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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5일 월요일

묵공 - 밋밋한 부대찌개 같은 영화

지난 주말에는 ‘묵공’을 봤습니다.

‘완벽한 공성전’ 어쩌고 하는 광고 문구 보다는 안성기 아저씨가 나오고 또 원작 만화 자체도 꽤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굉장히 호기심을 끌던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습니다. 물론 열심히 만들었고 볼거리도 그럭 저럭 많긴 합니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밋밋한 부대찌개 같았습니다. 먹을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맛은 밋밋한. 그냥 그럭 저럭 볼만한 영화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이나 편집자의 역량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영화 내내 긴장감이라곤 끌어내지 못하니 재미가 없을 수 밖에요. 조나라의 10만 대군이 조그만 성 하나를 공격하러 온다는데 그다지 긴박한 느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이건 거의 감독의 자질 문제가 아닌 듯 싶더군요. 비슷한 예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반지의 제왕 두번째 편의 헬름 협곡 전투는 압도적인 적에게 포위당한 긴박감을 잘 묘사했습니다. 그런데 묵공에서는 함락당하면 주민들이 모두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박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적이 오니 싸우고 그래서 이겼다는 것 말고는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영화 중간에 혁리가 조나라 진영을 염탐하러 갔다가 추격 당하는 부분에서도 갑자기 어두운 밤에서 환한 대낮으로 건너 뛰는 등 편집자의 재능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많고 조연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해대는데 이걸 제대로 이어 붙이지 못하니 영화는 산만하고 엉덩이는 아파왔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주인공의 압도적인 지략입니다. 그의 라이벌(?)이 되야 할 조나라의 ‘명장’이라는 항엄중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 때문에 굉장히 맥빠지는 대결이 이어집니다. 첫번째 공격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으나 그 뒤로는 밋밋한 전개가 계속되더군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혁리는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을 어처구니 없이 뒤집어 버립니다. 도데체 언제 지하에 갱도를 다 파 놓았다는 것인지.
적을 가지고 놀 정도로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잘 묘사하기가 힘듭니다. 잘못하면 너무 일방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재미가 없지요. 묵공은 바로 이런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더군요. 주인공이 너무 뛰어나 적장 항엄중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위기의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그런게 전혀 없이 일사 천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뭐…

여기에 더해 시나리오를 쓴 사람의 자질도 약간 의심스럽더군요. 주연 배우들 외에도 조연들도 비중이 제법 큰데 비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야기가 산만하고 엉덩이가 쑤시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조연들이 튀어나와 극의 흐름을 끊더군요. 조연들에 대한 불필요한 묘사 보다도 혁리와 항엄중의 대결에 집중했다면 훨씬 볼만한 영화가 됐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진행의 밋밋함을 제외하면 그럭 저럭 영화였습니다. 초반의 전투장면은 인민해방군을 엑스트라로 동원해서 규모가 크고 제법 전쟁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줍니다. 쓸데 없이 날아다니는 액션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전체적으로 매우 밋밋한 영화였습니다. 또 보고 싶진 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