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대충 약을 챙겨 먹고 친구 한명과 채팅을 했는데 중간에 리처드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 번역 문제에 대한 이이갸기 나왔습니다. 제 친구의 지적은 고유명사에 대한 번역이 잘못된 것이 많다(예를 들어 “china”를 “중국(China)”으로 번역하는 것)는 것 이었습니다. 친구가 말하길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이 아닌 이상 돈 받고 하는 번역이 이런 건 큰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하더군요.(찔리더군요;;;;;)
마침 도킨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점심을 먹고 눈먼 시계공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킨스의 여러 에세이에서 나타나듯 도킨스는 대중적인 글에도 능숙한 대가 중의 대가입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비유를 동원한 그의 해설은 이해하기도 쉽고 즐겁지요. 쉽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도킨스의 대중적인 글 쓰기는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 양반의 글쓰기를 보다 보면 이 사람이 학부 시절에 썼던 노트나 다른 글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런 글발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나진 않았겠지요. 도킨스의 글쓰기 진화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도 유쾌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도킨스의 대중적인 저작 중에서 눈먼 시계공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에 사용된 비유들이 가장 재치 넘치고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만들어진 신"이나 이 밖에 종교를 비판하는 다른 에세이들도 흥미롭긴 합니다만 전투적인 성향이 있는지라 마냥 즐겁지는 않거든요. 이 책에서 사용된 여러 비유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돌고래와 조기경보기를 비유하는 것이나 동물의 점진적인 진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DC-8의 개량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아주 유쾌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압권은 원숭이의 타자치기가 아닐까 싶더군요. 여러 모로 유쾌한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