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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6일 일요일

초기 북한 군수산업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

경북대학교 전현수 교수님이 번역하신 사료집 『소련공산당과 북한 문제 : 소련공산당 정치국 결정서(1945~1952)』을 읽다 보니 초기 북한 군수산업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보입니다. 북한의 자체적인 군수산업 역량 확대를 지지하는 1950년 4월 27일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에 첨부되어 있는 문서입니다. 이 문서의 내용이 흥미로우니 발췌해 봅니다.

몰로토프 동지에게
미코얀 동지에게
1948년 6월 26일자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내각 회의 결정과 1949년 2월 24일자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내각 회의 지시는 평양 병기고에서 박격포, 기관단총, 기관단총 탄약, 포탄 케이스, 지뢰 및 수류탄을 생산하는데 조선 측에 기술적 원조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내각 회의 결정에 따라 확정된 병기고의 생산계획에 맞춰 대포 및 박격포 사격에 필요한 일체의 다른 탄약 부품들을 완성품 형태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에서 납품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생산은 조직되었고, 가동이 시작되었으며, 기본적으로 조선인 기술자들이 (생산기술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업상 김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이미 생산되고 있는 품목의 무기와 탄약 생산을 크게 확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책이 제출한 생산 과업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무기와 탄약은 최초의 계획과 비교해서 10~15배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밖에도 조선인들은 쉬틔코프 동지에게 지금까지 소련에서 수입해 온 탄약 부품들을 조선에서 생산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기에는 니트로글리세린과 초산섬유소 화약, 대포와 박격포 사격을 위한 장약, 소화기 탄약용 화약, 기폭장치, 수류탄용 도화선, 대포 탄약통, 대포 탄약통용 뇌관 마개, 박격포 장약용 면 탄약, 라이플총 탄약, 뇌관-발화장치, 뇌관-기폭재, 폭발물의 제조가 포함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업성의 계획 과업에 규정된 수량으로 이미 조직된 생산을 확대하자는 조선인들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생산을 조직하자는 조선인들의 요청도 기폭장치, 대포 탄약통, 뇌관-발화장치, 뇌관-기폭제를 제외하고는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에서 이들의 생산을 조직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입니다. 기폭장치의 생산 기술은 그 자체가 복잡해서 현재의 조건에서 조선인 기술자들이 습득할 수 없습니다.
뇌관-발화장치, 뇌관-기폭제 생산 기술과 경험을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생산 공정은 다른 나라에서 이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술과 구별되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만의 독창적인 것이고, 따라서 특별히 비밀로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조선에서 화약, 도화선, 뇌관 마개, 면 탄약통, 폭발물의 새로운 생산을 조직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도입될 설비의 생산성이 커다란 여유 생산능력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점 입니다.
화약, 도화선, 뇌관 마개 생산을 위한 기술 장비의 기본적인 부분은 독일에서 반출한 장비들중에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공급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면 탄약통 생산 설비는 현재 면 탄약통 생산에 투입된 현존 설비 모델에 따라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에서 새로 제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품목들의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련 공장들에서 220볼트와 60암페어의 전기모터와 시동장치를 제조해야 할 것 입니다. 이것들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으로 납입되는 모든 설비들을 폭발 위험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소련에는 이 제품들의 양산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결정 초안을 첨부합니다.
검토를 바랍니다. 
그로믜코
파르쉰
마르틔노프
예레민
쉬틔코프
안드레이 란코프 엮음, 전현수 옮김, 『소련공산당과 북한 문제 : 소련공산당 정치국 결정서(1945~1952)』 (대구: 경북대학교출판부, 2014) 163~165쪽.


개인적으로 이 결정서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소련의 기술통제가 꽤 낮은 단계에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것과 독일에서 압류한 설비를 원조하자는 논의가 이루어 진 것 입니다. 전자는 꽤 흥미로운 것이 뇌관 같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기술조차 극히 조심스럽게 취급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북한의 기술 수준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낮은 수준의 기술도 유출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이 분야는 소련의 기술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 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없고 오히려 뒤떨어진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것 입니다. 이들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