
수준은 혐오스럽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군은 사기가 아주
낮고 군율이 무너졌다. 러시아군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고 여기에 따르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군의 한심한 성과가 비효율적인 훈련, 잘못된
지휘 및 통제(C2) 방식, 그리고 러시아군이 빠져 있는
작전 환경에 부적합한 조직 구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논하고자 한다.
훈련, 지휘 및 조직 : 성공적인 전쟁 수행을 떠받치는 기둥
성공적인 군사작전은 위협 요인과 작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으로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해야 달성할 수 있다. 제병협동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지휘관 아래에 모든 종류의 무기를 활용해 전투와 작전을
효과적으로 통합-조율해 수행할 수 있도록 적합하게 편제된 부대가 있어야 한다. 2022년 2월 23일
이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양상을 보자. 수많은 정책 결정자와 분석가,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치명적인 전쟁 기계라고 두려워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수개월간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러시아군은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훈련과 자산이 부족하고, 지상군은 작전을 수행하는 전역에 적합하지 않게 조직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러시아군은 형편없는 지휘를 받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군이 전투 편제의 단위로 만든 임시편제 대대전투단은 적합하게 조직된 제병협동부대가 아니다. 또한
러시아군은 규율이 잘 잡힌 전투 조직도 아니다. 이런 미흡한 점은 러시아군의 사기와 규율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 교전과 전투에서 패배하는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훈련 : 제병협동 전쟁수행
러시아는 매년 순환 형식으로 자파드 연합 연습과 보스토크 연합 연습을 실시한다.
이 두 연습은 러시아군이 전략, 작전술, 전술
단위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연습 기간에는 제병 및 병종간 협동, 전술 및 장거리 작전지속능력, 그리고 분산된 지휘통제(C2) 등 세가지 능력을 시험하고 평가 하는게 중점이다. 그리고 이런
연합 연습에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들도 참여해 상호 운용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시험하고
공동 지휘통제의 해법을 개발한다.13
이러한 연합 연습에서는 제병협동전술과 제병협동작전이 초점이 될 수 밖에 없다.14
제병협동전쟁수행은 (전차 대 전차 같은) 체계
중심의 전쟁수행과 반대된다. 제병협동전쟁수행은 그 대신 다양한 층위의 전투 수단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
한 병과의 취약성을 다른 병과의 힘으로 상쇄한다.15 그리고 적합하게 조직화되고
통합된 제병협동 부대는 또 다른 것을 보완할 수 있다. 적군이 아군의 한 병과에 대응할 때 또 다른
병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16
지형도 제병협동 전쟁수행에서 중요한 요소다. 군사이론가 로버트 레온하드(Robert Leonhard)는 적의 위치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 즉
적을 가장 취약한 지형으로 몰아붙이는 게 제병협동작전에서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야 제병협동
부대의 잠재적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17 예를 들면 전차 부대는 적
전차 부대와 직접 교전을 피하는게 좋다. 전차 한 대가 개활지에서 산개한 적 경보병과 싸운다면 상대적으로
공평한 대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전차 화기를 가진 경보병 부대는 시가지나 울창한 삼림지대 같은 빽빽한
지형에서 전차 부대에 대해 큰 우위를 가진다.18
우크라이나군은 물량 면에서 불리하다고 보이기는 했지만 다양한 병과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작은 규모의
제병협동 작전은 물론 통합된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했다.19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은 제병협동 전쟁수행과 제병협동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C2 체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설명한 역학, 즉 대전차화기를 보유한 경보병이 전차의
기동이 제한되는 지형에서 전차를 상대하는 전투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여주는 패러다임이 되었다.20 우크라이나 보병 부대가 러시아 기계화 부대를 시가지,
침수된 도로, 삼림지대로 유인한 뒤 불리한 지형에 빠진 적을 대전차 화기의 사거리 내에서
격멸했다는 보고가 여러건 있었다.21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보여준 강력함이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훈련과 전술을 드러냈다.
반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과 완전히 정 반대의 군대였다. 개전 초
45일간 러시아가 그나마 우세했던 때 조차 러시아군은 중앙화 되어 예하 부대를 조율할 지휘부나 총사령관이
없었다.22 앤소니 킹(Anthony King) 교수는
지휘는 의사결정의 술(art)이자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휘의 목적, 즉 의사결정의 목적은 “전투력을 조직화하여
군사적 효율성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23
러시아군은 단일한 작전 지휘관을 두고 정보를 교환할 사령부를 두는 대신 복잡하기 짝이 없는 C2 네트워크에
의존했다. 이렇게 해서는 합동군 차원의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하기는커녕 작전 조차 조율할 수 없다. 그 결과 러시아군의 작전은 제병협동의 장점을 끌어내지 못한채 수행됐다.24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러시아군이 키이우 외곽의 안토노프 공항을 점령하고 유지하는데 실패한 사례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25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여러 번 있었던 포위전을 봐도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문제와 훈련 부족 문제를 알 수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우회해서 포위하려
하면 불리한 지형으로 끌려들어갔다. 이런 점을 봐도 러시아군의 문제를 알 수 있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하르키우를 포위하려 시도한 작전이 정확하게 이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대전술단
대대전술단은 2010년대 초 “항시
준비태세를 갖춘” 여단의 병력 충원 문제가 제기되는 와중에 러시아 지상군의 오래된 구조와 인적 자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26 많은 경우 러시아군의 차량화소총병여단의 편제에서
실제로 전투력이 있는 병력은 1개 대대 규모에 불과했다. 러시아군의
사단들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에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대대전술단을 조금 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레스터 그라우(Lester Grau), 찰스 바틀스(Charles Bartles), 마이클 카우프만(Michael Kaufman)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최근 수개월간 대대전술단의 역사와 편성을 재검토 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대대전술단에 대해서 (기존과는)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편제 구성과 러시아군이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적용한 편제간의 괴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효율성을 발휘하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주요 훈련 연습에서 필요에 따라 편제 부대를 투입하고 임무를 부여했다. 즉 특정한 임무에 맞춰서 부대를 편성했다.27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도 대대전술단 편제를 사용했는데 대대전술단과 전역 사령부, 그리고 전역 사령관
사이에 제대로 된 지휘통제(C2)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러시아군은 특정한 방식으로 편성과 훈련, 장비를
갖추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준비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전장의 러시아군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휘통제의 문제
때문에 최소한 12명의 러시아군 장성이 전사했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심각한 보급 문제가 발생했다.28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성과를 보면 이 편제는 이번 전쟁에 부적합한 편제다. 그라우와 바틀스는 최근 RUSI(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를 통해 발표한 글에서 대대전술단은 국지전, 저강도분쟁, 대반란전에 적합한 편제라는 견해를 보였다.29
소규모의 대대급 제병협동 임무부대인 대대전술단은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쟁에서는 임무를 잘 수행했다. 왜냐하면 이때는
전장이 상대적으로 좁았기 때문이다. 돈바스
전선은 길이가 대략 420km(260마일) 정도이고 러시아의
괴뢰 정권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근거지였다.30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이 통제하는 지역의 경계선에서 러시아와의
국경선까지의 거리는 대개 96km(60마일) 내외이다. 러시아까지의 거리가 짧을 뿐만 아니라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은 러시아의 남부군관구 및 서부군관구에서
이어지는 안전한 보급선에 가까운 전장에서 작전을 했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
제공하는 지원은 이 두 군관구에서 대부분 담당했다.
러시아는 남부군관구의 제8제병합동군을 통해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을 통제했다.31 러시아는 괴뢰군을 두개의 야전군으로 편성하고 기본 전투 편제로
대대전술단을 적용했다.32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에서 편성한 악명높은
대대전술단 중에는 소말리아 대대와 스파르타 대대가 있다. 소말리아 대대는 최근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소말리아 대대를 지휘하는 티무르 쿠릴킨 중령과 다른 장병들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국방부 장관 데니스 푸실린으로부터
치열했던 마리우폴 전투의 공적으로 수훈을 받았다.33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 덕분에 러시아군은 돈바스 전쟁에서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이 불리할 때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투입됐다.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괴뢰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러시아 영내의 전방전개기지에서 60-70마일
정도만 이동하면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2014년 8월
루한스크 공항 전투와 일로바이스크 전투, 2015년 2월의
제2차 도네츠크 공항 전투와 데발체베 전투가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34 하지만 공개되어 있는 자료 만으로는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쟁 당시 러시아군과 도네츠크 인민군, 루한스크 인민군의 대대전술단이 어느 정도의 규모와 비율로
참전했는지 분석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점은 러시아군과 러시아 괴뢰군의 대대전술단들이 좁은 전장, 즉 길이가 420km 정도 밖에 안되는 전장에서 작전을 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의 이동과 전술보급, 지휘통제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안전한 도로망을 따라 최전방의 전투진지, 보급소, 지휘소까지
이어졌다. 전방까지 이동 거리가 짧고 도로망도 안전한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이 경험한 상황들이
지금 러시아군의 작전 수행과 사기, 군율에 영향을 끼쳤다.
첫 번째는, 2014-2015년 돈바스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의 집결지에서 최전방의 전투 지역까지 이동할 때 정찰 계획, 최전방 정찰부대와의 조율 및 통신이 필요 없었다. 현재 시점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14-2015년 돈바스 전쟁의 상황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가를 감안하면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세심한 정찰을 할 필요도
없이 도로를 따라 고속기동을 해서 일로바이스크나 데발체베의 괴뢰군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이동 중 전술정찰 계획이나 정찰에 필요한 자산, 정찰대와의 협력을 아예 준비하지 않았던 듯 하다.
2014-2015년에 러시아군과 돈바스의 괴뢰군은 돈바스 전역에 강력한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방어군을 몰아내려면 잘 구축된 방어선을 공격해야 했다. 하지만 2022년 전쟁에서는 작전 상황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키이우와 하르키우 같은 도시를 방어 거점으로 만들었다. 대도시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거점과 공격 거점이 되었다.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정찰이 부족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았고, 때로는 아예
정찰도 하지 않아서 진격 할 때 장님이나 다름 없었고, 주요 도시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함정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정찰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진격을 멈추거나 방어로
전환했을 때 훨씬 유연하고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사기도 왕성한 우크라이나군의 먹잇감이 되었다. 최근 미국 해병대 사령관 데이비드 버거(David Berger) 장군이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군의 전술 제대는 자신들의 전방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진격할 때는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고, 진격을 멈추었을 때는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35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현지 정찰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막대한 인명 및 장비 손실을
입힐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2014-2015년의 실전경험, 즉 러시아 영내의 집결지에서 최전방의 전투 지역으로 이동할 때 짧고 안전한 도로망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투지속능력
면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우크라이나군과 접촉했을 때(우크라이나군의 존재를 파악하거나 직접 목격했을 때, 또는 공격을 받았을
때) 전술 이동을 하지 않았다. 즉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적의
영역에서 이동할 때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계획이나 조치를 취한 경험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한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좁은 전역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 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적대적인 영역에서 이동하다가 우크라이나군과 조우했을 때 차량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못했다. 2022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러시아군이 수많은 차량을 버리고 많은 러시아군 사상자가 버려졌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온 점이 이런
문제점을 보여주었다.36
세 번째 문제는 대대전술단의 통신 및 지휘통제가 수준 이하였다는 점이다. 최전선
진지에서 러시아 영내의 집결지까지 연결되는 안전한 통신선이 있는 좁은 작전 지역에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적과 조우하더라도 지휘통제 문제를 우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전술적으로 보안통신을 하는데 무신경했다. 대신
러시아군은 보안이 보장되지 않거나 보안 수준이 낮은 통신망에 의존했다. 러시아군은 전술상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집결지나 군관구에서 지휘관을 전방으로 보내 최전방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겪고 있는 통신과 지휘통제상의 결함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인다. 또한 이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보다 한 발짝 앞서서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대대전술단을
통째로 전멸시키거나 전장에서 러시아군 장군들을 사살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르스키 도네츠강을
도하하려던 러시아군 대대전술단 1개를 전멸시킨 사건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37 요약하면,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의 통신 및
지휘통제 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이 우수한 기량으로 러시아군에게 입힌 피해 같은 것들은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의 리더쉽으로 인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통신 방식 때문에 러시아군 지휘부의 노드와 중요한 전장
능력을 식별해 목표를 선별한 뒤 제거할 수 있었다. 통신에 기반한 목표 선정으로 적군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고 피해를 입힌 것이다.
어항속의 전쟁과 연못
속의 전쟁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의 문제점은 러시아군의 장점이 대규모 전역 보다는 소규모 전역에서 극대화 된다는 가설을
뒷받침 한다. 넓고 불안정한 전장 보다는 지리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숫적 우위를 달성하고 유지하는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좁은 전역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은폐해 주었다. 좁은
전장에서는 넓은 전장 보다 훨씬 더 빨리 문제점에 대응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구조적인 문제나 작전적인 문제가 기술적인 문제나 전술적인 문제 보다 부각되는 일은 없었고, 지리적 문제(거리, 지형 및 인공 또는 천연 구조물)와 적군과의 접촉으로 문제가 드러나기 전 까지는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에 벌어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은 “어항속의 전쟁”을
관찰하기에 좋은 출발점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이 벌어진
지역은 면적 1,700평방마일(약 4,400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145,000명이었다. 텍사스주의 면적은 268,596평방마일(약 695,660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2,900만명이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는
1,055평방마일(약
2,732제곱킬로미터)이다. 즉 2020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은 로드아일랜드 주 보다 조금 넓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전역의 기준에서 보면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매우 좁았다.
이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은 최신예 드론과 정밀 타격 무기, 다연장로켓포, 중포병을 사용해 대치상태에서 6주 만에 아르메니아군을 격파했다.38 제한적인 지형과 구식화된 방공망, 그리고
무방로 노출된 지상군과 형편없는 전술 때문에 아르메니아군은 순식간에 작전적으로 고착되었고 이 덕분에 아제르바이잔군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39
좁은 전역, 지상군에 장애가 되는 지형, 시대에 뒤떨어진 아르메니아군, 현대화되고 제병협동 전쟁수행능력을
갖춘 아제르바이잔군 등의 요인이 전장에서 시너지를 일으켜 아제르바이잔군의 접근 방식은 효율적으로 보였다. 보다
넓은 전장에서는 이 방식이 덜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많은 관찰자들이 이 상황을 보고 아제르바이잔군의
전쟁 방식이 미래의 전쟁 방식이 될 것이며 전차의 시대는 (또) 끝났고
지상전도 (또) 종말을 맞았다고 요란하게 예언을 했다.40 이런 평가의 문제는 드론 한 대당 면적 같은 무기 체계의 전장 밀집도를 고려하지 않아
전후관계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관찰자들은 좁은 전역의 지상전의 메커니즘을 과대평가해 보다
넓은 전장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기 체계와 병력의 규모가 전장의 면적에 맞춰 늘어나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전장 효율성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좁은 전역에서 적을 상대로 했을 때는 보다 빠르고, 싸고, 쉽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돌을 물에 던질 때 나타나는
효과는 좋은 비유다. 돌 하나를 어항에 던지면 연못에 던질 때와 같은 파급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돌의 질량이 같다고 할 때 연못에 던질 때 보다는 어항에 던질 때 훨씬 큰 충격을 준다. 어항은 매우 작지만 연못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돌을 어항에
던졌을 때 나타나는 충격을 똑같이 연못에 주려면 훨씬 더 큰 돌을 던져야 한다.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선이나 2020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선 같은
전역은 어항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전장 효과는 전쟁 수행 방식이 전쟁에
끼친 영향 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전쟁에 끼친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좁은 전역에서는
드론, 정밀 탄약, 다연장 로켓포 같은 무기 체계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어군이 엄폐하거나 위치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공격자의 공격을 온전히 받아내게 된다. 보다 넓은 전장에서는
기동과 목표 식별, 거리 같은 요인이 보통 혁명적이라거나 게임 체인저라고 칭찬을 받는 현대 기술의 효과를
희석시킨다. 그러므로 관찰자들은 “어항속의 전쟁”, 즉 아주 작은 전역에서 벌어진 전투의 결과를 전쟁 수행의 혁명이라고 약을 파는 자들에게 현혹돼서는 안된다.
‘어항에 던진 돌맹이’ 논법으로
보면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쟁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전장이 매우 좁고 전쟁이 좁은 지역에 국한되었다.
-
대대전술단은 러시아에서 최전선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전력 손실 없이 전투 준비를
갖춘 상태로 도착할 수 있었다.
-
최전선의 대대전술단을 지원하는 보급선이 매우 짧고 적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
후방의 문제는 필요시 최전선에 가까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영역에서
해결하거나 러시아 영내로 안전하게 퇴각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
통신과 지휘통제 문제는 가까운 후방의 사령부에서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관찰자들은 전역에 특화된 조직 구성, 또는 임무에 특화된 조직 구성이
특정한 환경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이것을 보다 큰 전장에 적용하거나 좁은 영역의 임무를 넘어가는 범위까지 적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인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좁은 전역의 대반란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보다 넓은
전역, 적의 공격을 받는 교통선, 단호한 적군을 상대로는
맞지 않았다. 대부분의 러시아 병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형편없는 규율과 낮은 사기는 대개 대대전술단의
한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대대전술단에 대한 비판을 정리하자면, 이 편제는 좁은 전장에서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었을 뿐 보다 큰 전역에 걸맞는 규모의 편제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2014-2015년 돈바스 전쟁이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도출한 교훈”은 그 맥락에 유의하면 그만이고 이를 새로운 전쟁 “법칙”이나 미래 전쟁의 전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같은 방식을 반대되는 개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작은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측면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군 구조, 전쟁 수행 교리와 전략에 잠재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감춰지게 된다. 이런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나타난다. 러시아가
자랑하던 대대전술단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2015년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얻은 틀린 긍정적 교훈과 나쁜 습성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지상군을 방해하고 있다.
나쁜 습성 뿐만 아니라 좁은 전역에서 전쟁을 수행하는데 최적화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의 구조와 지원체계는 중간
규모나 대규모의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하는데 부적합하다. 대대전술단의 작은 규모, 임시적인 구조, 그리고 편제상의 C2와
전투지속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점은 대대전술단이 중간 규모나 대규모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하는데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보여준 성과를 놓고 보면 대대전술단을 전쟁에 투입하기에 완전이 부적합한 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막아내고 러시아 국경으로 몰아 낼수록, 특히 돈바스 지역과 크름 반도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대대전술단이 지금까지 보다는 좀 더 잘 싸울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2014-2015년에 성공을 거두었던
지역에 가까운 좁은 전장에서 작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졸전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제병협동작전을 펼치지 못하는
점과 러시아 육군이 좁은 전역에서는 유용하지만 넓은 전역에는 부적합한 대대전술단 편제에 의존하는 점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단호함은 전쟁 전 기간에
걸쳐 모든 관찰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전투력과 졸렬한 지휘는 러시아군의 훈련이
부족하고 사기가 낮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런 문제점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에서 탈영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수많은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역 같이 좁은 전역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중간 규모, 혹은 더 매우 넓은 규모의 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좁은 전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중간 규모나 대규모의 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 보다 신속하게 파악해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좁은 전역에서 극대화된 긍정적인 유용성과 긍정적인 결과들을 보다 큰 전역의 작전에서
거두려면 훨씬 많은 기획과 시간, 자원, 투자가 필요하다.
대대전술단 편제는 돈바스 전쟁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전투지속능력, 지휘통제, 지휘 체계의 통일성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사실 대대전술단의
임시적인 성격은 통상적인 군사작전에 내재된 엔트로피적 측면을 가속화 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고 6개월 동안 나타난 국제인권법 및 제네바조약 위반 사례들은 러시아군의 관습적인 지휘 및 지원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듯 하다.41 그러하다면 대대전술단은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책 입안자와 군사 연구자, 그리고 군인들은 소규모 분쟁이나 전쟁에서
도출된 ‘교훈’과 이러한분쟁에서 작용한 메커니즘이 전쟁의
양상을 바꾼다는 요란한 주장에 주의해야 한다. 대대전술단을 포함한 모든 편제 구조, 그리고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사용한 것을 포함한
모든 전쟁 방식을 보다 규모가 큰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없다.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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