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전통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전통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1년 9월 19일 월요일

전통의 재발견

전통이란 때마다 재발견되고 재해석 되는 것이라지요.

제군, 우리들이 대동아전쟁의 진두에 섬은 물론 일본국민의 충의성忠義性에 투철하기 위해서지만 다시 우리 조선사람의 입장으로서 본다면 또 하나의 간절한 기대가 여기 숨어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발견하는 것이요, 잠자는 혼을 깨우쳐 우리들 본연의 자태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나약안일에 더럽힌 남루를 벗어던지고 '의'에 살고 '의'에 죽고 '용'에 일어서고 '용'에 넘어짐을 제일의로 한 우리들의 그전 모습을 찾아내는 길이다. 가마쿠라무사들과 함께 세계역사상에 무사도의 쌍벽이라고 일컬어 온 바 고구려 무사, 신라 무사의 무용성武勇性을 찾아내어 그 씩씩한 전통을 우리들의 생활원리로 하고 우리들의 정신적 부활을 꾀하는 것이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요망되어 오던 바 그 절호한 기회가 대동아의 전장에 그 특별지원병으로서의 용맹한 출진에 의하여 발견되는 것을 나는 통감하는 바이다.

崔南善, 「나가자 靑年學徒야 : 젊은 피와 情熱을 聖戰에 바치라」, 『每日新報』(1943. 11. 20), 정운현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없어지지않는이야기, 1997), 228쪽에서 재인용

생각해 보면 나치들도 노르웨이에서는 바이킹을, 벨기에에서는 중세 플랑드르 기사들을 팔면서 지원병을 모집했으니 일본군 모집에 고구려 무사를 팔아먹는 것도 나름 그럴싸 합니다?

2008년 10월 13일 월요일

체부동


한국 사람들은 걸핏하면 '5천년 역사'와 자랑스러운 조국을 들먹이지만, 돈이 전통을 사정없이 짓밟는 결정적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J. 스콧 버거슨, 『대한민국 사용후기』, 갤리온, 2007, 40쪽

역시. 어떻게 양키들을 미워할 수 있겠는가.

2007년 5월 23일 수요일

남한의 병역 의무에 대한 잡상

잡설입니다.

이승만 담화집을 읽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군사 문제와 관련된 담화나 연설에서 전통적인 역할모델을 찾는 경향이 보였다는 점 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구려의 사례와 국민 개병제를 연결 짓는 과감한(!) 발상입니다. 마치 대한민국의 도덕 교과서가 민주주의의 원형을 “화백제도”에서 찾듯 국민개병제의 원형을 고구려에서 찾는 것 이지요. 옳고 그름을 떠나 아주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그런데 왜 고구려는 이승만에게 있어 한국적 국민개병제(?)의 역할이 됐을까요? 이점은 꽤 흥미로운 문제인데 아마도 유럽식의 국민개병제, 즉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의 개념이 기본으로 탑재된 유럽식의 국민개병제라는 것이 1950년대의 남한 실정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국민을 국가에 복종해야 하는 통치의 대상정도로 봤던 이승만이니 만큼 근대유럽의 사례를 들기 보다는 고대 왕조국가의 사례가 좀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아마도 남한의 국민들이 병역에 따르는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승만이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니었을 것 입니다. 사실 국민방위군 같은 개념없는 사고를 내던 것이 이승만 정권이니 만큼 유럽식의 의무와 권리가 결합된 개병제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군요.

이승만 뿐만 아니라 박정희 막부에서도 국민을 동원하는 논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그것 보다는 왕조시대의 논리에 가까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진지하게 고찰한 것이 아니라 근거도 빈약하고 모호하기는 합니다만 이박사나 박장군이 국민의 권리에 대해서 관심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거의 확실한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왕조시대의 전통을 억지로 현대에 끌어다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사실 이박사나 박장군은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기 보다는 전통왕조의 국왕에 가까운 통치자였으니까요.

남한의 병역 의무라는 것이 서구사회의 병역 의무 보다는 왕조시대의 부역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선대의 훌륭한(?) 지도자들에게 그 원인이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한국의 징병제도를 개선하려면 이런 부역 같은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군요.