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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2일 일요일

아프가니스탄군 붕괴 원인을 고찰하는 SIGAR의 보고서

 

지난 2월에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관실(SIGAR, Special Inspector General for Afghanistan Reconstruction)에서 20219월 아프가니스탄 군경의 급속한 붕괴 원인을 고찰한 보고서 아프가니스탄 군경의 붕괴 원인은 무엇인가?(Why the Afghan Security Forces collapsed)”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읽어보니 주목할 만한 분석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미국의 개입 중단이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입니다. 미국의 원조 중단으로 인해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군과 경찰의 군수지원입니다. 이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 군경이 미국에 의존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이렇게 지적합니다.

 

“20여년간 미국 고문관들은 아프가니스탄 군경을 미군의 거울쌍으로 만들기 위해 미국식으로 작전을 하도록 교육했다. 미국이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미국방부 계약자들을 철수하는 합의를 했을 때 아프가니스탄 군경은 아직 미국에 대한 만성적인 의존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아프가니스탄 군경은 국가차원에서 자원관리(resource management), 정비(maintenance), 리더쉽 등을 미군에 의존했다. 아프가니스탄 군경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공군과 특수부대 조차 미국의 전투 지원부대에 의존했다. 아프가니스탄 공군과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분산되면서, 이들에게 보급과 지원을 의존하던 아프가니스탄의 일반 군부대와 경찰은 갈수록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미국 국방부는 20년이 넘도록 아프가니스탄 군대의 구조와 작전 모델을 미군의 거울쌍으로 만들려 했다. 이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군은 기갑차량과 포병의 비중을 축소하고 세계 곳곳에서 단기간 동안 유연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보다 가벼운 편제로 변화했다. 미군의 신속하고 유용한 자산들은 그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복잡한 보급 및 물류 체계에 의존했다. 아프가니스탄 안보 문제 전문가인 존 슈로든(Jon Schroden)SIGAR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자체적인 인적 자원과 능력에 의존하거나 과거에 해왔던 방식을 따르는 대신 미국이 하는 것 처럼 행동하도록 하는 걸 선호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이 탈레반과 협정을 체결했을 무렵 아프가니스탄 군경은 미국이 기대한 정교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미국 국방부는 교전이 다소 완화된다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 군경이 2024년이 까지 독자적으로 작전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될 것으로 판단했다. 아프가니스탄 군경의 미국에 대한 의존성은 사소한 문제가 이나라 양국간 군사 관계의 특징이었다.”

Special Inspector General for Afghanistan Reconstruction, Why the Afghan Security Forces collapsed, (2023. 2.), p.14.

 

아프가니스탄 공군과 특수부대의 미국 의존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지적합니다.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공군과 그 예하의 특수임무항공단이 민간기업 없이는 항공기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202012월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공군 및 특수임무항공단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공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민간 계약업자들을 통해 물류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잘못되었다. 미국이 계약한 민간기업들은 자국 회사였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에게 있어서는 외국 회사였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의 보고에 따르면 당시 아프가니스탄군의 자체 인력은 아프가니스탄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 중 최대 40% 정도의 정비만 담당했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를 때 까지도 아프가니스탄 공군의 조직 개편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조직 관리를 하는데 부담이 가중됐다. 예를들어 아프가니스탄군 인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했을 당시 아프가니스탄 공군의 중핵이었던 소련제 Mi-17 헬리콥터에 익숙한 상태였다. 아프가니스탄군 인력은 Mi-17의 정비는 거의 다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항공 훈련-자문-지원사령부(TAAC-Air, Train, Advise, Assist Command Air)2019년까지 아프가니스탄 공군이 Mi-17 헬리콥터 정비를 완전히 숙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공군의 헬리콥터를 Mi-17에서 보다 복잡한 미국제 UH-60 블랙호크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TAAC-AirSIGAR에 미국이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에 항의하고 러시아제 예비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지정학적 문제가 있어 기종변환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TAAC-Air에 따르면 Mi-17UH-60으로 교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공군이 자체적으로 유지정비 능력을 갖출수 있는 시기가 최소 2030년 이후로 늦춰졌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군을 지원하는 미군과 계약회사들을 모두 철수 시키고 10년이나 지나야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특수임무비행단의 Mi-172023년까지 CH-47 치누크로 교체하고자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국방부는 202012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 공군은 중장기적으로 전투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민간 기업의 물류 지원 및 훈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3월 레절루트 서포트(Resolute Support) 작전 책임자인 밀러 장군은 미군이 철군하면 아프가니스탄 군경에 필수적인 항공 지원 및 정비 지원도 끊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현실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군 장군이었던 사미 사다트(Sami Sadat)와 하이바툴라 알리자이(Haibatullah Alizai)SIGAR에 미국 민간기업이 철수한 직후 아프가니스탄군의 UH-60 헬리콥터 대부분이 지상 주기 상태가 됐다고 진술했다. 사다트는 미국 계약업자들이 철수하자 전투에서 손상을 입었거나 기타 정비가 필요한 기체들이 모두 방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되지도 않아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60%가 지상주기 상태가 됐으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이것들을 다시 정비할 계획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의 항공지원과 민간기업의 물류 지원이 감소하면서 아프가니스탄 공군과 특수임무항공단의 작전 능력은 감소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시간을 맞춰 보충 체계를 발전시키지도 못했다. 이렇게 해서 고립된 지역에 배치된 아프가니스탄군은 탄약이 떨어지거나 의료후송능력이 없어 죽어갔다. 미군이 철수한 직후 항공기들을 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른 아프가니스탄 군경 부대가 탈레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역량이 저해되었다.”

Ibid., pp.15~16.

 

아프가니스탄군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었다는 특수부대에 대한 평가도 비슷합니다.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 특히 아프가니스탄군 특수전사령부(ANASOC) 예하 코만도부대는 일반 아프가니스탄군이나 경찰 부대 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다. 또한 일반 아프가니스탄 군경 부대 보다 미국 고문관들과 밀접하게 협력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의 역량 또한 미국 고문관들과의 관계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예를들면, 아프가니스탄군 특수전사령부는 미군이 제공하는 정비, 보급, 물류, 탄약과 같은 물질적 지원 뿐만 아니라 미국 고문관들이 통합기획절차에 의해 제공하는 지휘 및 리더쉽, 미국 고문관들이 코만도부대의 전투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하는 작전준비태세 사이클 유지,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감시-정찰 능력 및 공지합동작전 능력에 의존했다.

(미국과 탈레반의) 도하 협정 이전에 아프가니스탄군 코만도는 미국 고위 장교들로 부터 훈련-자문-지원을 충실하게 지원받았다. 하지만 도하 협정 이후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에 대한 미군의 항공지원 및 협동작전은 완전히 중단됐다. 가장 먼저 아프가니스탄군 특수전사령부가 이 문제에 직면했다. 20207월 까지 아프가니스탄군 특수전사령부는 대부분의 임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하지만 이조차도 미국의 물자 보급 및 일부 물류 지원에 의존해야 했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코만도 부대는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간 중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의 총 작전 회수는 미국의 지원을 받던 1년전의 절반 수준으로 격감했다. 즉 아프가니스탄 코만도는 2019년에 수행했던 만큼 독립작전을 수행했지만 미군이 함께하는 합동 임무는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었다. 또 아프가니스탄군이 주도하는 작전에 미군이 정보, 물류, 근접항공지원 등의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행했던 작전 중 아프가니스탄 코만도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작전은 많지 않았다. 미국이 합동기획과정에서 점차 빠지게 되면서 미국 고문관들이 코만도 부대의 잘못된 운용을 막을 막기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코만도의 작전태세가 악화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코만도 부대는 선택한 장소와 시간에 기동과 화력 집중으로 탈레반을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작전 수행간에 적절한 기간 동안 휴식 및 보충을 해야 했다. 미국 고문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던 때는 이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들의 능력은 필요한 정비, 보충,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작전준비태세 사이클을 유지하는데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미군과 민간군사기업들이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공군과 특수부대의 능력이 감소하면서 아프가니스탄 군경이 방어하는 초소들은 더욱 고립됐다. 아프가니스탄 군경이 방어하는 초소들이 유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의 투입이 더 빈번해졌다. 즉 특수부대가 작전에 투입되는 시간이 과도해졌다. 코만도 부대는 72시간 이내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추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보급이 떨어지면 특수부대도 일반 군경 부대와 동일한 보급 및 물류 문제를 겪게 됐다.

그리고 통합기획절차가 없어지고 장기간의 작전 시 미국 고문관들의 감독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아프가니스탄 코만도 부대는 정규군 군단사령부의 전술 통제를 받게 됐다. 아프가니스탄군 군단장들은 코만도 부대를 정규 지휘통제 체계에 편입시켰다. 특정한 목표를 제거하기 위한 단순한 특수부대 작전이 정규군 군단을 지원하기 위핸 대규모 대반란전 임무로 바뀌었다. 코만도 부대는 정규군 군단이 필요로 하는 공중기동력과 우수한 훈련을 받은 자산이었다. 특히 정규군 부대의 지상 보급 역량이 부족해서 공중기동력이 필요했다. 군단장들은 코만도 부대를 72시간 이상 통제하에 두었고, 코만도 부대를 배속받게 되면 정예 보병 부대 정도로 운용하면서 초소를 증원하거나 아예 초소를 지키는 임무를 주었다.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렇게 특수부대를 과도하게 운용하고, 또 부적절하게 운용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들의 전투준비태세 사이클과 통합력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Ibid., pp.16~17.

 

미군의 직접적인 전투 지원, 예를 들어 항공지원이 격감한 것도 악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남아시아 정책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탈레반의 소요에 맞서싸우기 위해 추가적인 허가를 받아야 했다. 주로 공습이 통제를 받았다. 2019년 미군은 7,423회의 공습을 실시했다.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횟수였다. 2019년 아프가니스탄 군의 고위 장교들은 SIGAR에 탈레반에 점령되었던 영토들을 탈환하는 등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과 탈레반이 협정을 체결한 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군경에 대한 군사지원을 대폭 축소했다. 아프가니스탄군 통합특수전사령관이었던 사다트 장군은 이렇게 진술했다. “하룻 밤 사이에 미군의 공습이 98%나 감소했다.” 미군의 공습은 78%가 감소했다. 2020년에는 겨우 1,631회의 공습이 있었다. 1년 전에는 7,423회의 공습이 있었다. 1,631회의 공습 중 절반은 도하 협정이 체결되기 2개월 전에 수행됐다.”

Ibid., p.12.
 

 

미국의 원조 중단에 따른 급속한 붕괴는 마치 1974~75년 남베트남군의 붕괴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원조 중단 외에도 아프가니스탄의 국내 정치 문제, 민군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읽어봐야 할 보고서입니다.

2009년 6월 8일 월요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군 교육 문제

뉴욕타임즈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규군 증강 문제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Erratic Afghan Security Units Pose Challenge to U.S. Goals

사실 이 기사는 미국이 1945년 이래로 꾸준히 겪어왔던 이야기들의 재탕입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군대를 조직하고 교육시켜왔습니다. 한국과 같이 성공적이었던 경우도 있었던 반면 베트남과 같은 끔찍한 실패도 있었지요. 이라크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미국 고문관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여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낮은 교육수준, 유능한 현지인 장교의 부족 문제 등등. 아프가니스탄군에 대한 교육은 같은 이슬람권이었던 이라크의 경험이 반영되고 있지만 사정은 더 나빠 보입니다.

이라크는 중동국가 치고는 양호한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었고 후세인 체제하에서 그런대로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국가와 군대체제를 가지고 있었지요. 미국이 이라크 전쟁 초기에 저지른 삽질만 아니었다면 보다 이른 시기에 안정화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이라크보다 사정이 더 열악한 곳 입니다. 소련의 침공 이후 계속된 전쟁으로 국가가 제대로 돌아간 일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미국의 역대 군사고문단 활동 중 아프가니스탄이야 말로 최대의 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 그러나 저러나 뉴욕타임즈가 인터넷 기사를 유료화 해 버린다면 정말 재앙일 것 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더 이상 공짜로 읽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