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철에서 한국일보를 읽다 보니 고종석이 쓴 무신론에 대한 칼럼이 실려있었습니다. 짧긴 했지만 한국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칼럼이 꽤 재미있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여러 번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저의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확고히 해준 책이 한 권 생각나더군요.
바로 Frank Moore Cross의 『Canaanite Myth and Hebrew Epic : Essays in the History of the Religion of Israel』입니다.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책은 ‘무신론자를 위한 구약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는 미국의 사해문서 연구의 권위자이고 또 이스라엘 종교의 기원과 구약시대 역사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떨친 인물입니다. 마크 스미스(Mark S. Smith) 같이 이 사람이 가르친 학자들도 비슷한 주제로 재미있는 책들을 펴내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이 책은 매우 기억에 남는 책 입니다. 학부시절 어떤 학술지에서 이 책을 언급한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주문을 했습니다. 책 제목에 Essays라고 적혀 있으니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겠거니 하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도착한 책을 몇 장 훑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연구사 정리도 없이 전혀 모르는 기존의 구약 연구들을 인용하면서 히브리어 텍스트가 튀어나오니 정신이 없더군요;;;; 영어 해석이 뒤에 붙어있긴 한데 처음 펼쳐봤을 때는 순간적으로 뜨악 했습니다. 게다가 수없이 나오는 다양한 학술저널과 주요 연구문헌들의 약자는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앞장의 약어표를 찾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굉장히 재미있더군요. 일단 무신론자라면 결코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물론 구약 연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 같은 문외한에게는 쉽게 읽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저자는 야훼와 유대교의 뿌리인 가나안의 신화에 대한 문헌을 분석해 가나안의 신앙체계가 후대의 유대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크로스가 이 에세이집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야훼’의 기원과 고대 이스라엘에서 유일신 숭배가 확립되는 과정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야훼’라는 신의 기원입니다. 저자는 1장의 3개 절에서 엘(El)과 야훼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엘’은 고대 가나안의 여러 신 들 중에서도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 신이 가지고 있는 ‘초월자’로서의 특성은 꽤 중요합니다. 크로스는 야훼가 ‘하늘과 땅의 창조자, 모든 것의 아버지’인 가나안의 신 ‘엘’이 가지고 있는 초월자의 특성을 차용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Yahweh라는 신의 명칭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 대해서 문외한이긴 하지만 여러 문헌의 교차검증을 통한 추적과정은 매우 인상깊더군요. 다음으로, 야훼와 바알의 관계에 대한 서술 역시 흥미롭습니다. 크로스는 초기 문헌에서 나타나는 야훼의 전사로서의 모습이 폭풍신 바알에서 차용해 온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야훼는 여기 저기서 핵심 개념을 빌려온 아주 빈곤한 ‘신’인 것입니다. 아. 정말.
저는 혹시나 신을 믿더라도 이런 허접한 짝퉁신은 결코 믿지 않을 겁니다.;;;;
4장과 5장은 구약시대 역사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크로스는 문헌분석을 통해 신의 역사인 구약을 인간의 역사로 살려내고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왕권에 대한 부분이나 열왕기에 대한 분석은 꽤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구약에 대한 학술적 연구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저자가 인용하는 그 많은 학설들을 따라가며 내용을 이해 하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 책 후반부에서 그게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원래 1973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요즘도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산 것은 1997년에 나온 9판입니다. 사실 이것만 봐서는 이때까지의 최신 연구성과가 얼마나 반영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는지는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았는데 국내에서 이 책을 소장한 서울대도서관에 있는 것도 제것과 같은 1997년판인 모양이더군요.
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도킨스의 유쾌한 글쓰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대충 약을 챙겨 먹고 친구 한명과 채팅을 했는데 중간에 리처드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 번역 문제에 대한 이이갸기 나왔습니다. 제 친구의 지적은 고유명사에 대한 번역이 잘못된 것이 많다(예를 들어 “china”를 “중국(China)”으로 번역하는 것)는 것 이었습니다. 친구가 말하길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이 아닌 이상 돈 받고 하는 번역이 이런 건 큰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하더군요.(찔리더군요;;;;;)
마침 도킨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점심을 먹고 눈먼 시계공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킨스의 여러 에세이에서 나타나듯 도킨스는 대중적인 글에도 능숙한 대가 중의 대가입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비유를 동원한 그의 해설은 이해하기도 쉽고 즐겁지요. 쉽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도킨스의 대중적인 글 쓰기는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 양반의 글쓰기를 보다 보면 이 사람이 학부 시절에 썼던 노트나 다른 글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런 글발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나진 않았겠지요. 도킨스의 글쓰기 진화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도 유쾌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도킨스의 대중적인 저작 중에서 눈먼 시계공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에 사용된 비유들이 가장 재치 넘치고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만들어진 신"이나 이 밖에 종교를 비판하는 다른 에세이들도 흥미롭긴 합니다만 전투적인 성향이 있는지라 마냥 즐겁지는 않거든요. 이 책에서 사용된 여러 비유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돌고래와 조기경보기를 비유하는 것이나 동물의 점진적인 진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DC-8의 개량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아주 유쾌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압권은 원숭이의 타자치기가 아닐까 싶더군요. 여러 모로 유쾌한 책 입니다.
대충 약을 챙겨 먹고 친구 한명과 채팅을 했는데 중간에 리처드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 번역 문제에 대한 이이갸기 나왔습니다. 제 친구의 지적은 고유명사에 대한 번역이 잘못된 것이 많다(예를 들어 “china”를 “중국(China)”으로 번역하는 것)는 것 이었습니다. 친구가 말하길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이 아닌 이상 돈 받고 하는 번역이 이런 건 큰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하더군요.(찔리더군요;;;;;)
마침 도킨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점심을 먹고 눈먼 시계공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킨스의 여러 에세이에서 나타나듯 도킨스는 대중적인 글에도 능숙한 대가 중의 대가입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비유를 동원한 그의 해설은 이해하기도 쉽고 즐겁지요. 쉽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도킨스의 대중적인 글 쓰기는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 양반의 글쓰기를 보다 보면 이 사람이 학부 시절에 썼던 노트나 다른 글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런 글발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나진 않았겠지요. 도킨스의 글쓰기 진화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도 유쾌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도킨스의 대중적인 저작 중에서 눈먼 시계공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에 사용된 비유들이 가장 재치 넘치고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만들어진 신"이나 이 밖에 종교를 비판하는 다른 에세이들도 흥미롭긴 합니다만 전투적인 성향이 있는지라 마냥 즐겁지는 않거든요. 이 책에서 사용된 여러 비유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돌고래와 조기경보기를 비유하는 것이나 동물의 점진적인 진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DC-8의 개량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아주 유쾌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압권은 원숭이의 타자치기가 아닐까 싶더군요. 여러 모로 유쾌한 책 입니다.
2007년 4월 25일 수요일
The God Delusion - 리처드 도킨스
이 책은 채승병님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지른 물건인데 읽을 책들이 밀려 있어 한동안 못 읽다가 도착한지 한달이 넘어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읽은 도킨스의 책 중에서는 국내에 번역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와 눈 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이 있는데 특히 눈 먼 시계공은 제법 유쾌(???) 하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데 처음 책을 훑어 보니 속 표지에는 "더글라스 아담스를 기리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더글라스 아담스를 기리는 문구를 넣은 것을 보니 이거 엄청 웃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31쪽을 보니 아주 멋진 구절이 하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The God of the Old Testament in arguably the "most unpleasant character in all Fiction".
철십자 훈장에서 슈타이너 선생이 말씀하신 "I believe God is a sadist."라는 대사와 쌍벽을 이룰만합니다. 흐흐흐.
현재 2장을 읽는 중인데 제법 배꼽 빠지는 구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삐딱한 종교문화를 혐오하는 터라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게 국내에 번역되면 출판사 하나가 불타는건 아닐까 걱정(???)이 듭니다.
이 책은 제목 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데 처음 책을 훑어 보니 속 표지에는 "더글라스 아담스를 기리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더글라스 아담스를 기리는 문구를 넣은 것을 보니 이거 엄청 웃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31쪽을 보니 아주 멋진 구절이 하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The God of the Old Testament in arguably the "most unpleasant character in all Fiction".
철십자 훈장에서 슈타이너 선생이 말씀하신 "I believe God is a sadist."라는 대사와 쌍벽을 이룰만합니다. 흐흐흐.
현재 2장을 읽는 중인데 제법 배꼽 빠지는 구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삐딱한 종교문화를 혐오하는 터라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게 국내에 번역되면 출판사 하나가 불타는건 아닐까 걱정(???)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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